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리섬에는 해변가에 산호가 수북하다. 어찌나 많은지 걸을 때마다 발바닥이 무지하게 따갑고 뜨겁고 그렇다. 붉지 않은 이 산호는 새하얀 조약돌 같으며 때로는 동물의 뼈 같다. 덕분에 맨발로 산책하는 것이 고통스럽긴 하지만 길리섬의 청명한 에머랄드 바다색은 바로 이 산호 덕분이다. 해변가로 하얀 산호가 쫘악 깔려있어서 바다색이 맑고 아름답게 보이는 것이다. 한국에도 이러한 산호 해변이 있는데 바로 제주도 우도의 해수욕장이다. 우도를 방문한 뒤 그때부터 산호 해변은 나의 로망이 되었다.
길리 해변의 산호는 조각조각 부서져 있어서 손가락 마디보다 작은 크기가 대부분이었다. 이 녀석들은 바닷물에 계속 휩쓸려 성난 모서리가 다행히 모두 둥글게 닳았다. 한 손에 쏙 들어오고 만지면 맨들맨들해서 기분이 아주 좋은 것이 마치 어린 아기의 손바닥같이 연약하게만 느껴진다. 자연이 긴 세월을 거쳐 만들어낸 이 단단함은 마치 생명과도 같은 힘을 갖고 바닷속에서 자라났고, 사람들은 이것을 귀하게 여겨 보석으로 활용했다. 오늘날에도 색이 아름다운 산호는 전 세계인에게 사랑받는다. 내가 좋아하는 아이템 중 하나인 코랄 립스틱은 산호의 붉은 색깔을 너무나 오묘하고 매혹적으로 구현한 것 같다. 빨갛다고 하기에는 핑크빛이 감돌고, 분홍으로 분류하기에는 상큼한 오렌지색을 띠는 애정하는 나의 코랄색. 산호라는 이름을, 코랄이라는 단어를 누가 정하였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이 이름이 정말 좋다. 자녀를 낳으면 산호 또는 코랄이라고 이름 지어도 되겠다 싶을 정도로 매력이 있다.
아들 같고 딸 같은 산호를 몇 개 주워서 한국으로 가져왔다. (산호가 유출이 금지되어있다는 것을 그 때는 몰랐다.) 그리고 함께 발리 여행을 가지 못해서 아쉬워했던 엄마와 언니에게 선물했다. 엄마는 산호를 예쁜 유리병에 담아 거기에 물을 가두고, 화초를 꽂아두셨다. 산호는 우리 집에서 그렇게 화분이 되었다. 산호가 담긴 화초를 바라보고 있으면 길리섬이 보이고 바다가 보인다. 추억과 함께 밀려드는 파도 소리가 귓가에 들리는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