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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란이 Jul 04. 2024

정신건강의학과 입원기

#3 입원 전, 그리고 시작

   정신건강의학과 응급실은 정말 이상했다. CCTV가 있는 독방에 보호자와 함께 가두어 두고, 몸에 달 수 있는 기계란 기계는 다 달아서 몸도 실시간으로 감시했다. 소변검사를 위한 소변도 그 방에서 받아야 했다. (이상한 변기 비슷한 것을 주긴 했다.) 근데 갑자기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를 들었다. 정신과는 반드시 친보호자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우리 부모님은 그날 갑자기 응급실에 불려 오면서 내가 그렇게 심각한 상태임을 알게 되셨다. 불효도 그런 불효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나와 부모님은 응급실에서 함께 내 담당 교수님을 처음 만났다. 당직이셔서 그런 건지 굉장히 피곤해 보이셨다. 교수님께서는 우울증에 국한되지 않고 여러 가지 질문들을 꽤나 오래, 꼼꼼히 하셨던 것 같다. 그리고선 잘 왔다고, 위험한 상태였다고 말해주셨다. 그 말이 너무나도 위로가 됐다. 내가 힘들게 버틴 날들을 이해받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교수님은 정말 그러셨다. 그리고 바로 입원하길 권하셨다. 응급실에 간 날은 금요일이었는데, 나는 원래 다니던 병원에서 마지막으로 인사도 할 겸 진료를 본 후에 입원하길 원했다. 그래서 당장 입원하지 않고 다음 외래를 보고 입원하기로 했다.


  가장 빠른 교수님의 외래 일정이 그다음 주 화요일이었는데, 그날 외래를 보고 입원하게 될 것이라고 해 주셨다. 그렇다면 월요일은 일을 정리하느라 바쁠 것이고, 그럼 주말이 비는데, 이 비는 주말 동안 자살시도를 할 수도 있기 때문에 교수님께서는 나를 그냥 재워버리셨다. 금요일 밤 응급실에서 주사를 맞고 잠들어 정신을 제대로 차리니 일요일 밤이었다. (중간중간 깨서 뭔갈 했다는데 기억이 나질 않는다.) 참 어이가 없었고 한편으로는 웃기기도 했다.


  그렇게 나는 다니던 병원 의사 선생님께 마지막 인사를 드릴 수 있었고, 꽃다발과 선물, 그리고 편지까지 전달해 드리며 감사를 표했다. 정말 감사한 게 맞으니까. 그가 없었다면 이 세상에 나도 없었을 거니까. 게다가 그 병원 의사 선생님과 간호사선생님들의 배려로 의무기록지 등 여러 기록들을 잘 발급받아올 수 있었다. 그 덕분에 수월하게 진료를 시작했고, 그렇게 나는 폐쇄병동인 보호병동에 보호입원을 하게 됐다. 즉, 나는 이제 사회와 단절되어 병동 안에만 갇혀 있어야 하고, 내 의지만으로는 퇴원할 수 없는, 그런 위중한 환자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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