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인 내일부터 시작되는 노동절 연휴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바야흐로 상하이는 거리의 가로수들이 연초록 잎을 바람에 일렁이는 황금의 계절이다.
중국의 관공서와 대부분의 기업들은 5월 1일 전후 주말에 대체근무를 하고 이번 토요일부터 5월 3일까지 5일간의 연휴에 들어간다. 우리 사무실은 월요일인 5월 1일까지 3일간의 연휴가 기다리고 있다.
노동절 연휴를 일주일 가량 앞두고 '취날(去哪儿)', '티에루(铁路)12306' 등 교통편 예매 어플을 검색해 보니, 중국 각지로 출발하는 항공권이나 기차표는 일찌감치 매진되었거나 값이 오를 대로 치솟았다. 심지어 항저우나 쑤저우 등 지척에 있는 도시로 가는 기차표도 동이 나고 없는 형편이다.
평소 '자유분방한 영혼'이라 자처하던 터라 패키지여행을 해 본 적이 거의 없었다. 방문할 장소와 시간 등 스케줄에 따라 단체로 움직여야 하는 속박이 싫기 때문이다.
사흘간의 연휴의 지루함을 덜어보고자 그 속박을 무릅쓰고 항저우 패키지 투어를 신청했다. 용정차밭, '송성천고정(宋城千古情)' 가무쇼, 성황각 전망대에서 서호(西湖) 감상, 운하 유람선 관광 등으로 구성된 당일치기 패키지이다.
노동절 연휴 첫날이자 투어 당일인 4월 29일, 하늘은 잔뜩 흐리고 빗방울도 간간이 떨어진다. 한국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상하이 구베이(古北)에서 여행객 14명과 가이드를 태운 버스가 일곱 시 조금 지나 항저우로 출발했다.
버스는 개방 이전 상하이의 발원지였다는 송강구(松江区)를 가로질러 서남쪽 저장성 항저우 쪽으로 달린다. 중국은 한국에 비해 고속도로 통행료가 비싼 편인데, 춘절, 노동절, 국경절 등 소위 '3대 연휴' 기간에는 전국 고속도로 통행료가 면제된다고 하니 교통이 더욱 혼잡한 이유이기도 하다.
대평 쇼핑몰을 방불케 하는 쟈싱(嘉兴) 휴게소
후쿤(沪昆) 고속도로를 타고 '어미지향(鱼米之乡)'이라 불리는 쟈싱(嘉兴)을 가로질러 두 시간 여만인 9시 반경 쟈싱 휴게소에 정차했다. 화장실을 다녀오고 3층 높이에 에스컬레이터까지 설치된 중국 답게 규모가 남다른 고속도로 휴게소의 내부를 둘러보았다.
쑤저우에서 출발해서 우리 여행단과 합류할 예정인 여행단을 태운 버스는 교통지체로 예정 시각보다 한 시간여 늦은 10시 반경 도착했다. 우리 버스로 옮겨 탄 가이드는 휴게소에서 항저우까지 두 시간은 소요될 것이라고 한다.
이처럼 중국 전역 도로망이 지체의 늪에 빠진 것은 코로나19의 긴 터널을 빠져나와 그동안 제대로 누리지 못한 여가에 대한 보상심리가 황금연휴 맞아 일거에 폭발한 때문일 것이다. 누가 예측한 것인지 모르지만 가이드는 중국 인구의 절반인 7억여 명이 이번 노동절 연휴 때 타 지역으로 이동할 것이라고한다.
"위엔 천당 아래엔항저우가 있다"는 널리 알려진 말과 함께 "내게 항주에서의 하루를 주면 당신에게 천년을 주겠다."는 말도 있다니, 목적지가 인산인해를 이룰 것은 보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다.
자신의 이름을 '매화'라고 소개한 젊은 여성 가이드는 교통 체증으로 버스에 갇혀 소중한 시간을 허비하는 형국이 안쓰러운지 항저우의 역사와 명소 등에 대한 얘기 보따리를 풀어놓는다.
항저우는 신석기시대 후기 첸탕강(钱塘江) 주변에서 낭저(良渚) 문화를 일구었고, 월나라와 남송의 수도로서의 황금기를 누렸으며, 긴 역사에 걸맞게 백사전, 양산백과 축영대 등 문화예술을 꽃피운 유구한 역사의 고장이라고 한다.
가이드는 인간과 사랑에 빠져 연을 맺은 백사녀를 금산사 스님 법회가 뇌봉탑에 가두었다는 백사전의 줄거리며, 기세가 센 항저우 여성들의 기를 누르기 위해 뇌봉탑 기단의 돌조각을 하나씩 뽑은 탓에 뇌봉탑이 무너져 내렸고, 2022년에 재건했다는 얘기 등도 구성지게 이어간다.
