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명 중 5명만 적힌 현수막 앞에서
지금은 사라졌지만 몇 년 전만 해도 입시철이 끝나면 고등학교에서는 입시 성과를 현수막에 적어서 내걸곤 했다. 다른 학교는 가나다순인데, 이른바 SKY와 카이스트, 의대는 맨 앞에 다른 색으로 적혀 있었다. 학교를 SKY입시 결과로만 판단할수는 없지 않느냐는 비판과 함께 이런 현수막들은 사라졌지만 학교별 입시 결과는 지금도 고교설명회의 가장 중요한 브리핑 자료로 내걸어지는 중이다.
하지만 -일반고의 경우- 이정도 상위권 학생들의 수는 많아야 20명 정도다. 전체 인원의 5%남짓밖에 되지 않는다. 등급으로 치면 1등급 중후반까지의 학생들이 해당된다.(1등급 컷은 과목별 4%) 그렇다면 나머지 95%는 어떨까. 한명 한명의 삶에 중요한 영향을 준다는 사실은 이들의 성적과는 관계없이 똑같지만 최소한 현수막과 입시설명회에서는 관심 사항이 아니다. 그리고 고등학교에 대한 평가에도 별 관련없는 문제다.
'국평오'라는 말이 있듯이, 전체 학생들의 약 50%, 즉 학생들 둘 중하나는 5등급 이하다. 상위 5%에 모든 관심이 집중되는 상황에서 50%이하 학생들이야 말할 나위도 없다. 그리고 고등학교에 들어오기 전 많은 부모님들은 자녀가 국평오에 있을 거라는 생각을 좀처럼 하지 않는다.
사실 상위 5%학생들은 어떤 학교를 가도 5%가 될 학생들이 대부분이다. 고등학교 이전에 이미 많은 성취를 한 상태에서(선행을 했다는 게 '절대'아니다. 중학교 공부를 충실히 히고 독서를 풍부하게 했다는 의미다.) 진학을 한다. 학교의 특별한 커리큘럼이 더 훌륭한 학력을 갖게 하는 건 아니라는 의미다.
그래서 SKY를 얼마나 진학했느냐는 대개 '어떤 학생들이 입학했느냐'에 달려 있다. 반면, 학교 수업과 프로그램에 따라 성취수준아 달라지는 아이들은 3~6등급 사이에서 자신만의 목표나 성실성을 갖춘 이들이 댜부분이다. 당연히 의미있는 성장임에 틀림없지만 이 아이들의 이름은 현수막에 없고, 명문고의 기준에도 없다.
아마 상위대학 몇 개에 진학한 학생들이 있고 나머지 학생들의 진학성적이 전반적으로 나쁘더라도 세간에는 그 학교를 '대학 잘 보내는 학교'로 인식할 것이다. 100명 중 5명에게만 해당되는 일에 100명이 관심을 갖고 학교 주변 아파트 주민들 까지도 아파트 값이 달라진다며 관심을 쏟는 게 우리네 학교의 풍경이다.
참으로 회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