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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인산 Dec 18. 2022

속히 이 강을 건너가게 하오

내 영혼의 무게

달랑 한 장 남은 달력이 12월 중순임을 알린다. 가을과 겨울이 교차하는 계절, 상하이는 아직도 가을 정취가 더 짙게 머물고 있다.


망망한 코로나19의 강을 건너가 흉포한 급류에 휩쓸려 표류한 지 나흘째다. 침대 머리맡에 둔 휴대폰이 방전될 때마다 몸을 일으키는 일이 이렇게 번거롭고 온몸에 고통이 따를 줄이야...


지난 12월 7일 중국 국무원은 <코로나19 예방 및 통제를 위한 진일보적 조치에 관한 통지>를 발표했다. 그 주요 내용은 임의적인 봉쇄 지역 확대 금지, PCR 검사 빈도와 규모 축소, 특수장소 외 PCR 검사 결과나 건강 QR코드 검사 폐지, 무증상자와 경증환자 자가격리, 중앙집중식 격리치료 자발적 선택, 기본적인 의약품 구매 보장, 코로나 백신 접종 가속화, 非고위험 지역 인원 이동 제한 금지 등이다.


더 이상 늦추지도 못할, 늦어도 너무 늦은 조치라는 얘기와 함께 돌연 "각자 알아서 하라"는 식의 사실상 손을 놓아버린 방역 해제 조치에 코로나19가 대책없이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여러 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캐나다 영사관은 12.12~13일 휴관을 하고 아일랜드 영사관은 2교대 근무를 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아니나 다를까 우려가 현실이 되어 우리 공관에서도 14일경부터 유증상자와 확진자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놈의 병원균은 온몸 구석구석을 제집 드나들듯 하며 이리저리 마음껏 농락하는 행패를 부린다. 가만히 누워만 있는데도 묵직하게 엄습하는 허리 통증, 가끔씩 찌릿함이 밀려오는 복부와 엄지 손가락 윗 관절, 때론 목덜미 갑상선을 칼로 내리긋는 듯 통증이 오기도 한다.


예전에는 느껴보지 못했던 통증이 나타나는 신체 부위는 특히나 취약한 곳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이 더 위험하다고 알려진 까닭이기도 하다. 그래서 고령자나 건강 취약층 등에서는 오히려 제로 코로나 정책 고수를 원한다는 소문도 있었다. 그들은 '감염은 곧 죽음'이라는 두려움에 몸을 떨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는 죽음이 육체와 영혼의 분리 현상이라고 한다. 던컨 맥두걸이라는 의사가 죽음이 임박한 환자 6명에 대한 죽음 직전과 직후의 체중 관찰에서 평균 21그램이 줄어들었는데, 이것이 곧 영혼의 무게일 것이라고 했다.


죽음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크게 자연사, 사고사, 병사로 구분할 수 있다. 사고사나 병사는 별개의 얘기이겠지만 문득 죽음이란 것도 방전된 스마트 폰이나 다름없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방전되어 작동을 않던 스마트 폰의 경우 충전을 해주면 운영체제를 비롯해서 깔아 놓은 각종 애플리케이션이 그대로 다시 작동을 한다.


그렇다면 사람의 죽음도 기력이 방전되어 육체가 동작을 멈추는 현상은 아닐까? 기력이 다해 호흡이나 심장 박동이 멈추고 움직일 수도 말을 할 수도 없는 주검, 정작 그 속에는 스마트 폰을 작동시키는 운영체제나 여러 가지 기능을 제공하는 어플처럼 영혼은 여전히 머물러 있지는 않을까?


그래서 방전된 육체에 기력을 다시 불어넣을 수만 있다면 '죽음'의 상태를 '생존'의 상태로 되돌릴 수도 있는 것은 아닐까?


고대 이집트인들은 육체를 영혼을 담는 그릇이라 여기고 '영원한 생명'을 바라며 주검을 미라로 만들었다.


사람이 태어나는 순간 주어지는 카·바·아크·슈트·케트·렌 등 여섯 가지로 이루어진 영혼은 평생 몸속에 머물다 죽은 뒤에도 활동을 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라 한다. 영혼의 여섯 요소는 육체가 보존돼 있지 않다면 서로 연결될 수 없는데, 이것이 곧 이집트인들이 주검을 미라로 만드는 이유라고 한다.


맥두걸이나 고대 이집트인들이 옳다면 분명 영혼은 우리 몸속에  깃들어 있고,  방전되면 동작을 멈추는 스마트 폰처럼, 사람이 기력이 다하여 죽은 후에도 영혼은 동작을 멈춘 채 몸속에 남아 있거나 몸을 빠져나와 어딘가에 머물게 될 것이다.


두꺼운 이불을 뒤집어쓴 채 지난 주말 시내 산책을 하며 스마트 보에 담아본 사진을 훑어보았다. 사흘 밤낮을 근육통 두통 식욕부진 입마름 갈증 등으로 시달리다 보니, 머릿속에서 별별 생각과 망상이 다 일어나고 평범했던 일상이 그립기만 하다.


애꿎은 침대를 식은땀으로 적실만큼 적셨고 눈물 콧물도 쏙 다 빼었으니, 이제 그만 코로나19의 강을 속히 건너가게 허락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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