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로 풀어낸 UX 디자인: 프로들의 10가지 비밀
비밀 6 : 유저 인터뷰로 고객도 모르는 고객 [니즈 원츠 발견]하기.
앞서 발견한 고객의 문제를 좀 더 깊이 있게 이해하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기 위해 그들의 니즈와 원츠를 발견하는 방법을 소개합니다.
우리는 수집-발견-도출 중 '두 번째 발견'의 단계를 지나고 있습니다.
첫 번째 발견에서는 예상한 문제, 예상하지 못한 문제를 모두 발견했던 것을 기억하시나요? 마치 보물찾기 같았죠.
이제 이보다 더 깊은 곳에 있는 보물을 찾을 거예요. 표면으로 드러나는 답변이나 패턴으로는 알아보기 어려운 '니즈'와 '원츠'라는 보물을요.
앞선 글에서 발견했던 고객의 문제는 '요구사항'이라고 볼 수 있어요.
고객이 스스로 알고 해결책을 요구하느냐 아니면 자신도 잘 몰라서 해결책을 요구하지 못하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 쉽게 겉으로 드러나죠.
앞선 글 복습하기 >
https://brunch.co.kr/@kkokkodaec/29
요구사항 자체에만 집중하면 문제의 본질을 해결하지 못할 수도 있어요.
이번에도 냥냥북스로 예를 들어볼게요.
유저 인터뷰 때 '기존 전자책 이용 시 불편한 점'에 대해 물었다고 가정해 볼게요.
A 씨는 이렇게 말했어요.
"오랜만에 전자책 서비스 접속하면 로그인이 풀려서 다시 로그인하라고 떠요. 그래서 로그인해서 보던 책을 열면 첫 장에서 다시 시작해요. 로그인 좀 안 풀렸으면 좋겠어요."
B 씨는 이렇게 말했어요.
"다음날이 되면 자꾸 로그인이 풀립니다. 로그인이 풀리면 제가 형광펜을 쳐놓은 게 보이지 않아요. 매번 다시 로그인해야 하는데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길어서 치는 게 번거로워요. 아이디, 비번을 저장하는 기능이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C 씨는 이렇게 말했어요.
"기기를 바꿔서 로그인하면 기존 기기에서 로그인이 풀려요. 폰으로 보는 책이랑 패드로 보는 책이랑 다른데 매번 로그인해야 하니까 좀 불편하더라고요. 심지어 기존 기기에서 로그인을 다시 하면 보고 있던 책 정보가 날아가니까..."
모두 다 '로그인이 풀리는 것이 불편하다'라고 말하고 있네요. 전자책 서비스처럼 재이용이 중요한 서비스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로그인이 계속 풀린다면 문제죠.
그렇다면 이 문제의 본질이 '로그인으로 인한 불편함'일까요? 아니에요.
그들이 말하는 불편함의 핵심은 '로그인이 풀리는 것' 자체가 아닙니다. 본질적인 문제는 로그인이 풀림으로 인해 '내 행위가 중단되는 것'입니다.
A 씨는 다음날 책을 다시 보려 하면 로그인이 풀려있기에 '읽는 행위'가 중단되어 불편합니다.
B 씨는 다음날 다시 책을 열면 로그인이 풀려있기에 '형관펜을 치는 행위'가 중단되어 불편합니다.
C 씨는 동시에 2가지 이상의 기기에서 서로 다른 책을 보려 하면 한쪽 기기에서 로그인이 풀리니 '교차 독서 행위'가 중단되어 불편합니다.
즉 고객이 직접 말하진 않았지만 사실 그들에게는 '내가 책을 즐기는 과정이 중단되지 않게 해 주길 바란다'라는 니즈가 내재되어 있는 거예요. 이게 해결해야 하는 문제의 본질입니다. 로그인이 풀리지 않아야 하는 것은 그 결괏값 중 하나인거구요.
문제의 본질에 접근했다면 로그인이 풀리는 문제뿐만 아니라 '고객이 책을 즐기는 모든 과정에서 그 즐거움이 중단되는 다른 문제'가 있는지 확인하고 함께 조치할 수 있어요.
그러면 고객 만족도는 훨씬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처럼 본질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니즈와 원츠를 알아야 해요.
그렇다면 니즈와 원츠가 도대체 무엇일까요? 이 둘은 요구사항과 다른 걸까요?
