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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인산 Aug 20. 2020

담배 유감

관문에 부는 바람소리I(Photo: trendland.com)

인천공항 제1여객 터미널 위 하늘은 코로나 19 여파로 잠잠하고 한적하다.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들고 밖으로 나섰다. 오늘도 어김없이 식당 밖 화단 옆 흡연실엔 삼삼오오 사람들이 몰려있다. 담배에 대한 기억을 더듬어 본다.


더벅머리 동네 형들이 시골 고향마을의 골목 으슥한 담벼락 아래 모여 앉아 ‘백자’, ‘신탄진’, ‘파고다’ 등 지금은 모두 사라지고 없는 순박한 브랜드의 담배를 어설프게 피우던 모습이 떠오른다. 친구들과 어울려서 누군가가 피다 버린 꽁초를 주워 들고 불을 붙여 연기를 목구멍으로 넘기다 콜록거리며 키득대던 기억도 새롭다.


본격적인 흡연은 군 입대와 더불어 시작되었다. 당시에는 매달 일률적으로 병사들에게 '88 라이트', '솔' 등 군용 면세담배를 한두 보루씩 지급했었다. 힘들고 고달픈 군영 생활을 잠시나마 잊으려는 스스로를 위한 위로 의식처럼 하루 일과가 끝날 즈음 막사 주변에서 허공으로 담배연기를 내뱉곤 했다. 처마 밑으로 빗방울이라도 듣는 날이면 무드는 한껏 고조되고 몸은 스펀지가 물 빨아들이듯 담배연기를 받아들였다.


몇 해 전 시중 담뱃값이 한 갑당 이천 원씩 크게 올라 거의 두 배가 되었다. 담뱃값에 포함된 세금과 부담금은 지방세인 담배소비세와 지방교육세, 국세인 부가가치세와 신설된 개별소비세, 그리고 국민건강증진 부담금과 폐기물 부담금 등 무려 여덟 가지에 이른다.


원가와 유통마진을 합한 것보다 세금과 부담금이 약 세 배에 달하니 그야말로 배꼽에 가려 배가 보이지 않는 격이 되었다. 그래서인지 담뱃값이 오른 후 해외여행자들이 흡연 여부를 불문하고 으레 담배 한 보루씩은 필수로 사 오는 경향이 늘었다. 면세담배의 경우 담뱃값 인상의 영향을 받지 않는 영역에 속하기 때문이다.


흡연율을 낮추어서 국민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과 그로 인해 유발되는 질병 치료비 등 사회적 비용을 줄인다는 정책목표가 무색하게 흡연율은 큰 변동이 없어 보인다.


담뱃값 인상으로 흡연자들 중 일부는 금연을 선언했을 수도 있겠지만, “나와 시와 담배는 이음(異音) 동곡(同曲)의 삼위일체(三位一體)”라고 했던 공초 오상순처럼 골수 애연가나 중독성 흡연자들만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배보다 배꼽이 더 큰 담배를 계속 찾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 맛도 제대로 모르면서 끽끽 대며 하트나 동그랑땡 모양으로 뽀얀 담배 연기를 내뿜던 순수하던 시절을 생각하면, 건물 밖 으슥한 담벼락 밑이나 연기 자욱하게 밀폐된 흡연실을 채우고 있는 요즘의 흡연자들을 볼 때면 측은한 마음이 든다. 만병의 씨앗이요 백해무익한 것으로 매도되는 담배와 나의 인연은 군 제대와 함께 일찌감치 끝났으니 다행이라 하겠다.

미국 유명 TV 프로그램 America's Next Top Mpdel 금연 공익광고 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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