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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인산 Dec 25. 2020

검단산 새해맞이 산행

하남 검단산 2018

코로나 19로 온 세상 시간은 멈추고 공간은 움츠러든듯하다. 거리두기 강화로 전국 주요 새해맞이 명소들도 예년과 달리 한산하지 싶다. 지난 기억을 감개 삼아 멈춘 시간의 태엽을 돌려보는 것으로 위안할 밖에...


새해 첫 산행지로 검단산을 택했다. 작년 첫날 해맞이를 했던 곳으로 서울 근교의 해맞이 명소이기도 하다. 하남 애니메이션고교 앞에서 산행을 함께 할 친구들을 만나 들머리로 향했다. 새해 첫날 새벽엔 산객들로 넘쳐났을 들머리는 띄엄띄엄 몇몇 산객들만 보일뿐 한산하다.

창우동 검단산 입구 월남전 참전기념탑 옆을 지난다. 자료를 검색해 보니 기념탑 동상은 68년 월맹군의 구정 대공세 때 맹호부대 김학철 상병이 포화 속에서 두 어린이를 구출하는 장면으로 프랑스인 종군 여기자가 퓰리처상을 받은 사진을 형상화한 것이라고 한다.

64년부터 73년까지 국군 325천여 명이 참전해서 5600여 명이 전사하고, 고엽제에 노출된 3만여 명 중 생존자는 아직도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월맹의 승리로 끝난 전쟁은 양 국민 마음에 오래도록 증오와 깊은 상처를 남겼다.


베트남에 한국군 참전기념탑이 있는지 궁금하지만 국내에는 이곳을 비롯 성남 양평 군포 예산 통영 춘천 제주 양구 해남 청주 등 전국 각지에 월남전 참전기념탑이 세워져 있다.

기념탑 설명문은 "우리는 세계평화와 자유를 위해 싸웠노라"라는 말로 끝맺는다. 우리 땅에서의 평화와 자유는 어떠랴, 어찌 그저 주어졌을까만 우리는 잊고 당연한 듯 누리고 있지 않나?

한강이 보이는 능선으로 올라서기 전 기슭에 구당 유길준(1856~1914)의 묘소가 자리한다. 그는 신사유람단과 보빙사(報聘使)의 일원으로 일본과 미국을 각각 방문하고 1895년 서양 각국 광범위한 분야의 선진문물을 소개한 '서유견문(西遊見聞)'을 출간했다고 한다.

그의 개화사상은 갑오개혁(甲午改革)의 사상적 배경이 되었다고 평가된다. 그는 단순히 서양의 선진 문물을 받아들이는 것을 넘어 "인간사회가 ‘지선 극미(至善極美)’한 상태에 도달하는 것"이 '개화'를 정의했다. 그의 사상은 낡은 구시대의 유물이 아니라 지금도 여전히 매력적이고 깊은 울림을 준다.

구당의 유택을 비껴지나 얼굴 가득 반갑게 내리비추는 햇빛을 받으며 능선으로 올라섰다. 한강이 모습을 드러내고 강 건너 예봉산 예빈산이 지척으로 다가온다. 능선을 따라 정상으로 가는 길은 때로 평탄하다가 때론 가파른 돌계단이 이어진다.


차가운 공기 탓인지 땀이 나지 않아 성가시지 않고 가파른 경사에도 발걸음은 가벼워 이내 해발 657미터 검단산의 너른 정상에 올라섰다. 남한강 북한강 경안천 세 물줄기가 하나로 모이는 '삼수 합일(三水合一)'의 팔당호가 조용히 누워 양평 남양주 하남 광주를 경계 짓고 있다. 멀어지며 겹겹이 늘어선 산줄기들은 모습을 온전히 보여줄 듯 말 듯 흐릿한 공간 속에서 먼바다의  물결처럼 어른거린다.

햇볕이 잘 드는 능선 왼편에 자리를 틀고 H와 손을 맞춰 M이 가져온 비닐천막을 치고 그 속에 둘러앉아 배낭을 열었다. 유부초밥 군고구마 누룽지 사과 감 커피 등 각자 담아온 음식과 함께 지난 산행의 기억들과 앞으로의 계획들도 하나 둘 꺼내 본다.

숲은 온통 잎을 모두 떨군 참나무들이 차지했고 산길은 낙엽으로 수북이 덮여 있다. 얼굴에 차갑게 닿는 공기가 좋고 길도 평탄해서 마음 가는 대로 걸음을 옮기다 보니 고추봉을 지나고 해발 596m 용마산까지도 순식간에 왔다.

남한산성의 노적봉을 바라보며 용마산 능선을 따라 내려간다. 중부고속도로 아래로 놓인 굴다리 두 개를 지나 남한산성면 엄미리 버스정류장에 도착해서 산행을 마무리한다. 따스히 내려쬐는 태양처럼 포근하고 훈훈한 일들이 많은 기해년 한 해가 되면 좋겠다. 느긋한 해는 아직도 하늘 한가운데 높다.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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