니즈는 '필요한 것'이고 원츠는 '원하는 것'입니다.
'요구사항'은 이 니즈 또는 원츠를 기반으로 발현되는 결과물이고요. 정리해 보자면 아래와 같습니다.
▪︎고객의 니즈 :
고객이 문제를 해결하거나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필요한 것을 말합니다.
때로는 고객이 자신의 니즈를 명확히 인식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품이나 서비스가 이를 충족해야만 고객이 만족을 느낄 수 있습니다.
▪︎고객의 원츠 :
고객이 제품이나 서비스에 바라는 추가적인 바람이나 욕구를 말합니다.
제품이나 서비스가 고객의 원츠를 충족시키지 않아도 고객은 만족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원츠는 주로 경쟁사와의 차별화 요소로 작용할 가치로 발현됩니다. 이 차별화 요소가 없다면 고객은 경쟁사로 떠나기 쉽겠죠. 그러니 장기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고객의 원츠 충족은 기업의 성공을 가르는 열쇠가 됩니다.
▪︎고객의 요구사항 :
제품이나 서비스에서 반드시 충족되어야 하는 구체적인 조건이나 기능입니다. 주로 니즈를 기반으로 발현되지만 원츠를 기반으로 발현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니즈와 원츠가 반드시 요구사항이라는 결괏값으로 도출되는 것은 아닙니다.
니즈는 대부분의 고객이 '나에게 그런 니즈가 있음'에 동의합니다.
그래서 요구사항으로 도출되기 쉽습니다.
위에서 냥냥북스로 예를 든 것처럼 고객에게 "당신은 몰랐겠지만 사실 당신은 책을 즐기는 행위가 중단되지 않았으면 하는 거죠? 그래서 로그인이 유지되는 게 필요한 거고요"라고 하면 모든 고객은 "아, 맞아요!"라고 할 거예요. 쉽게 고객의 요구사항으로 도출되는 거죠.
하지만 원츠는 조금 다릅니다.
고객이 '나에게 그런 원츠가 있음'을 동의할 수도 있고 반대로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 고객의 요구사항으로 도출이 안될 수도 있습니다. 말 그대로 숨어있는 거죠.
왜 그러냐면요, 니즈와 원츠가 상충될 수도 있어서 그렇습니다.
** 상충 : 서로 맞지 않고 어긋나다.
앞서 말했듯이 니즈는 '필요한 것'이고 원츠는 '원하는 것'입니다.
둘은 다릅니다. 그래서 상충할 수 있습니다. 필요한데 원하지 않을 수도 있고 반대로 원하지 않지만 필요할 수도 있어요. 이 상충지점을 어떻게 풀어내느냐에 따라 성공과 실패가 판가름 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볼게요.
[니즈와 원츠가 상충하는 예시]
▪︎고객의 니즈 : 플러스 사이즈 여성이 사이즈에 구애받지 않고 쇼핑할 수 있는 의류 매장 필요
▪︎결과물 : 플러스 사이즈 여성만을 위해 XL 이상의 의류만 판매하는 오프라인 의류 매장 오픈
천안에 사는 32세 박 모 씨에게는 17살의 여동생이 있습니다. 쉬는 날이면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여동생이 귀여워 동생의 옷을 사러 종종 쇼핑몰에 함께 가곤 했는데요.
동생에게 '이건 어때? 이거 너한테 색이 잘 받을 것 같아' 또는 '너 이런 스타일 좋아하지 않아? 잘 어울리는데 입어봐' 라며 열심히 쇼핑 메이트의 역할을 해주었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항상 같았습니다.
'내가 입을 옷이 없어. 다 너무 작아'라는 볼멘소리가 다였죠.
매장을 나올 때 쇼핑백을 손에 쥐고 나오긴 했지만 그 옷들은 대부분 남성복에서 고른 옷이어서 여동생은 그 옷들을 잘 찾지 않았습니다. (제 옛날 모습을 보는 것 같군요...)
그런 여동생을 보면서 함께 속상해하던 박 모 씨의 뇌리에 어느 날 이런 생각이 스칩니다.
'플러스 여성들을 위해 사이즈가 큰 여성복만 갖다 놓으면 통통한 여성들이 쇼핑하기 좋지 않을까?'