정오가 가까워질 무렵, 오월(吴越) 문화의 주요 발상지 가운데 하나로 신안강(新安江)에서 시작하여 내륙을 가로질러 항저우 동쪽 바다로 흘러드는 길이 589km의 저장(浙江), 즉 '저장성'이라는 이름이 유래된 첸탕강(钱塘江)이 차창 밖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첸탕강에서는 매년 팔월 만조 시에 수면이 5미터가량 상승하는 '천하제일조(天下第一潮)'라는 세계 최대의 용류 현상을 목도할 수 있다고 한다.
낮은 산에 둘러싸인 평지에 조성된 롱징 녹차밭
저장성 차엽연구원(浙江省茶叶研究院)
정체가 심한 고속도로와 쟈싱 휴게소에서의 쑤저우 출발팀과의 목적지별 승객 바꿔 타기 등으로 상하이에서 출발한 지 다섯 시간 만에 롱징(龙井) 차밭에 도착했다.
산기슭에 자리한 '저장성 차엽연구원(浙江省茶叶研究院)' 앞 그리 높지 않은 산으로 둘러싸인 차밭 주변은 산지 70%, 물 10%, 평지 20%라는 항저우의 지형의 특성을 잘 보여준다.
항저우 시후(西湖) 롱징촌(龙井村) 주변 산록에서 생산되는 룽징차는 중국 10대 명차 중 하나로 1200년 이상의 역사를 이어오고 있다고 한다. 비타민과 카페인 함유율이 높은데, 카페인은 수용성이 많아 이뇨 작용으로 쉽게 배출된다고 한다.
잎이 연하고 순한 청명절 전에 따서 살청을 하고 덖어 낸 '밍첸롱차(明前龙茶)'를 최상으로 친다고 하니, 차밭에 가지치기를 한 허리 높이의 앙상한 차 나무만 줄지어 서있는 것은 주 수확기가 지났기 때문일 터이다. 보성 등 우리나라 차밭은 대개 산릉에 조성된 데 비해 항저우에는 대부분 평지에 조성되어 있는 것이 특이했다.
용정 차는 예로부터 명성이 높아 송나라 때부터 황궁에 진상했다고 한다. 특히 청나라 건융제는 북경에서 1천여 km나 떨어진 이곳까지 일곱 번이나 행차했고, 어차(御茶) 나무 열여덟 그루를 지정하여 자신에게만 진상토록 했다고 하니 차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음을 알 수 있다.
약 5시간에 걸쳐 200여 킬로미터를 달려온 투어의 첫 방문지 용정 차밭에서의 십여 분 남짓 탐방을 마쳤다. 첫 일정은 답답한 버스에서 내려 푸르름으로 눈부신 산록과 가는 비에 젖은 신선한 공기를 눈과 폐 깊숙이 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다음 관람 일정으로 잡힌 '송청 천고정(宋城千古情)' 제목의 가무쇼는 시후(西湖) 남쪽 치엔탕강(钱塘江) 만곡부 오른편에 자리한 '송청(宋城) 그룹'이 운영하는 '송청(宋城)' 내 공연장에서 펼쳐진다.
송성 입구에 도착하니 주차장과 접한 송성 건물 외벽 높이 걸린 '리장(丽江) 천고정', 산야(三亚) 천고정', 시안(西安) 천고정', 구이린(桂林) 천고정' 등 '천고정(千古情)' 시리즈 공연 광고판들이 눈길을 끈다.
세계 연예시장에서 극장수, 좌석수, 연간 공연 횟수, 연간 관객수, 연간 공연이익 등 다섯 개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한 송청그룹은 '송청(宋城)'과 '천고정(千古情)'을 대표 브랜드로 세계 10대 테마파크그룹이자 11회 연속 중국 '30대 전국문화기업' 칭호를 획득했다고 한다.
티켓을 예매하는 대형 홀을 지나고 수로 위에 놓인 다리를 건너서 가무쇼가 열리는 공연장으로 향하는 관람객들이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2500명이 입장 가능하다는 대형 실내 공연장은 빈자리가 없이 만원이다.가이드가송청 입구에서단체 패키지 여행단 깃발을 꺼내 들었음에도 일행 중 한 명이 보이지 않지만 일행에게 좌석을 안내한 후 공연장 밖에서 구 분을 찾아서 데려오는 가이드의 침착함이 돋보인다.
어릿광대의 잡기와 서커스단의 물구나무 묘기 등 짧은 공연에 이어 시작된 가무쇼 공연은 인구 100만 명에 달했던 당시 세계 제1의 도시 항저우(宋城)의 광경을 보여주는 '송궁연무(宋宫宴舞)', 금나라의 침입에 대항하여 송나라를 구한 영웅 악비의 충절을 그린 '금과철마(金戈铁马)', 백사(白蛇)와 허선(许仙)의 사랑을 그린 '서자전설(西子传说_白蛇传)', 유구한 역사와 동방 휴한(休闲) 도시로서의 자부심을 뽐내는 '매력항주(魅力杭州)' 등 네 개의 막으로 구성되어 있다.
