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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인산 Mar 09. 2021

물맛의 추억

@물을 긷는 가나 북부 어느 마을 주민(photo from dm.com)

전 세계적 코로나 19 팬데믹으로 전 인류가 전에 없던 고통과 불편을 겪고 있다. 국경에는 코로나 19 방어벽이 세워져 극히 제한적인 이동만 이루어지고 있고, 거의 모든 나라가 여권과 비자 외에 '입국 후 일정기간 격리'라는 새로운 입국 요건을 요구하고 있다.

격리 중 부임할 사무실과 상하이시 외사판공실에서 격리 첫째 날과 4일째 되는 날 각각 먹거리를 보내왔다. 외사판공실에서 보낸 중국산 버터 에그롤, 프랑스산 초콜릿, 벨기에산 쿠키, 말레이산 커피 등에는 좀체 손이 가질 않는다.

사무실에서는 컵라면, 커피, 김치, 과자 등 국산 음식과 함께 생수 몇 병을 보내왔고 일주일째 되는 날 딸기와 생수를 한 차례 더 보내왔다. 생수는 눈에 익은 브랜드의 '백산수(白山水)'다. 지린성 연변주 이도진(二道鎭) 장백산(백두산) 해발 670미터에서 채수한 천연 용천 광천수로 주성분(평균 mg/L)은 칼슘 4.4mg, 마그네슘 3.8mg, 칼륨 3.4mg, 나트륨 8mg, 메타규산 54mg, 용해성 고형분 125mg이라는 설명도 보인다.

두 번째 보내온 생수 브랜드는 '농부산천(農夫山泉)'으로 저장성 항주시 순안현 천도호(淳安縣千島湖)에서 채수한 천연수라고 한다. 100ml당 칼슘 400㎍, 마그네슘 50㎍, 칼륨 35㎍, 나트륨 80㎍, 규산 180㎍ 이상이 함유되어 있다고 표기되어 있다.

백산수와 농부산천은 각각 '광천수'와 '천연수'라 표기된 점과 미네랄 함량의 차이가 눈에 띈다. 부피와 중량 단위를 통일해서 비교해 보니, 농부산천에 비해 백산수의 미네랄 함량이 칼슘 1.1배, 마그네슘 7.6배, 칼륨 9.7배, 나트륨 10배에 달했다.


광천수는 Ca, Mg, Na, K, Fe 등 미네랄 (mineral)이라 알려진 무기물질을 일정량 이상 함유한 물로 자연 생성된 것을 천연 광천수(natural mineral water)라고 한다. 그 기준은 나라마다 상이한데 유럽의 경우 용존 광물질 함량 최소 1000 mg/L로 정의한다고 한다.

생수의 보편화는 세계적인 추세로 보인다. 국내 모 언론사는 몇 년 전부터 매년 세계 물의 날에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먹는 샘물(생수) 품평회’를 여는데, 2019년 품평회에서는 국가대표 워터소믈리에 심사위원 5명이 국내 시판 생수 66종과 국내 5대 정수기 회사의 정수기 물맛을 평가하고 등수를 매겼다고 한다.

기업뿐 아니라 지자체에서도 병입 수돗물을 앞다투어 내놓고 있다. 서울의 아리수, 부산의 순수, 안산의 상록수, 남양주의 다산수, 인천의 미추홀 참물 등 지자체들이 앞다투듯 내놓은 자체 브랜드의 병입 수돗물이 20여 가지에 달한다고 하니 포장만 다채로울 뿐 서로 크게 다를 것도 없을 듯한 수돗물도 가히 춘추전국시대를 맞은 것 같다.

3월 22일은 UN이 1992년 제정한 ‘세계 물의 날’이다. 무분별한 개발에 따른 환경 파괴와 오염으로 인해 점차 심각해지는 물 부족과 수질오염을 방지하고 물의 소중함을 되새긴다는 의미로 제정 선포된 날이다.
 
생수 산업의 실체와 과장되고 미화된 생수의 허상을 신랄하게 폭로하는 세계적인 수자원 전문가 피터 H. 글렉(PeterH. Gleick)의 책 <생수, 그 치명적 유혹, 원제 Bottled and Sold>가 눈에 띄었다.

그는 수돗물과 별다른 차이가 없는 생수 수질기준, 제조사들이 의도적으로 만든 생수의 과장된 물맛과 깨끗하다는 이미지, 페트병으로 인한 환경오염 등 왜곡된 실상을 지적하며 생수가 보편화된 세상에서 의연하게 수돗물을 들이켜고 있다고 한다.

지난해 가을 직원들과 함께 "Global 6K for WATER"라는 행사, '깨끗한 물'이라는 한 가지 목표를 위해 전 세계 30여 개국이 함께 하는 글로벌 기부런( global donation run campaign) 행사에 참가했던 기억이 새롭다.

마스크를 끼고 6km를 달리면서 아프리카 등 세계 개발도상국 아이들이 물을 얻기 위해 매일 걸어야 하는 평균 거리 6km, 행사의 취지대로 물 문제로 지친 아이들이 더 이상 먼 거리를 걷지 않고 마을 가까이에서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기를 기원했었다.

웬만한 산이면 한둘쯤 있는 약수터에도 요즘에는 대부분 '음용 부적합'이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누구나 자유롭게 들이마실 수 있는 공기처럼 어디서건, 심지어 냇물도 꺼릿낌 없이 마시던 때가 있었다. 어릴 적 두레박으로 길어 올려 마시던 동네 청량한 맛의 우물물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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