박 모 씨는 그 길로 여동생뿐만 아니라 여동생과 비슷한 나이 또래의 다른 플러스 사이즈 여성들을 본격적으로 인터뷰하였습니다. 그리고 그녀들에게 '플러스 사이즈의 여성인 내가 사이즈 고민 없이 쇼핑할 곳이 필요하다'라는 니즈가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박 모 씨는 그들의 니즈를 충족시킬 자신이 있었습니다. 몇 달의 준비 끝에 길 대로변에 플러스 사이즈 여성들만을 위한 옷가게를 오픈하였습니다. 옷가게 이름은 보자마자 알 수 있도록 '통통한 여우들만의 쇼핑몰'이라고 지었습니다. 멀리서도 잘 보이라고 간판 글자도 큼지막하게 새겼죠. 잠재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켰으니 이제 가게는 대박이 날 일만 남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어찌 된 일인지 예상과 다르게 손님은 오지 않았습니다. 인터뷰에 응했던 여성분들 조차도 방문하겠다는 말만 하고서는 방문하지 않았습니다.
안 되겠다 싶어 가게 앞에 가서 지나가는 플러스 여성들을 보면 호객행위도 하곤 했습니다. 또한 모처럼 손님이 들어오면 여동생에게 쇼핑 메이트가 되어주던 것처럼 열심히 옷을 추천해주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달라지는 것은 없었습니다. 박 모 씨는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고객의 니즈를 충족했는데, 다들 필요하다고 했는데 도대체 고객은 왜 반응하지 않을까요?
▪︎박 모 씨의 사업 결과 : 실패
▪︎박 모 씨의 사업 실패 이유 : 그녀들의 원츠를 파악하지 않았음
그녀들의 원츠가 무엇이었을까요? 분명 필요하다고 해서 오픈했는데 도대체 뭐가 잘못된 걸까요?
이 경우가 바로 니즈와 원츠가 상충하는 경우입니다.
고객의 원츠를 살펴볼게요.
▪︎고객의 원츠 : 내가 플러스 사이즈인 것을 스스로 인정하기 싫고 누군가에게 들키는 건 더더욱 싫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죠. 타인의 시선과 평가가 중요합니다.
플러스 사이즈의 그녀들은 사이즈가 큰 여성복이 분명 필요합니다. 그래서 필요하다고 답했어요.
하지만 자기 자신이 플러스 사이즈임을 인정하고 싶지 않고 더더욱 누군가에게 들키는 건 싫습니다. 왜냐면 동생의 나이를 잘 보세요. 17세 여성입니다. 타인의 시선과 평가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입니다. 여성은 특히나 이 나이 때 외모의 평가에 민감합니다. (나이 들면 신경 안 쓰게 됩니다.. 네, 제가 그래요. 옷 몇 개로 돌려입죠. 물론 잘 세탁해서 입습니다.)
이 가게는 심지어 대로변에 오픈하였죠. 간판 글자는 왜 이렇게 큰지, 가게 이름은 왜 이렇게 내가 외면하고 싶은 진실을 콕콕 찌르는지. 차라리 구석에라도 있으면 몰래 찾아갈 텐데 대로변에 있으니 누군가 볼까 두려워 들어가기 쉽지 않습니다. 용기 내어 들어가도 주인아저씨의 친절과 관심은 오히려 부담스럽습니다.
이를 알게 된 박 모 씨는 사업의 방향성을 틀게 됩니다.
그녀들의 니즈도 충족시키면서 더불어 원츠도 충족시킬 수 있는 방향성인 '온라인 쇼핑몰'로요.
온라인은 자기 자신이 노출되지 않으니 그녀들이 마음 편히 구매할 수 있겠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박 모 씨는 서둘러 온라인 쇼핑몰을 만들어 그곳에서 플러스 사이즈의 옷을 판매하였습니다. 더불어 그녀들이 직접 와서 피팅도 할 수 있도록 오프라인 매장도 유지하였습니다. 단, 골목 구석진 곳에 다시 오픈한 뒤 간판도 달지 않은 것에 차이가 있겠네요. 아, 손님이 올 시간이면 주인인 자신은 매장 안 어딘가에 숨어있는다는 차이도 빼놓을 수 없죠.
그 뒤로 박 모 씨의 사업은 입소문을 타 승승장구 하였습니다.
