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런과 영웅 서사를 학교에 가져온
오래 된 프로그램인 것 같다. '티쳐스 - 성적을 부탁해'. 내가 시청한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성적 때문에 고민인 학생과 학부모가 출연해서 이른바 '일타강사'인 선생님들에게 솔루션을 받는 프로그램이다. 한 두편을 시청했는데, 나름 흥미롭게 지켜봤다.
먼저 이 프로그램은 그나마 '금쪽같은 내새끼'보다는 한결 나은 프로그램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나는 '금쪽같은 내새끼'는 지나치게 어린 아이의 정신적 병증을 전 국민에게 공개한다는 사실 자체가 비도덕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병증을 의사의 처방과 단기간의 조치로 쉽게 해결될 수 있다는 잘못된 환상을 심어준다는 점에서 폐해도 매우 크다고 생각한다.
티쳐스의 경우는 학생에 대한 전인적인 평가가 아니라(생활습관을 비롯한 학습 외 부분이 나오기도 하지만) '공부'라는 특정 영역만을 다룬다는 점에서 전문가의 솔루션을 좀 더 신뢰할 수 있고, 공부에 욕심이 있는 학생들에게 참고가 되는 점도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정승재선생님이 일관되게 강조하는 선행학습에 대한 경계,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또한 조정식 선생님이 강조하는 독서의 가치에 대해서도 공감한다. 물론 실제 학생들이 얼마나 적용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겠지만.
다만 프로그램이 가지는 어쩔 수 없는 한계도 있다. 시청자들의 흥미를 불러일으키기 위한 '빌런'의 설정, 그리고 '히어로'의 역할을 맡는 일타강사의 서사 구조다. 이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부모님들은 대개 굉장히 높은 교육열을 가지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왜곡된 교육에 대한 관점이나 지나친 사교육에 몰입을 보이기도 한다. 또한 종종 나타나는 학생들의 학습에 대한 왜곡된 태도도 보인다.
학부모와 학생은 상황에 따라 '빌런'의 역할을 나누어 맡고, 이들에 대립하는 막강한 히어로가 이 프로그램에서는 일타강사다. 이 부분은 아마도 제작하는 사람들의 편집이 만든 결과일 것이다.
또 하나의 문제는 일타강사들에 대한 추종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다. 한시간 가량 진행되는 프로그램을 보면, 멘토 역할을 맡은 선생님들은 학생들의 모든 문제들을 순식간에 파악하며 그에 대한 솔루션도 척척 내놓는다. 물론 이 두 선생님의 뛰어난 능력은 의심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한가지 염두해 둘 점은, 이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학생들은 이미 내면적으로 성적에 대한 동기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공부할 이유'를 가진 학생들에게 솔루션을 내놓는 것과, 아얘 펜을 내려놓은 학생을 공부에 끌어들이는 일은 전혀 다르다. 그래서 '일타강사'들만 있으면 붕괴된 교실을 하루아침에 되살릴 수 있다는 생각은 환상이다.
'금쪽같은 내새끼'는 유-초등학교에 큰 왜곡을 가져왔다. 학부모들로 하여금 학교 교사들에게 정신과 의사의 역할을 기대하게 만든 것이다. 이것은 미디어가 학교에 미친 크나큰 해악 중 하나였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와 같은 일이, '티쳐스'로 인해 일어나지는 않았으면 한다.
또 하나, 티쳐스가 가져올 수 있는 왜곡은 성적이 쉽게 오를 수 있다는 인식을 주는 것이다. '금쪽같은 내새끼'가 그러하듯, 이 프로그램의 결론은 드라마틱하다. 낮았던 성적이 오르면서 끝이 난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이렇게 짧은 기간동안 성적이 오르지 않는다. 오히려 노력한 만큼 성과나 나오지 않는다며 좌절하는 이들이 더 많다.
두 가지 환상을 갖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몇가지 방법만 알면 쉽게 성적이 오른다는 환상', '일타강사를 만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는 환상'. 이 두 생각은, 학생으로 하여금 스스로를 원망하게 만들고, 눈앞의 교사가 일타강사보다 부족하다는 불만을 갖게 만들 수 있다.
이런 생각을 갖지 않는다면, 참고용으로, 그리고 흥미용으로 볼만한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