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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니그람 Jan 26. 2024

시에 대해서, 그리고 잉에보르크 바흐만

마르셀 라이히라니츠키의 '나의 인생'을 읽으며

시에 대해서는 거의, 사실상 전혀 모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감동 받아본 시도 없고, 학교다닐때 배웠던 것은, 그것이 시험에 출제되면서 더더욱 알 수 없고, 어렵고, 싫은 것이었다. 어떤 이유인지는 잘 모르겠다. 지금도 크게 달라지진 않았지만, 언어의 아름다움은 나를 잘 감동시키지 못했던 모양이다. 내가 그것을 잘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하는게 맞을 것 같다. 그렇다보니 소설에서도 마찬가지지만 시에 대해서도 뭔지 모를 부채감이나 죄책감, 미안함 같은 것이 있다. 남들이 아름답다는 것을 내가 알아보지 못하는데서 오는 그런 감정들 말이다. 언젠가 소설과 친해져봐야지 하는 생각이 드는데, 시는 선뜻 그런 생각조차 들지 않는다. 아마도 학창시절 시험에서 느꼈던 막막함이 내겐 여전히 큰 장벽이 되고 있는 것 같다. 내겐 국어가 제일 어려웠다.


'나의 인생'이번 편에서는 라이히라이츠키가 참여했던 독일 문학모임 'Gruppe 47'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책의 초반에도 언급이 되기는 했으나 그때 처음 들어서 어떤 모임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 모임의 리더인 리히터라는 사람에 대해 좀 특이하다는 언급이 있고, 글 뒷부분으로 가면 그 모임에서의 독일의 시인이라고 알려진 잉에보르크 바흐반과의 만남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그녀에 대해서는 독일독서토론 방송에서 언급된 내용 정도를 알고 있다. 시인이었고, 그녀의 이름을 딴 문학상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 문학상의 출품작의 스타일이 어떤 비평가의 마음에 안든다는 것, 그리고 막스 프리쉬라는 사람과의 사랑이 비극적으로 끝나고 10년간 절필하다가 책을 냈다는 것, 그리고 70년대 세상을 떠났는데, 아마도 자살로 추청된다는 것 정도를 들었다. 독일어로는 소설도 어렵기 때문에 시를 읽고 이해할 생각은 더더욱 하지 못했다. 그랬기에 그녀가 어떤 작가인지는 전혀 모른다고 봐야할 것 같다.


그러한 바흐만에 대해서 까다롭고 솔직한 비평가 라이히라니츠키가 "이 시대의 독일어권에서 가장 의미있는 시인"이라고 평하는걸 보니 어떤 작가인지가 급 궁금해졌다. 그가 본 모임에서의 그녀의 모습은, 아마도 실패한 사랑에 고통받는 와중이라서인지 적잖이 침체되고 우울했던 모양이다. 1971년 10년의 공백기간 끝에 내놓은 아마도 자전적인 소설 '말레나'를 읽고 그는 그녀에게 곧 어떤 비극이 닥칠 것을 예감했던 모양이다. 그러고는 2년뒤인 1973년에 그녀는 세상을 떠난다. 그때 그는 추도사를 요청받아서 쓰게 되었는데 그 글에 대해 이렇게 적었다.


나는 그 글을 다음과 같은 고백과 함께 끝마쳤다. 내가 그녀의 시집 "연기된 시간"과 "큰 곰의 호출"에서의 몇몇 시가 이 세기에 독일어권에서 쓰여진 시들 중에 가장 아름다운 시로 꼽는다고 말이다. 나는 자책감을 느끼며, 왜 내가 이것을 그녀에게 한번도 이야기해주지 않았을까를 자문했다.


기회가 된다면 언급된 시집은 읽어보고 싶다.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힌다고 누가 그랬는데, 독일에서는 하루라도 시를 읽지 않는 하루는 상상할 수 없다고 이야기 하는 사람이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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