▪︎니즈와 원츠의 상충지점 : 플러스 사이즈 여성인 내가 사이즈에 구애받지 않으면서 쇼핑할 수 있는 의류 매장 필요 + 내가 플러스 사이즈임을 인정하고 싶지 않으며 타인에게 들키는 것도 싫음
▪︎니즈와 원츠의 상충지점을 풀어낸 결과 : 사업 성공
이처럼 원츠는 고객도 자신에게 그런 원츠가 있는지 몰라 명확하게 말해주지 않습니다.
또한 니즈는 대부분 문제가 해결되면 충족되지만 원츠는 문제가 해결되어도 충족되지 않아요. 좀 더 '욕망'에 가깝기 때문이죠. 자아실현을 하고 싶은 욕망, 명예를 얻고 싶은 욕망, 누군가의 사랑을 얻고 싶은 욕망 뭐 이런 욕망 말이에요.
그래서 인터뷰 중에 '왜?'를 많이 물어야만 원츠를 발견할 확률이 높아집니다.
천안의 박 모 씨가 인터뷰 중에 이런 질문들을 했다면 원츠를 발견할 수 있었을 거예요.
"당신은 옷 피팅 시 자신의 모습을 거울로 볼 때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체크하나요?"
그럼 이런 답이 나오지 않았을까요?
"최대한 날씬하게 보이는지를 봐요. 사실 거울 잘 안 봐요. 제 모습이 별로 보기 싫어서요"
또는 이런 답도 나오지 않았을까요?
"뒤에서 볼 때 떡대가 너무 커 보이진 않을까 싶어서 뒤를 좀 많이 봐요. 뒤에서 제 덩치가 크다며 수군거리는 걸 들었어서 그때부터 뒤를 체크해요. 다이어트 빨리 해서 그런 걱정 없이 옷 입고 말 거예요"
그랬다면 '17세의 그녀들은 지금 자신의 플러스 몸이 마음에 들지 않는구나. 큰 옷이 필요한 거지 큰 옷을 원하는 게 아니구나. 그런 자신을 누군가 흉볼까 봐 두려운 거구나'라는 마음을 헤아리고 정말 그녀들이 원하는 서비스를 준비할 수 있었을 거예요.
원츠는 '원하는 것'이라고 했죠. 이 원하는 것은 꼭 필요에 의해 발현되는 것은 아니에요.
이 모순덩어리인 원츠에 대해서 좀 더 얘기해 볼게요.
캠핑 좋아하시는 분, 필요한 것 캠핑장비를 하나씩 다 사고 나면 구매를 멈추시나요?
만약 조명이 '필요'하다면 조명을 구매하자마자 니즈가 충족되어서 더 이상 구매하지 않겠죠. 하지만 오늘의 감성에 따라 써야 하는 조명템이 다르다면요? '내 취향을 반영한 아이템을 이용함으로써 심리적 만족감을 느끼고 싶다'라는 욕망이 있는 것이기 때문에 취향에 맞는 조명 아이템을 발견할 때마다 원츠가 충족됩니다.
메이크업을 좋아하시는 분, 설마 레드립이 하나밖에 없는 거 아니죠?
정말 레드립이 '필요'해서 구매하는 거라면 하나면 충분하죠. 하지만 '내가 가장 예뻤으면 좋겠다'라는 욕망이 있다면 레드립은 하나로 충분하지 않아요. 나를 가장 돋보이게 해주는 레드립 컬러는 나의 머리색, 눈썹색, 옷 스타일, 외출 장소, 만남 상대 등에 따라 달라지니까요. 하늘 아래 같은 빨강은 없잖아요?
문구류를 좋아하시는 분, 노트와 펜은 각각 하나씩만 가지고 계신 거 아니죠?
정말 노트와 펜이 '필요'해서 구매하는 거라면 회사에서 굴러다니는 거 하나씩 습득하는 것만으로 충분합니다.
하지만 느낌별, 기분별, 상황별 쓰고 싶은 노트와 펜이 다 다르다면? '크지 않은 금액 안에서 내 취향을 마음껏 반영한 취미생활을 하고 싶다'라는 원츠가 발현된 것일 수도 있어요.
