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로 풀어낸 UX 디자인: 프로들의 10가지 비밀
비밀 5 : 유저 인터뷰로 고객도 모르는 고객 [문제 발견]하기.
앞서 수집한 유저 인터뷰 내용을 분석하여 숨겨진 패턴을 찾아내거나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를 인식하는 방법을 안내합니다.
이제 유저 인터뷰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발견해 볼 차례예요. 수집-발견-도출에서 '발견'단계죠.
발견의 핵심은 '관점'과 '그룹'입니다. 어디에 관점을 두느냐, 어떤 공통점으로 이루어진 그룹이냐에 따라 다양한 발견을 할 수 있어요.
수집을 잘했다면 이 과정이 아주 재미있을 거예요! 가볼까요~
인터뷰 내용을 노션이든 메모장이든 구글독스든 어딘가에 열심히 기록했을 거예요.
하지만 그 기록은 아직 그저 낱말의 집합체에 불과하죠. 규칙도 없고 기준도 없으니 다 읽어도 '그렇군'과 같은 반응 외에는 무언가를 발견할 수 없어요. 더구나 이 대화기록을 보면 '쓸데없는 말'이 정말 많을 거예요. 우리는 챗 gpt처럼 질문에 딱 맞는 답변만 하는 것도 아니고 그 답변이 정교하지도 않거든요.
인터뷰 대상자가 말을 하다 보면 말이 삼천포로 새기도 하고 동문서답을 하기도 해요. 아, 그리고 비밀인데요. 인터뷰 대상자는 종종 거짓말도 해요. 의도적으로 하는 건 아니고 우리 뇌의 특별한 활동 때문에 그래요. 이건 나중에 다른 글로 자세히 다뤄볼게요!
아무튼, 이런 대화 기록들 사이에서 보물을 찾아야 합니다. 보물 찾기인 거죠. 대화 내용에서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인용구만 뽑아냅니다. 가능하다면 그 인용구 옆에 자신의 생각을 메모로 남겨놓는 것이 좋아요. 안 그러면 나중에 '엥, 내가 이 인용구를 왜 중요하다고 생각했더라?'라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어요. (여러분은 그러지 않으시길...)
냥냥북스로 예를 들어볼게요.
[인터뷰 내용]
・질문 : 출근시간, 퇴근시간, 자기 전 이 세 가지 시간 중 책을 가장 많이 읽는 시간대는 언제예요?
・답변 : 음, 아무래도 출근시간에 많이 봐요. 아니다, 자기 전에 많이 봐요. 침대 옆에 항상 책이 있어요. 요즘엔 좀 고전이긴 한데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를 보고 있어요. 그거 보셨어요? 아, 너무 재밌더라고요. 그 작가 거 연금술사는 봤는데 베로니카를 아직 안 봤었거든요. 오늘은 여기까지만 봐야지 하고 펼치는데 계속 보게 돼서 자는 시간을 놓쳐요. 지금도 사실 빨리 가서 보고 싶어요. 베로니카가 피아노를 치기 시작했는데 도대체 이게 무슨 이유일까 너무 궁금해요.
・질문 : 아, 베로니카 재밌죠. 피아노 치기 시작한 뒤 어떻게 됐는지 말씀드리고 싶지만 스포니까 참을게요. 그런데 많은 분들이 자기 전보다 출근 시간에 더 많이 보시던데 oo님은 자기 전에 더 보시네요?
・답변 : 네네, 출근할 땐 일부러 걸어가거든요. 그땐 오디오북을 많이 들어요. 요즘 세상 좋아졌어요 정말. 오디오로 책도 보고 말이죠. 근데 ai가 들려주는 건 좀 어색하긴 하더라고요. 성우가 녹음한 것만 듣고 있어요 요샌.
・질문 : ai가 아직 사람을 따라갈 순 없나 봐요. 아니 그런데, 오디오북 들으려고 일부러 걸어가시는 거예요? 얼마나 걸으시는데요?
