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입국기
@photo 격리 호텔 창밖으로 보이는 양푸대교
기대 설렘 아쉬움 초조 무료 ... 설 연휴부터 시작된 기다림, 뒤섞인 감정들이 밀물과 썰물처럼 밀려왔다 밀려가기를 반복하는 동안 출국일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2020.12.1일부터 모든 중국행 항공편 탑승객은 중국 입국일 기준 24시간 내에 지정병원에서 코로나-19 핵산 검사(PCR)와 혈청 IgM 항체검사 등 2가지 검사를 받고, 병원에서 발행한 시험성적서(Test Result)를 주한 중국 대사관·총영사관에 제출하여 발급받은 "HS" 또는 "HDS" 표식의 녹색 건강 QR 코드를 제시해야 비행기에 오를 수 있다.
출국을 이틀 앞두고 코로나 19 검사차 성남 중앙병원으로 갔다. 업무 시작 시간인 09:30보다 30여분 일찍 도착해서 번호표를 받아 들었다. 뒤이어 검사를 받으려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어 검진 문답서를 작성하는데 서로 주고받는 말투가 대부분 연변 말씨로 동포들로 보인다.
오후 9시쯤 코로나 검사 결과가 음성이라는 메시지가 날아왔다. 다음날 아침 일찍 다시 병원으로 가서 코로나 검사 결과 확인서를 받아 왔다. 검사비 167,600원, 검사 결과 성적서 발급비 20,000원 등 금전적 부담과 함께 출국을 목전에 두고 이틀간이나 병원을 오가야 하는 번거로움을 모든 출국자들은 감내할 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
정월 대보름날 출국 당일 아침이다. 어제부터 비가 내린 남부지방을 포함해서 우리나라 전역에서 보름달을 볼 수 있을 거라는 예보가 있었다. 집을 나서 10시가 조금 넘어서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지하 1층 T1 국장 등을 뵙고 3층 출국장으로 이동해서 발권 수속을 했다. 작년 8월 발령으로 인천공항을 뒤로할 때와 마찬가지로 넓은 제1여객터미널 출국장은 썰물 빠진 갯벌처럼 썰렁하기만 하다. 상해발 비행 편은 크게 줄어 주초와 금요일인 오늘 일주일에 두 편만 운항한다.
11:30경 아내 등과 작별하고 탑승동 113 게이트로 이동하여 12:50경 B777-300 동방항공 MU5042호 탑승 수속을 시작했다.
탑승구 앞에서 상해 도착 시 제시해야 하는 건강상태 신고서를 위쳇 QR코드 스캔으로 접속해서 작성해야 한다. 항공권 확인 후 탑승구 앞, 브릿지 앞, 비행기 문 앞 등 3번에 걸쳐 체온 체크를 했다. 비행기 안 승무원들은 모두 투명 아크릴 안면 마스크에 방호복 차림이다.
비행기 앞쪽 29열까지의 발권 시 일반석 여객도 200위엔을 추가로 지불하면 이용할 수 있다고 했던 너른 좌석이다. 화장실을 지나 둘째 칸은 이코노미석인데 앞쪽 서너열을 비워 두어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예정보다 40여분 늦은 13:38에 이륙했고, 1시간 후 중식으로 샌드, 견과, 귤, 빵, 생수가 각 1개씩이 든 기내식 봉지를 제공했다. 두어 번 졸다 보니 1,173km를 비행하여 현지시각 14:12 상하이 푸동공항에 착륙했다. 날개 위 C40 좌석 옆 유리창에 빗물이 얼룩져 내린다.
항공사 직원의 호출을 받고 다른 승객들보다 먼저 비행기에서 내렸다. 여객부, 검역, 출입국관리사무소, 세관 등 공항의 모든 직원들도 승무원들처럼 투명 안면 마스크와 전신을 가린 순백색 방호복을 착용하고 있다. 젊은 공항 보안(Airport Security) 소속 여직원 한 명이 따라붙어 격리 장소인 호텔까지 전 과정을 안내하며 동행했다.
출발 전 QR코드 스캔 후 작성했던 건강상태 신고서 QR코드 확인 후 검체 채취 동의서를 받고 채취실로 이동했다. 검체 채취 방법은 동의서 기재된 목, 코, 혈액 세 가지 가운데 '코 점액' 채취 방식으로 실시한다. 우리나라 병원에서 하던 검체 채취 방법과는 달리 코로나 19균을 기필코 찾아내기라도 하겠다는 양 양쪽 콧속에 차례로 채취봉을 깊숙이 넣어 족히 10초가 넘게 검체를 채취하여 눈물이 핑 돈다.
Immigration 수속 후 기탁화물 수취대에서 30여 분을 기다린 끝에 짐을 찾아 세관 게이트를 지나 공항 밖으로 나서니 온몸으로 밀려드는 공기가 신선하게 느껴졌다.
인천공항 출발 13:38 -> 상해 푸동 도착 15:12(현지 14:12)->격리 호텔 도착 18:30(현지 17:30)
수속을 마치니 현지시각 네 시 반. 짐 기다리는 시간 30분을 빼면 도착 후 입국 수속에 1시간 반이 걸린 셈이다. 공항 도착 후 입국자의 거소에 따라 각기 다른 격리 장소로 이동하는 체제는 우리 인천공항과 다를 바 없지만 자가격리를 하는 우리와 달리 이곳은 지정 격리소에서 2주일간 격리하는 점이 다르다.
공항 안전요원을 따라 푸동공항을 뒤로하고 격리 호텔로 이동하는 미니버스 유리창 밖에 봄비가 촉촉이 내린다. 마치 상해 입성을 축하해 주는 듯하다.
제18호 격리소(18号集中隔離点), 溫德姆 호텔에 도착해서 재차 위쳇 스캔 기능으로 건강상태 신고서 사이트에 접속하여 신고서를 작성 제출했다. 이처럼 엄중한 통제와 절차 아래 진행되는 격리정책이 우한(武漢)이 코로나 19 최초 발병지라는 세계인들의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게 할 수 있을까.
현지시각 6시가 지나 배정된 3003호로 이동하여 짐을 풀었다. 격리 안내서가 자비 숙식비 450위엔/1일, 복도 24시간 감시 출입 엄금, 의무요원 오전 9시 오후 2시 체온 측정, 격리 13일 차 핵산 검사(비용 120위엔), 매주 월 목요일 17:00 전후에 외부발송 물품 전달, 격리 해제 1일 전 구체적 격리 해제 시간 통지 등을 알린다.
밖은 이미 어둠이 내려앉았고 통유리창 밖 황푸강 위에 붉은색 A자 높은 두 교각이 상판으로 부챗살처럼 줄을 펼친 양포대교(楊浦大橋)가 휘황하게 조명등을 밝히며 환영 인사를 보낸다. 긴 하루였지만, 앞으로 2주일 간의 격리생활이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