저는 얼마 전 처음으로 만년필을 샀는데요, 필요해서 산 게 아니었어요. 필사하는 순간을 특별하게 만들고 싶어서 구매한 아이템이었어요. 그래서 먼 곳까지 직접 가서 2시간을 시필을 하며 취향에 맞는 만년필을 골랐어요. 무려 8만 원짜리를요...! 전 이때 니즈를 충족하기 위해서가 아닌 '자아실현'의 욕망을 충족하기 위해서 구매한 거예요. 그러니 원츠를 충족시킨 거죠. (분명 집에 펜은 많은데 말이죠.)
쉽게 말해 특정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니즈 충족'에 가깝고, 문제 해결과 상관없이 나의 특정한 감정을 충족시키기 위해 필요한 것은 '원츠 충족'에 가까워요.
그래서 필요하지 않아도 그 물건을 원할 수 있어요.
고객도 자신이 왜 필요하지도 않은것을 원하는지 명료하게 설명하지 못할 수 있어요. 자신의 욕망을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에요.
'캠핑 장비 있는데 왜 자꾸 사세요?' 라고 물으면 '네, 저에게는 강한 인정욕구가 있는데 많은 캠퍼들 사이에서 제 장비가 돋보이면 이 인정욕구가 채워지기 때문입니다' 라고 말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요? 대부분 '그냥, 멋지잖아요' 라고 대답할거에요.
그렇기 떄문에 인터뷰 내내 ‘왜?’를 반복적으로 물어보며 답변을 얻어야 합니다. 그 안에 원츠를 발견할 수 있는 힌트가 있을테니까요.
니즈 파악, 원츠 발견 이 모든 것은 어떤 일련의 순서에 의해 발견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인터뷰 내용에서 인용구를 뽑고, 그 인용구에 속성을 부여하고, 반복되는 키워드나 주제를 그룹화하는 이 모든 과정을 거치면서 '스스로 알아서' 발견해야 합니다. 이 정성적 데이터를 쪼개서 보고, 비교해서 보고, 이렇게 봤다가 저렇게 봤다가 하면서 '이런 걸 원하는구나!'라는 답을 직접 찾아야 해요.
그래도 감은 잡아야 하니 냥냥북스로 예를 들어볼게요.
종이책보다 전자책을 선호하는 그룹의 인용구 몇 개를 볼게요. 속성은 나이대만 포커싱 했어요.
[전자책 선호 그룹]
▪︎A 씨 (30대 초반) :
"전자책이 더 좋아요. 언제 어디서든지 볼 수 있어서. 사실 출퇴근길밖에 책 볼 시간이 없잖아요. 그때라도 봐야지 안 그러면 따로 공부할 시간이 없어서. 아침에는 전화영어 하느라"
▪︎B 씨 (30대 중반) :
"종이책은 들고 다니기도 무겁고 또 매번 사러 가기도 힘들어요. 그리고 부동산 쪽은 최신성 반영이 중요해서 자주 신간을 봐줘야 하거든요. 그리고 제가 퇴근할 시간이면 서점도 퇴근시간이고, 그렇다고 주말에 가자니 주말에 서점 한번 갈라고 움직이면 하루 훅 가요. 주말에는 임장 가야 돼서 시간 빼기 힘든데"
▪︎C 씨 (20대 중반) :
"전자책은 가성비가 좋아요. 종이책은 그거 다 사야만 볼 수 있는데 전자책은 내가 월 얼마만 내면 거기 있는 책 다 볼 수 있잖아요."
▪︎D 씨 (30대 후반) :
"유튜브나 시사 관련 콘텐츠 구독으로 정보 얻긴 하는데 전문가가 주는 정보가 필요한 분야는 책을 이용해요"
▪︎E 씨 (20대 후반) :
"전자책에서 없는 책은 알라딘 같은 중고서점에서 사요. 아, 근데 진짜 요즘 책 너무 비싸서 웬만하면 전자책으로 봐요."
[종이책 선호 그룹]
이번에는 반대로 전자책보다 종이책을 선호하는 그룹의 인용구 몇 개를 볼게요.