・답변 : 한 40분 정도 걸어요. 근데 오디오북 들으면서 가면 금방 가요. 집 앞 개천 라인 쭉 따라서 걷다 보면 금방 가더라고요. 요즘같이 날씨 좋은 날은 오디오북이 귀에도 안 들어올 정도 이긴 한데 겨울은 또 춥고 그래서 오히려 가을 겨울이 더 어쩌고 저쩌고 (생략)
・질문 : 자기 전에 책 읽는 시간은 얼마나 되시는데요? 10분? 1시간?
・답변 : 어우 한 시간 까지는 못 가고요. 한 15분 정도 읽는 것 같아요. 졸려서 못 읽겠더라고요.
・질문 : ??? (조금 전에 자기 전에 읽는 책이 너무 재밌어서 자는 시간을 놓친다고 했는데...???)
휴, 어질어질하네요. 자, 이제 이런 대화 기록에서 보물을 찾아봅시다. 원래 보물은 숨겨있어야 찾는 재미도 있는 거죠! (라고 스스로를 달래 본다.)
이 중 중요한 인용구는 무엇일까요?
저라면요, 아래 내용의 인용구만 발췌하겠어요. 그리고 이렇게 메모를 써놓을래요.
[중요 인용구와 메모]
・"출근할 땐 일부러 걸어가거든요. 그땐 오디오북을 많이 들어요"
→ 메모 : 출근할 때도 라디오나 음악 대신 오디오북으로 '책'을 듣는다. 무엇을 얻고 싶어서일까?
・" ai가 들려주는 건 좀 어색하긴 하더라고요. 성우가 녹음한 것만 듣고 있어요"
→ 메모 : 들을 수 있는 것만으로 만족하지 않는다. 자연스러운 오디오가 중요 포인트.
인용구를 발췌했다면 이 인용구가 검색과 그룹화가 편하도록 만들어야 해요.
어떻게 하냐면요, '속성정보(메타디이터)'을 부여하는 거예요. 속성이 부여된 인용구는 그때부터 그냥 자료가 아닌 '정성적 데이터'가 됩니다.
인터뷰 내용의 인용구에 어떤 속성을 부여해야 하는지 정답은 없지만 그래도 가이드는 있어야 감이 오겠죠?
유저 유형이나 공통된 특징을 부여하면 좋아요.
냥냥북스로 예를 들어볼게요. 인터뷰를 진행하기 전 아래의 내용을 정의했죠.
・프로젝트 : 전자책 서비스 '냥냥북스' 출시
・목표 : 타깃 고객의 전자책 '독서 환경'에 대한 숨겨진 니즈 발견
・얻고자 하는 정보 : 타깃고객의 주요 도서 카테고리, 전자책과 종이책 중 선호도와 그 이유 등
・타깃 고객에 맞춘 인터뷰 대상자 : 연령대별, 직업별, 출퇴근 종류별
얻고자 하는 정보가 명확하기 때문에 그에 맞춰 주요 속성을 부여합니다. 특히 '타깃 고객에 맞춘 인터뷰 대상자'에 대한 속성은 필수값이에요.
[인용구에 부여할 속성으로 선택한 것들]
・연령대
・직업
・성별
・출퇴근 방식(종류)
・출퇴근 때 독서 여부
・전자책 서비스 이용 여부
이제 위의 속성을 뽑아낸 모든 인용구에 공통으로 삽입해요.
[인용구에 속성을 부여]
・"출근할 땐 일부러 걸어가거든요. 그땐 오디오북을 많이 들어요"
[속성 : 20대 후반, 여성, 인테리어 디자이너, 출근땐 도보 이용 퇴근땐 따릉이 이용, 출근할 때 오디오북 퇴근할 땐 독서 안 함, 전자책 서비스 이용 중]
・"아, 이번에 회사 문화비로 책을 한 20권 샀어요. 이거 다 읽으려면 몇 달 걸릴 것 같아서 일단 전자책 서비스는 해지했어요."
[속성 : 30대 초반, 남성, 개발자, 출퇴근 전철이용, 출퇴근 전자책 혼용 이용, 전자책 서비스 이용하다 해지상태]
・"진짜 마음에 드는 책은 종이책으로 소장해요. 전자책은 약간 막 보기 좋은 걸로만 보고요. 소설이나 에세이 이런 거?"
