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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NLAN 란란 Oct 24. 2024

사용자의 목소리가 모두 정답은 아니다

데이터로 풀어낸 UX 디자인: 프로들의 10가지 비밀

비밀 9 : 사용자의 목소리가 모두 정답은 아니다.
UX를 설계할 때 다양한 사용자의 여러 목소리를 맹목적으로 믿으면 안 되는 이유를 안내합니다.


UX 디자인에서 사용자 피드백은 필수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설문조사, 리뷰, 고객 응대 자료, 유저 인터뷰 등에서 사용자의 목소리를 찾곤 하죠.


그러나 모든 사용자 피드백이 유용하거나 의미 있는 통찰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잘못된 사용자 피드백에 지나치게 의존하면 오히려 서비스 품질이 낮아지거나 이도 저도 아닌 제품이 되어버리기도 해요.


최악의 경우엔 사용자 목소리만 믿고 제품이나 서비스를 시장에 내놓았는데 그들의 말과 다르게 시장에서 외면받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버리기도 합니다.


왜 그럴까요?




사용자는 다양하기 때문에
요구사항이 모순되기 쉬워요


서비스는 하나여도 이용하는 사람은 다양하며 각각 조금씩 다른 이유로 해당 서비스를 이용합니다. 모든 사용자가 똑같은 니즈와 기대를 가지고 있지 않아요.

각 사용자의 경험은 개인의 상황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피드백이 서로 충돌하거나 상반되기도 해요.


어떤 사용자는 기능을 더 단순화해 달라고 요청하는 반면 다른 사용자는 기능을 더 추가해 달라고 할 수도 있어요. 이런 모순적인 피드백을 무작정 반영하면 제품의 핵심 방향성을 잃을 수 있는 거죠.


가상의 전자책 서비스 냥냥북스로 예를 들어볼게요.

냥냥북스는 이번에 출시한 전자책 앱 서비스에 '고객의 목소리 게시판'을 만들어뒀어요. 거기서 수집되는 유저 피드백을 꼼꼼히 확인하고 있었죠. 그런데 좀 심란했어요.

너무 상반된 피드백이 올라오고 있었기 때문이죠. 


▪︎사용자 1 : "냥냥북스에는 다른 전자책 서비스랑 다르게 베스트셀러가 없어서 불편해요. 남들은 뭘 보나 확인하기 좋은데... 월별 베스트셀러를 추가해 주세요"

▪︎사용자 2 : "여긴 베스트셀러가 없어서 책을 편식하지 않고 내 취향대로 볼 수 있어 좋아요. 마치 독립서점에 온 느낌이라 다른 전자책 서비스와 차별화되어 좋습니다."

▪︎사용자 3 : "베스트셀러에 올라와있는 글은 안 그래도 거르는데ㅋㅋㅋ 없어서 좋네요"


3개의 피드백을 두고 냥냥북스팀은 한참을 고민했어요. 베스트셀러를 만들어야 하는 것인지 만들지 않고 이대로 둬야 하는 것인지 혼란스러웠죠.

팀에서도 베스트셀러를 만드냐 안 만드냐를 두고 의견이 양갈래로 나뉘었어요.


이럴 때는 무작정 사용자의 목소리를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 아닌 '우리 서비스가 누구를 만족시켜야 하는가?'를 기준으로 반영하면 되어요. 여러 개의 답이 있다면 그중 하나의 답을 선택하는 거죠.


냥냥북스팀은 앞서 고객 세그먼트에서 '20~40대 출, 퇴근하는 직장인' 세그먼트를 타깃으로 삼았고 그 안에서 총 2개의 페르소나를 만들어뒀어요. 베스트셀러가 없어서 좋다는 피드백이 더 많았지만 타깃으로 삼은 세그먼트의 욕구를 확인한 뒤 베스트셀러를 추가하기로 했습니다.

(* 페르소나와 고객 세그먼트 내용은 바로 이전 글을 참고해 주세요)


이렇듯 사용자는 다양하기 때문에 요구사항도 다양하고 그들끼리 충돌되기 쉬워요.




사용자 피드백이
소수의 의견일 가능성이 있어요


우리는 살면서 문제가 없을 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넘어갑니다. 요구사항이나 불만사항은 오히려 문제가 생겼을 때만 말합니다. 


또는 이용하는데 크게 불편하지 않으면 내 의사를 전달하기 귀찮아서라도 그냥 이용하기도 해요.

반대로 이용하는데 크게 불편한 경우 의사 전달을 하지 않은 채 서비스를 이탈해버리기도 하죠.


또한 어떤 사용자는 다른 사용자에 비해 기능의 세부 사항에 더욱 민감할 수 있어요. 

상대방이 세세하게 말할수록 우리는 그 기능이 정말 문제처럼 인식되어 '이 문제를 해결해야만 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서비스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큰 목소리로 애정을 드러내는 사용자 역시 있습니다. 

이런 경우 그 하나의 목소리가 너무 달콤해 서비스를 만드는 사람이 '모두 이 사용자와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라고 착각하기 쉽습니다.


어떤 목소리이든 고객의 목소리는 대부분 적극적인 성향을 가진 사용자들이 냅니다.

그들이 모든 사용자를 대표하는 게 아님에도 소수의 관점을 다수의 니즈로 착각하여 이들의 의견을 전부 수용하면 정작 조용히 잘 이용하던 다수의 사용자를 잃을 수도 있어요.


