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도 가끔은 충전이 필요합니다

poem | 아빠가 슈퍼맨이라고 생각하는 아이들의 믿음

by LAO JuNE

띠띠띠띠 띠띠 띠릭

'배터리가 부족합니다.'


현관 비밀번호를 누르고

집으로 들어선 아빠는

털썩-

문턱에 걸터앉아

신발을 벗습니다.


어둠마저 숨죽인 거실


땀에 젖은

몸 구석구석

시원한 물줄기로 씻어내고 싶지만,

잠들어 있는 가족들 깰까

고양이 마냥

조용조용 얼룩만 닦아냅니다.


차가운 맥주캔 하나

피식-

따서 들고


한 모금 꼴깍-


들릴락 말락 소리 죽인

텔레비전 멍하니 보다

아차-

하루 종일 고생한 휴대폰

충전기 위에 올려놓습니다.


맥주 한 모금에 풀려버린

아빠의 묵직한 몸뚱이도

파 위에 올려놓습니다.




사진출처 : EBS 스토리



아빠는 로봇이 아니에요.

그런데 아이들은 아빠가 슈퍼맨이라고 믿죠.

내가 어렸을 때 그랬던 것처럼.......

그래서 그 믿음을 깨고 싶지 네요.

세상에서 제일 힘 세고, 추운 것도 더운 것도 모르고

배고픈 것도 모르는 슈퍼맨-

하지만 그렇게 믿어주는 것 만도 기쁘고 행복한 게 아빠랍니다.

하지만 가끔 늦은 저녁 반겨주는 사람 한 명 없는

집으로 들어설 때면.......

그것도 모자라 이제 막 잠들었을지 모를 아이들 깰까 봐 까치발로 거실을 걸을 때면, 문득 서러워지는 마음 드는 건

어쩔 수 없나 봐요.


하루만 온전히 전원 잭 꽂고 충전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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