[속성 : 30대 중반, 여성, 방송작가, 출퇴근 자차 이용, 출근할 때 오디오북 퇴근할 땐 독서 안 함 라디오 청취함, 전자책 서비스 이용 중]
중요한 건 같은 규칙으로 속성값을 넣어야 한다는 거예요. 그래야 나중에 그룹화하고 검색하기 용이합니다.
속성정보를 삽입하는 방법이나 사용 툴에 대해서 더 자세한 내용은 아래 글을 확인해 주세요.
이전 글 복습하기 >
https://brunch.co.kr/@kkokkodaec/26
인용구를 뽑다 보다 보면 반복되는 키워드나 주제가 있을 거예요. 이걸 그룹화합니다.
그룹화를 해야 특정한 패턴을 찾을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여러 사용자가 "복잡하다"라는 말을 반복해서 언급했다면 '복잡성에 대한 의견'이라는 주제로 잡아서 모으는 거예요. 어떤 부분이 복잡한지 세부적으로 살펴보는 건 그다음이에요.
역시나 냥냥북스로 예를 들어볼게요! 인터뷰 전에 정의했던 내용을 다시 봅시다. 위에도 있지만 우리의 단기기억장치에 다 담기엔 많은 정보이니 다시 불러올게요.
[인터뷰 전에 정의했던 내용]
・프로젝트 : 전자책 서비스 '냥냥북스' 출시
・목표 : 타깃 고객의 전자책 '독서 환경'에 대한 숨겨진 니즈 발견
・얻고자 하는 정보 : 타깃고객의 주요 도서 카테고리, 전자책과 종이책 중 선호도와 그 이유 등
・타깃 고객에 맞춘 인터뷰 대상자 : 연령대별, 직업별, 출퇴근 종류별
여기서 '얻고자 하는 정보'로 정의했던 것들은 필수로 그룹화합니다. 그리고 추가로 다양한 기준을 만들어 그에 맞춰 그룹화하여 분류합니다. 정답은 없습니다. 뽑아둔 인용구를 보면서 반복적으로 나오는 내용을 그룹화하면 됩니다.
[그룹화]
・(기존에 정의했기에 필수) 타깃고객의 주요 도서 카테고리
・(기존에 정의했기에 필수) 전자책과 종이책 중 선호도와 그 이유 - 전자책 좋아
・(기존에 정의했기에 필수) 전자책과 종이책 중 선호도와 그 이유 - 종이책 좋아
・(자주 나오는 내용 발견) 자기 전에는 전자책을 보지 않음
・(자주 나오는 내용 발견) 전자책에서 가장 만족해하는 기능
・(자주 나오는 내용 발견) 책 볼 때 제일 방해되는 것 01 - 휴대전화
・(자주 나오는 내용 발견) 책 볼 때 제일 방해되는 것 02 - 방 안 조명
한 가지 추천드릴 게 있어요. 바로 혼자 하는 것보다 동료들과 함께 하는 것입니다.
혼자 하면 오래 걸리지만 함께 하면 비교적 빠르게 완료할 수 있어요.
단, 무작정 많은 동료를 모으진 마세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여러 시선'입니다. 최대한 다양한 포지션, 다양한 생활 습관, 다양한 사고방식, 다양한 성향의 사람들을 섞으세요. 그리고 각자가 살아오면서 내재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분석하세요.
혹시 상황이 여의치 않아 혼자 해야 한다면? (작은 스타트업에선 이런 경우가 훨씬 더 흔하죠. 저도 그랬어요. 잠시만요, 눈물 좀 닦고요.) 하루 만에 다 끝내려 하지 말고 날짜를 나눠서 하거나 데스크 리서치를 통해 다양한 자료를 확인하면서 하세요. 사람은 나 혼자이지만 내 안에서 여러 시선을 만들어내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참고 : 그룹화는 카테고리화하는 것과 달라요. 카테고리화는 데이터를 미리 정의된 분류 체계에 따라 구분하는 것이 목적이고 그룹화는 데이터의 유사성이나 관련성을 기반으로 데이터를 묶는 것이 주요 목적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인터뷰 내용을 비슷한 내용끼리 묶는 것은 그룹화입니다.)
