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라니그람 Jan 07. 2024

좋은 엄마가 되어라.

드라마 '굿 마더스'를 보고.


충격적인 드라마를 보았다. 마피아 집단에서 딸이자 엄마로 살아가는 여성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들은 조직의 범죄에서 수면으로 드러나지 않고, 결혼해서 가정을 이루고 아이를 낳아 기르며 평범하게 살아가는 듯하지만, 여성이라서 눈에 띄지 않기에 수금을 하러 다니기도 하고, 감옥에 있는 가족의 면회를 다니는 등, 조직에서 필요한 일을 수행하기도 한다. 그들은 철저하게 가부장적인 사회 속에 지배되어 지난다. 아버지가 결혼하라고 한 사람과 결혼을 하고, 아내이자 엄마라는 이유로 외부의 세계와 단절된 채 지내는 것을 강요받는다. 부모와 아이들과 함께 지내며 아이들을 보육하는 것 이외의 활동에 감시를 받고, 가족들 생각에 조금이라도 부적절한 행동을 했다고 여겨지면, 아버지나 남자형제들에게 폭력으로 처벌을 받는다. 



그러던 와중 조직범죄를 소탕하려는 안나 콜라체 검사에 의해 늘 그늘에 가려져 있던 여성들의 존재가 수면위로 드러난다. 검사는 취약한 여성들의 처지를 이용해 그들을 증인이 되도록 설득해서 조직을 무너뜨리고자 하는 것이다. 그런 여성 중의 한명인 주세피나 페셰는 경찰에 체포되고, 증인이 되도록 설득되고, 안전가옥에서 아이들을 데려와 함께 지내기 시작하지만, 가족들의 방해로 어려움을 겪는다. 가족들은 아이들과 비밀리에 연락하면서 아이들에게 엄마의 결정이 잘못되었고, 가족은 엄마를 용서할 것이고, 아이들과 엄마에게는 가족이 필요하다고 끊임없이 세뇌를 시킨다. 세뇌된 아이들은 엄마를 혼란스럽게 하고, 증인이 되고자 하는 엄마의 의지를 약화시킨다. 



 다른 여성 중의 한명인 마리아 콘체타는 오랜시간 자유가 빼앗긴 채 거의 감금생활을 하고 아버지에게 학대당하면서 경찰에 협조하기로 결정한다. 경찰이 마련해준 안전가옥에서 지내면서 아이들과 연락을 하게되고, 결국 아이들은 다른 가족들의 의견을 전달해서 엄마를 설득하는 역할로 이용된다. 자신을 용서하고 따뜻하게 맞아주겠다는 부모의 말로 인해 다시 집에 돌아오게 되지만, 아버지는 이전과 다름 없이 자신을 구속하고 학대하려한다는 것을 깨닫고 죽음을 택한다. 



전쟁이나 인간의 생명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여성과 아이와 같은 약자가 더욱 취약한 위치에 놓이게 된다는 것은 역사를 통해 알 수 있다.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이 드라마에서는 여성이 취약한 상황에 놓여 드러나지 않게 학대받고 차별받고 지내는 또 하나의 사례를 보여준다. 겉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보이고, 학대를 가하는 가해자가 가족이라는 것이, 그리고 그들은 자신들의 안전을 위해 살인도 불사하는 조직이라는 점이 여성들을 더더욱 절망에서 벗어날 수 없게 한다. 그러한 학대의 구조가 어떻게 유지될 수 있는가를 들여다보면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들 또한 여성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딸을 가족에 뜻에 따르게 하고, 따뜻함을 가장해 뒤에서 조용히 설득하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 어머니, 할머니, 고모 같은 사람들이다. 그리고 딸들은 또한 어머니이기 때문에 가족을 버리고 떠나려는 생각을 하는 것이 어렵다. 



이렇게 가족내에서 차별이 대물림되는 구조는 우리나라에서도 친숙하다. 전통적으로 며느리는 가정 내에서 서열이 가장 낮으면서, 모든 가사일을 담당해야하는 존재였다. 시부모님을 공경해야하고, 남편을 공경해야하고, 좋은 어머니가 되어야 했다. 그들을 그렇게 가장 낮은 처지에 놓이도록 강요하는 사람은 누구일까, 바로 그들의 시어머니와 어머니다. 결혼 후에 시어머니는 며느리들을 직접적으로 교육하는 역할을 담당하지만, 뒤에서 딸이 시부모와 남편을 따르도록 설득하는 역할은 그들의 어머니였다. 한국영화를 통해 조선시대에 가족의 뜻을 거스르는 여성들에 대한 처벌은 가혹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것도 이번에 본 굿 마더스에서와 상당히 유사한 점이다. 물론 그것은 오래전 일이고, 굿 마더스에서는 최근의 일을 다루고 있다는 것이 충격으로 다가온다. 



현재 나는 딸이자 며느리, 엄마로 살아가면서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가정내에서 여전히 차별이 존재한다는 것을 가끔 느낀다. 가족모임에서 남자는 여전히 가만히 앉아서 시중을 받는 존재이다. 대화에서 여성들은 의견을 제시하는것이 제지되고, 내 의견은 남편의 의견과 달리 틀리다고 지적받는 적이 많음을 느낀다. 앞으로는 달라져야함을 느낀다. 어떻게 이러한 문화를 바꿀 수 있을까? 드라마의 제목은 너무나 적절하게도 '굿 마더스'다. 여성들은 가정내에서 좋은 엄마, 아내가 되기를 강요받았다. 하지만 그들이 결국 가족을 버리고 경찰에 협조하게 된 가장 큰 이유도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서, 자신이 받은 학대를 대물림하지 않기 위해서다. 차별의 대상이면서, 이 차별을 끊어낼 수 있는 존재도 바로 엄마라는 점에서 나도 책임감을 느낀다. 앞으로 세상을 그런 점에서는 좋은 쪽으로 달라질 것이라 믿는다. 나도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서 노력해가려고 한다.



#디즈니플러스

매거진의 이전글 나는 '점순이'였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