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도 가끔은 충전이 필요합니다
poem | 아빠가 슈퍼맨이라고 생각하는 아이들의 믿음
by
LAO JuNE
Apr 19. 2022
띠띠띠띠 띠띠 띠릭
'배터리가 부족합니다.'
현관 비밀번호를 누르고
집으로 들어선 아빠는
털썩-
문턱에 걸터앉아
신발을 벗습니다.
어둠마저 숨죽인 거실
땀에 젖은
몸 구석구석
시원한 물줄기로 씻어내고 싶지만,
잠들어 있는 가족들 깰까
고양이 마냥
조용조용 얼룩만 닦아냅니다.
차가운 맥주캔 하나
피식-
따서 들고
한 모금 꼴깍-
들릴락 말락 소리 죽인
텔레비전 멍하니 보다
아차-
하루 종일 고생한 휴대폰
충전기 위에 올려놓습니다.
맥주 한
모금에 풀려버린
아빠의 묵직한 몸뚱이도
소
파 위에 올려놓습니다.
사진출처 : EBS 스토리
아빠는 로봇이 아니에요
.
그런데
아이들은 아빠가 슈퍼맨이라고 믿
죠.
내가 어렸을 때 그랬던 것처럼.......
그래서 그 믿음을 깨고 싶지
않
네요.
세상에서 제일 힘 세고, 추운 것도 더운 것도 모르고
배고픈 것도 모르는 슈퍼맨
-
하지만 그렇게 믿어주는 것 만도
기쁘고 행복한 게 아빠랍니다.
하지만 가끔
늦은 저녁 반겨주는 사람 한 명 없는
집으로 들어설 때면.......
그것도 모자라 이제 막 잠들었을지 모를
아이들 깰까 봐 까치발로 거실을 걸을 때면,
문득 서러워지는 마음 드는 건
어쩔 수 없나 봐요.
하루만 온전히 전원 잭 꽂고
충전하고 싶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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