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람으로서 할 수 있는 일, 안느 브레스트의 '우편엽서'를 읽고
"러시아 소설이 다 그렇듯, 모든 이야기는 엇갈린 사랑 이야기에서 시작된단다."
"위험은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의 유일한 배경이었다. 빈센트는 그걸 좋아했다. 그에겐 그게 필요했다. 반대로 미리얌은 모든 것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외딴 농촌에서 맞이하게 된 단순하고 조용한 새 일상이 좋았다." (432쪽)
"그는 자신의 내면에서부터 빗장을 걸어 잠갔다. 그렇게 미리얌은, 살아있는 그를 볼 때마다 마치 움직이는 그림을 보듯 바라보아야 했다." (432쪽)
"웃으며 즐거운 저녁을 보낸 뒤, 아침에 눈을 뜰 때면 마치 모르는 사람이 자신의 침대 속에 들어와 있는 것처럼 그녀를 바라보았다. 함께 매일매일을 보내도 아무것도 축적되지 않았다. 모든 것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다."(433쬭)
"그날 밤, 미리얌은 자신이 쓸모없는 육신을 짊어지고 있다고 느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리얌은 그녀에게 아무런 욕망도 가지고 있지 않은 이 수수께끼의 남자를 세상 그 누구와도 나누고 싶지 않았다. 이 아름답고 슬픈 남자는 그녀만의 것이었다. 때론 아이처럼 순진하지만 번득이는 눈을 가진 남편이었다. 서로를 이어주는 반지 하나 만큼의 가냘프고 연약한 친밀함만으로도 충분했다. 물론 그는 하루 종일 그녀에게 아무런 말도 건네지 않았다. 그래서 어쩌란 말인가? 그는 그녀에게 삶과 죽음을 맹세했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말은 없었다."(43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