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령한 동물이 깃든 길지
진시황이 천하를 통일한 후 금수원(禽獸園)을 두고 도처의 신기한 동물을 모았 다. 어느 날 진시황이 금수원(禽兽园) 관리들에게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야수를 구해 오라 명한다.
관원들이 그 짐승이 어떤 것인지 몰라서 고민 끝에 이종 교배를 단행했다. 몇 년 동안의 노력 중에 어느 날 커다란 들소 한 마리가 외뿔 괴수 한 쌍을 낳았는데, 그 모습이 코뿔소 뿔, 사자 몸통, 용 등, 곰 발톱, 물고기 비늘, 소 꼬리의 형상을 가졌다.
뿔이 하나여서 단정하다는 뜻으로 '각단(角端)'이라 이름을 짓고 보고했다. 황제가 크게 기뻐하며 7획의 '각(角)'에서 뿔 하나를 떼어내고 6획의 '녹(甪)'으로 하여 녹단이 탄생했다.
신묘한 이 동물은 하루에 만 팔천 리를 갈 수 있고, 사방언어에 능통하며, 또한 현명한 왕만을 모시고 영명제왕(英明帝王)을 위해 서신을 전하고 호위한다고 한다. 그 후 '오로지 하나의 마음으로 불편부당하지 않게 통치한다'는 상징으로 역대 황제들의 사랑을 받으며 그 형상을 가까이 두었다고 한다.
황제가 녹단의 번식을 명했지만 이종교배로 번식 능력이 없는 이 동물이 새끼를 낳지 못하자 황제는 번식을 담당했던 관원들을 차례로 죽인다.
관리들이 억울하게 죽어나가는 사실을 알게 된 녹단은 우리를 뚫고 남쪽으로 도망했는데, '보리(甫里)'라고 불리던 이곳의 교외에 있는 맑고 아득하며 향기롭고 수려하며 격랑도 없고 영기가 넘치는 청후(澄湖)에 숨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