▪︎종이책 선호 그룹 : A 씨 (30대 초반) :
"종이책은 전체 내용 훑어보기 좋고 원하는 페이지만 빠르게 확인하기 편하고. 부동산책은 입장 차이 다른걸 섞어서 봐야하는데 그럴려면 전체를 훑어보기 좋아야되거든요. 아, 왜냐면 전자책은 그거 은근히 열어보는데 시간 딜레이 되더라고요"
▪︎종이책 선호 그룹 : B 씨 (30대 중반) :
"전자책은 좀 정이 안 간다고 해야 하나? 서점 가서 요즘 자기계발쪽에서 뭐가 핫한지 보는 것도 좋고 가면 사람들 많은 거 보고 자극도 돼서 좋아요. 아, 다들 열심히 산다. 나도 분발해야지 뭐 이런"
▪︎종이책 선호 그룹 : C 씨 (20대 후반) :
"종이책에 형광펜 그어가면서 해야 잘 읽혀요. 그야 뭐 요약하거나 하는 것도 잘되고. 에세이나 소설은 전자책으로 보는데 그런 거 말고 경제지식 책이나 부동산 뭐 마케팅 이런 책은 읽고 마는 게 아니라 내가 학습을 해야 하니까 아무래도"
▪︎종이책 선호 그룹 : D 씨 (20대 중반) :
"아무래도 역사는 종이책이 내용이 한눈에 들어와서 더 좋아요. 도서관 가서 빌려봐요 주로. 전자책은 전체적인 맥락 파악하는 게 좀 힘들어서... 필요한 책이 도서관에 없을 때만 전자책 개별 구매해서 보고 딱히 정기구매는 안 하는"
[니즈와 원츠]
선호도가 정 반대인 두 그룹의 인용구를 봤어요. 이런 관점, 저런 관점으로 봤죠. 제가 여기에서 어떤 니즈와 원츠를 발견했을까요? 저는 이런 니즈와 원츠를 발견했어요.
・니즈 : 20대는 주로 책 구매에 있어 '돈'을 필요로 하고 30대는 주로 '시간'을 필요로 한다.
・원츠 : 연령 상관없이 그들은 책을 통해 '지식'을 습득하여 각자 관심 있는 분야에서 뒤처지지 않고 싶어 한다.
20대는 어떤 책을 선호하던 그 이유에 주로 '비용'이 깔려있어요. 아무래도 아직 경제적으로 부족할 나이대인 게 그 이유로 추정되어요.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은 '저렴한 비용에 책을 보는 것'이겠죠.
반면 30대는 비용보다는 시간이 좀 더 비싼 가치예요. 책을 구매하는 것은 경제적으로 문제없는 나이이기도 하고 이루고 싶은 목표도 20대에 비해 더 많아질 나이대인 게 그 이유로 추정되어요. 그들이 필요로 하는 건 '책 구매에 시간을 최소화하는 것'이겠죠.
이렇게 나이대에 따라 책을 구매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가치가 다른 것을 확인했어요. 명백히 드러나는 요구사항이기도 하고 이 문제가 해결되면 영원히(?) 만족할 것이기에 니즈라고 볼 수 있죠.
20대는 돈이, 30대는 시간이 많으면 책 구매를 망설이지 않을거에요.
하지만 나이와 상관없이, 종이책이냐 전자책이냐와 상관없이 책을 소비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가치는 '배움'이었는데요. 그 바탕에는 '불안'이 깔려있습니다. 바로 사회에서 자신의 자리를 지키지 못할 것에 대한 불안이에요.
이건 욕망이라서 영원히 만족할 수 없어요. 아무리 많은 책이 주어져도, 아무리 많은 시간이 주어져도 이 불안은 다시 생겨납니다. 그러니 원츠라고 볼 수 있어요. '내 자리가 위태롭지 않았으면 좋겠다' 라는 원츠요.
이 원츠는 마르지 않는 샘물 같아서 서비스의 확장성 또는 지속성에 한계가 없도록 만들어줘요.
물론 니즈만 발견해도 충분합니다. 하지만 원츠까지 발견하면 더 넓은 시야로 데이터를 분석하고 인사이트를 낼 수 있어요. 더불어 원츠는 비즈니스 전략에 있어 마르지 않는 샘물을 제공해 줄 거예요.
이왕 돈과 시간을 들여 하는 유저 인터뷰 진행, 이참에 고객도 모르는 고객의 니즈와 원츠를 모두 발견할 수 있도록 '왜'를 많이 물어보고 그 답변에서 우리의 고객에게는 어떤 욕망이 있는지를 발견해보는게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