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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니그람 Jan 28. 2024

친구 인스타를 통해 본 우리 아이들 교육의 현주소.

결론은 인스타 삭제.

인스타그램을 안한지가 2년 좀 넘은 것 같다. 나의 몇 안되는 지인과 연결되어있던 곳이다. 그중에 두명은 나의 첫째 아이와 같은 나이에 한두달 밖에 차이 안나는 딸을 키우고 있었다. 그렇다보니 시기마다 그들의 딸은 어떤 성장을 거쳐가는지, 그들은 아이들에게 무엇을 해주는지를 내가 원하지 않아도 자꾸 들여다보게 되었다. 인스타를 끊은 것은 둘째가 20개월쯤에 입술이 다쳐서 꾀매고, 아마 평생 가져가야할 흉터가 생긴 뒤였던 것 같다. 아이에 대한 죄책감에 더이상 아이들의 일상을 공개하고 싶지 않아졌다.


그랬는데, 최근 서평단활동을 시작하면서 어느 한 곳에서 인스타 활동이 권장되었고, 그래서 아주 오랜만에 인스타를 다시 깔아서 들어가보게 되었다. 그러면서 내 친구딸은 지금 어떻게 지내나..(라고 쓰고 한글을 뗐는지 등을 파악해보려고 라고 읽음)를 들여다보았다. 보니까 최소한 작년에는 한글을 뗐고, 최근 게시물을 보니 피아노를 배우고 있었다.


우리 딸은 아직 까막눈이다. 몇번 시도했지만, 내가 가르치는걸 싫어해서 그냥 놔두었다. 피아노나 다른 취미를 배울 기회를 제공할 생각은 하지 못했다. 첫째 아이에게 미안한 일인데, 첫째아이의 일상은 아직 둘째와 한묶음으로 진행이 되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에서라면 미술이나 음악, 태권도 학원 같은데를 보낼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딱히 아직 보내야할 필요를 느끼지는 못했다. 그 이유는 다분히 나의 오만함 때문인데, 딱히 알아본 것도 아니면서 내가 만족스러울 정도의 교육을 해줄만한 교육기관이 있을 것 같지가 않아서이다. 내가 배울 것도 아닌데 '나의 만족'을 따지는 것, 그리고 가보지도 않고 교육기관을 폄하하는 부분에서 오만이라고 한 것이지만, 10년전 학원강사로 일해본 경험에 의해, 물론 강산이 한번 변하긴 했겠지만 그때와 크게 다르지 않을거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문제는 그렇다면 대안적으로 아이들에게 뭔가를 해주어야할 것 같은데 그것도 아니라는 점이다. 학원을 보내지 않았던 이유 중 하나도 아이들을 직접 가르쳐야지, 하는 생각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지금으로부터 30년전 내가 피아노를 배웠었기에, 영어는 내가 좀 배워서 가르치면 되겠지, 한글도 내가 아는 것이고, 수학은 강사였고, 수영도 내가 가르치면 되고, 모든 것을 내가 내가 내가...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적어놓고 보니 나야말로 '내가 내가' 병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그러한 거의 첫 아이를 임신한 초기 무렵에 가졌던 나의 원대한 포부는 아이를 낳아 기르고, 아이들이 점점 커가면서, 하루에 나의 가장 큰 과업이 '밥'이 되면서 점점 쪼그라들었다. 내게는 아이들에게 필수 영양소에 맞춰 밥을 차려서 그것을 잘 먹게 하는 것과, 그 전후의 준비와 치우기가 가장 큰 책임이면서 부담이 되었고, 그것을 해결하는데 에너지를 쏟다보니 그외의 지적인 활동에 대한 고민은 사치가 되어버린 것이다.


현재 내가 애들 교육이라고 하는 것은, 하루 1시간정도 영어동영상을 틀어주는 것, 그리고 매주나 혹은 격주로 도서관에가서 20권 내외의 책을 빌려다 잠자리에서 3-5권씩 읽어준다는 것 정도이다. 영어책도 읽어주었었지만, 현재는 게으름으로 멈춰있다. 첫째아이 두돌부터 해서 엄마표 영어를 한지는 오래되었지만 아이들이 크게 외적으로 아웃풋이 나오진 않는다. 뭔가 축적되어 가고 있을거라 믿고 싶지만 확신할 수 없다.


친구 인스타를 보니 갑자기 불안감이 밀려온다. 피아노는 커녕 한글도 아직이고, 이제 셋째아이가 태어나면 더욱더 나의 시간과 에너지는 당장 필요한 것들을 해주는 것으로 고갈될텐데 걱정이다. 우리 애들은 너무 늦는 것은 아닐까 하는. 그래서 내가 택한 해결책은, 다시 인스타 삭제. 차라리 보질 말자. 그러면서 슬쩍 딸에게 물어본다.


"너 피아노 배워볼래...?"


이사가면 피아노 한대 놔야하나 싶다. 내가 좀 연습해서 가르쳐볼까 하는 비현실적인 꿈을 버리지 못한 채.. 뭐 좀 늦으면 어떤가. 애들은 나보다는 잘 살아갈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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