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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 날에

@남경 부자묘(夫子庙) 공자 초상화

by 꿈꾸는 시시포스

5월 15일 스승의 날이 머지않았다.

스승의 날은 청소년적십자 중앙 학생협의회가 1963년부터 5월 26일로 정해 기념해 오다가 1965년부터 세종대왕 탄신일인 5월 15일로 바뀌었고, 1973년 정부의 서정쇄신 방침으로 폐지되었다가 1982년 부활되었다고 한다.

스승의 은혜는 하늘 같아서 우러러볼수록 높아만 지네. 참되거라 바르거라 가르쳐주신 스승은 마음의 어버이시다. <스승의 날 노래 中>

10여 년 전 찾았던 중국 산동성 곡부의 대성전과 마찬가지로 남경의 부자묘(夫子庙)의 대성전에도 '만세사표(萬世師表)'라는 편액이 걸려있다. 만세 사표, 만세토록 모범이 될 위대한 스승이라는 의미다. 공자처럼 만세의 사표는 아닐지라도 스승들은 누구나 제자들이 참되고 바르게 살라고 가르칠 것이다.

국민학교 6년, 중고등학교 6년, 대학 2년, 대학교 4년, 대학원 2년.. 지금까지 거쳐온 정규 교육 과정만 손꼽아봐도 20년이나 된다. 은혜가 하늘 같이 높고 어버이처럼 마음으로 기억되는 스승이 내게는 몇 분이나 될까?

중학교 때 번호 트웰브(12)에 대입해서 '털보'라고 불러주시던 영어 선생님, 장차 훌륭한 사람이 될 거라며 격려해주시던 기술 선생님, 늘 선하고 인자한 모습이 존경스럽던 P교수님, '바른 일을 똑바로 하기'를 강조하시던 대학원 L교수님,... 이런 분들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아 있는 것을 보면, 가르침에는 칭찬과 격려만큼 좋은 방편도 없나 보다.

서양 속담에 '혼자서는 탱고를 출 수 없다(It takes two to tango)'라는 말이 있다. 무슨 일이든 양 당사자가 서로 죽이 맞아야 된다는 얘기인데, 아무리 좋은 가르침도 제자가 수용할 마음이 없으면 스승도 어찌할 수 없는 일이다. 말을 물가로 끌고 갈 수는 있어도 물을 강제로 먹일 수 없으니까.

그러고 보면, 20년 동안 수많은 스승님들로부터 가르침을 받고도 기억에 남는 분은 몇 손가락에 꼽을 만큼에 불과하니, 나 스스로 좋은 제자가 되지 못했음을 재차 확인하는 셈이다.

이제는 정규 교육기관에서 가르침을 받을 기회는 기대하기 어렵겠지만, '세상 도처가 다 배움터'라는 말을 위안 삼아 마음에 새기며 분발할 수밖에 없을 터이다. 시공을 넘어 공자나 석가 등 만세의 사표들을 비롯해서 참 스승들이 많고, 더군다나 반면교사는 부지기수이니 말이다.

최근 한국교원단체 총연합회의 유초중고 및 대학 교원 대상 설문조사에서 교원들이 가장 듣고 싶다는 말, 그 말로 참된 가르침을 주신 모든 스승님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다.

선생님 존경합니다!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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