위에서 냥냥북스의 예시처럼 일부 사용자들이 '베스트셀러가 없는 게 훨씬 좋아요'라고 입을 모아 말하더라도 그들이 모든 사용자를 대표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크게 보면 1,000명의 사용자 중 20명의 목소리 일 수 있는 거죠.


이렇듯 사용자가 주는 피드백이 모든 사용자를 대표하는 게 아닌 소수의 의견일 가능성이 있으니 곧이곧대로 듣지 말고 한번 더 생각해야 합니다.




사용자는 종종 문제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해요


사용자가 자신이 겪고 있는 문제를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는 경우는 드뭅니다.

대부분의 사용자는 단순히 ‘불편하다’는 느낌을 받지만 정확히 어떤 점이 문제인지를 분석할 수 없어요.


또 그들은 서비스를 넓은 시야로 볼 수 없고 관련한 전문 지식이 없기 때문에 문제의 원인을 정확히 진단할 수 없습니다. 이럴 때 사용자가 제안하는 해결책은 눈에 보이는 것에만 그치는 경우가 많아요.


사용자는 "버튼이 작다"라고 말할 수 있지만 사실 진짜 문제는 버튼의 크기가 아닌 그들이 버튼의 위치를 인지하지 못했기 때문인 것처럼요. 사용자는 이용하면서 "글쓰기 버튼이 어디 있는 거야. 아 여기 있네. 아니 버튼 크기를 이렇게 작게 해 놓으니까 눈에 안 띄지"라고 생각했을 거예요. 그리고는 '글쓰기 버튼이 작아서 찾기 어렵습니다.'라는 피드백을 주겠죠.


이런 경우 문제의 본질은 버튼의 위치이기 때문에 버튼의 크기를 키워도 '글쓰기 버튼의 색상을 빨간색으로 바꿔주세요'와 같은 제안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습니다.


역시 가상의 전자책 서비스 냥냥북스로 예를 들어볼게요.


냥냥북스 팀은 "베스트셀러를 만들어주세요"라는 피드백을 반영해 월별 베스트셀러 50권을 홈 화면에 추가했지만 이후 사용자들로부터 새로운 불만이 접수되었습니다. 

바로 베스트셀러가 홈 화면의 너무 많은 공간을 차지해 자신이 선호하는 책을 발견하기 어려워졌다는 것이었죠. 


이는 결국 사용자가 원한 것이 단순히 '베스트셀러'가 아닌, 자신에게 맞는 책을 쉽게 발견할 수 있는 경험이었음을 의미해요. 이렇듯 문제의 본질을 잘못짚으면 새로운 문제로 이어질 수 있는 거죠.




사용자는 창의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해요


사용자는 자신의 경험이나 들은 정보 안에서만 문제를 찾고 해결 방법을 떠올려요. 그래서 그들이 제시하는 해결책은 창의적이지 않을 수 있어요.


이번에도 가상의 전자책 서비스 냥냥북스로 예를 들어볼게요.

다수의 사용자들이 '책 추천 시스템을 개선해 주세요'라고 피드백을 주면서 '더 많은 카테고리 추가'나 '기존 추천 알고리즘 강화'와 같은 해결책을 제시했습니다.


하지만 냥냥북스팀은 이걸 곧이곧대로 듣지 않았어요. 사용자가 제안한 해결책은 그들이 다른 전자책 서비스나 다른 앱 서비스에서의 경험한 것에 기반한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죠.


냥냥북스팀은 사용자가 '추천 시스템을 왜 개선해 달라고 했을까?'에 집중했습니다. 그들을 추적하고 분석해 본 결과 사용자는 사실 단순한 추천을 원한게 아닌 개인 특화 추천을 원하고 있었습니다.

알고 있는 선에서만 생각하다 보니 지금의 추천 시스템에서 '지금보다 더 많은 카테고리가 있으면 내가 원하는 게 있는지 둘러보기 편할 텐데' 라든가 '지금 이 추천 알고리즘이 좀 별로인 것 같아. 내가 관심 있어할 만한 책을 추천해주지 않잖아'와 같이 생각했을 것이고 그 결과 카테고리 추가나 알고리즘 강화와 같은 해결책을 제시했던 거죠.


냥냥북스팀은 그들이 요구한 해결책이 아닌 다른 기능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먼저 사용자가 취향을 더 쉽게 설정할 수 있는 설문 기능을 추가했어요. 그리고 그 설문이 끝나면 같은 취향을 가진 다른 사람들이 읽는 책을 보여주는 일명 '당신만의 책장'이라는 기능을 선보였습니다.


출시 후 반응을 보자 카테고리 추가나 기존 추천 알고리즘 강화를 해결책으로 제시한 사용자들은 자신들이 제안한 기능을 왜 넣지 않고 엉뚱한 기능을 추가했냐고 화를 내기보다는 지금 이 방식이 훨씬 좋다며 만족했습니다. 


이렇듯 사용자는 자신이 알고 있는 범위 안에서만 문제와 해결책을 생각해 내기 때문에, 종종 더 나은 해결책을 찾는 데 한계가 있어요. 그들은 자신이 이미 경험한 것에 기반해 문제를 인식하고 이를 해결하려 하니까요.






사용자의 목소리가 항상 정답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모두 오답도 아니고요.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것은 '고객의 목소리가 정답이 아닐 수 있음을 반드시 인지하고 그들의 목소리를 수집한다' 에요.


피드백을 맹목적으로 따르는 것이 아니라 이를 디자인 목표와 사용자 전체의 니즈에 맞게 필터링하고 활용하는 것이 효과적인 사용자 경험을 창출하는 핵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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