예상 가능한 문제는 우리 말고 다른 경쟁 서비스에서도 예상할 수 있어요.
우리만의 가치를 만들기 위해서는 누구도 예상 못한 문제를 찾아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돈과 시간을 들여 유저 인터뷰도 진행한 것이니까요.
주로 인구학적 특성이나 세대적 특성, 특정 직업의 생활패턴 등을 통해 누구나 추측할 수 있는 요구사항은 '예상 가능한 문제'에 속해요.
예를 들자면 '아침 9시 출근하는 직장인 중 출근시간이 1시간 30분 이상이 걸리는 사람은 이른 기상 시간 때문에 아침 식사를 못할 것이다.' 라든가 'MZ들은 친구들과 DM을 보내는 문화에 익숙해져 있어서 메신저에 대한 거부감이 없다'와 같은 같은 추측이 있습니다.
이렇듯 예상 가능한 문제는 '누구나 동의한다'는 특징이 있어요.
그렇다면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는 무엇을 바탕으로 찾아야 할까요? 바로 '관점'입니다.
공통된 패턴을 찾기 위해서 '여러 시선'이 필요했다면 이번에는 '다양한 관점'이 필요해요.
직장인이 아침 식사를 거르는 이유를 '출퇴근 소요 시간'으로 보는 관점 외에 '아침 식사 선호도'의 관점으로 볼 수도 있고요. 또는 MZ들이 메신저에 대한 거부감이 없는 이유를 '문화'가 아닌 '유아기 때의 환경'으로 볼 수도 있어요.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는 '누구나 동의할 수 없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왜냐면 진짜 그 대상이 되어보지 않으면 알 수 없기에 누구나 단번에 이해할 수는 없거든요.
좀 더 와닿는 예시, 냥냥북스로 들어볼게요.
[인터뷰 전에 예상한 문제 또는 요구사항]
"자기 전에 전자책으로 책을 보는 것은 핸드폰에서 나오는 블루라이트 때문에 꺼릴 것이다. 그래서 자기 전에는 종이책을 선호할 것이다."
[인터뷰 후 의외의 발견]
"그런 사람도 있음"
"하지만 블루라이트가 걱정되는 사람은 이북 리더기로 책을 보며 정작 그들에게 닥친 문제는 전자책은 느려서 하이라이트 표시하는 게 너무 불편하다는 점이다"
"자기 전에 전자책을 안 보는 이유는 유튜브나 OTT, SNS의 유혹이 강하기 때문이며 이것들을 할 때도 블루라이트는 나오지만 그들은 신경 쓰지 않는다"
"종이책 선호도는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아닌 성향이나 책의 카테고리에 따라 달라진다"
만약 예상 가능한 문제에만 집중했다면 냥냥북스팀은 전자책 서비스 출시 때 블루라이트 차단 기능을 넣었을 거예요. 하지만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를 발견했기에 그 기능은 넣지 않기로 했을 거예요. 그 대신 이북 리더기에서 하이라이트 기능이 더 빠르게 동작하도록 만들거나 전자책 홈 화면에 전자책으로 보기 좋은 도서 카테고리가 잘 보이게 UI를 만들겠죠.
다음 글에서는 '고객도 모르는 고객의 [니즈와 원츠]를 발견하는 방법'을 알아볼게요.
다음 글 보러가기 >
https://brunch.co.kr/@kkokkodaec/30
발견의 핵심은 '관점'과 '그룹'이라고 앞서 말했는데요.
똑같은 인터뷰 내용을 가지고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고 어떤 기준으로 그룹화하였는지에 따라 발견할 패턴이나 예상치 못했던 문제가 달라집니다. 즉, 문제 발견에는 정해진 답이 없다는 말이죠. 그래서 정작 고객도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몰라서 말을 못 해주는 것..)
그러니 '지금의 우리'에게 맞는 답을 찾기 위해 '여러 시선'으로 데이터를 바라보세요. 그리고 '다양한 관점'으로 바라보세요. 그럼 남들 눈에는 안 보이는 반짝이는 보물을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