주제별 무대에 오른 2~30명 배우들은 때론 일사불란한 몸동작으로 때론 독무로 때론 절제되고 때론 과장된 몸짓으로 극 중 인물의 감정과 의도를 훌륭히 표현해 내고 있다. 배우들의 열연과 함께 입체적인 조명과 무대장치가 관중들의 몰입감을 한층 더 높여 주고 있다.
제1막 '송궁연무(宋宫宴舞)'에서는 (송대宋代) 복장의 무희들뿐 아니라 아랍계 복장 여인들의 가무에 이어 한복을 입은 장고춤까지 등장한다. 장고춤과 열두 발 상모 공연 중에는 한국어로 '아리랑'이 배경음악으로 깔려 나온다. 송나라 궁중 연회에 우리의 장고춤과 상모놀이가 등장하는 이유가 무언지 의아했다.
제3막 '금과철마(金戈铁马)'에서는 남송군과 금군의 전투 씬에 쩌렁쩌렁한 음향효과와 함께 대포 발포와 군마 질주 장면이 등장하여 관객의 눈과 귀를 압도한다. 무대 등장인물이 객석 뒤에서 관람석 사이로 난 계단을 따라 내려와서 무대로 오르는 연출로 관객의 호응을 배가시키고 있다.
공연이 끝나자 그 여운을 곱씹을 여유도 없이 우리 일행은 앞다투듯 공연장 출구로 빠져나왔다. 다음 장소로 신속히 이동하기 위해 공연 시작 전에 가이드가 여행단에게 미리 귀띔을 했기 때문이다.
송청 가무쇼는 인상서호, 태양의 서커스와 함께 항저우의 대표적인 쇼로 11시부터 밤 9시까지 공연이 이어진다니 그 인기가 대단함을 짐작할 수 있다. 초기에는 별다른 인기를 끌지 못하던 이 가무쇼가 한국과 일본 관광객들이 많이 관람하게 되면서 지금처럼 흥행을 누리게 되었다고 한다.
송청그룹이 한국인들의 호응에 감사를 표하기 위해 장고춤 장면과 삿갓을 쓴 고려 사신이 황제의 용상 옆 단 위에 서서 가무를 감상하는 장면을 무대에 삽입했다는 가이드의 설명이다.그 말이 사실인지 아전인수격 해석인지 알 수가 없다.
송성을 뒤로하고 한 시간 여만에 오산(吴山) 성황각(城隍阁) 아래 주차장에 도착했다. 춘추시대 오나라의 남쪽 경계로 10여 개의 봉우리가 남서에서 북동 방향으로 활처럼 휘어지며 이어지는 산군을 총칭하여 오산(吴山)이라고 한다.
오산은 춘추전국 시기 오나라의 재상으로 오나라의 합려와 부차, 월나라의 구천 등과 함께 '와신상담' 등 숱한 얘깃거리를 남긴 오자서(伍子胥, ?~BC484)가 기거하던 곳이라고도 한다.
성황각은 서호 남동쪽에 위치한 높이 94m 오산 정상부에 자리한다. 원명(元明) 시대 화려한 건축양식을 반영한 성황각은 지하 포함 7층 41.6미터 높이의 누각형 건물로 처마꼬리가 하늘로 솟아오를 듯 치솟아 있다. 이 누각은 강남 3대 명루인 황학루, 악양루, 등왕각에 더하여 강남 4대 명루라고 알려져 있기도 하다.
성황각은 절강안찰사 등을 역임한 인물로 청렴 공평무사하고 강직 담대하여 '냉면한철(冷面寒铁)'이라 불린 명나라 충신 주신(周新,?-1413)을 기리기 위해 세웠다고 하는데, 그 1층에 '주신사(周新祠)'로도 불리는 성황묘(城隍庙)가 자리한다.
명나라 성조(成祖)가 무고로 억울한 죽음을 당한 주신을 저장성 성황신으로 추존하면서 백성들이 주신이 신이 되어 탐욕과 악을 다스리고 백성을 보호한다는 믿음으로 지금껏 향을 피우며 추앙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도 최영, 임경업, 남이, 단종 등 억울하게 죽임을 당한 왕이나 장군 등을 무속계에서 신격으로 추대하여 숭상하고 있는 것이 중국과 다르지 않아 흥미롭다.
특히나 출몰하던 왜구를 토벌하여 백성을 구하고 고려에 대해 끝까지 충절을 지킨 최영 장군은 열열한 숭앙의 대상이 되어 남해안 지역을 비롯하여 전국적으로 그의 장군당이 산재해 있음을 볼 수 있다.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일행은 1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곧바로 조망처 4층으로 올랐다. 난간 둘레를 돌며 조망하는 서호와 항저우 시내 모습이 가히 일품이다. 습기를 머금은 흐린 공간 멀리 항저우 시내의 고층 빌딩숲과 하늘이 경계를 이루고, 성황각 난간 밖 발아래에는 향장목이 햇빛에 윤슬처럼 반짝이는 무성한 연녹빛 잎사귀를 바람에 일렁이며 춤추고 있다.
계단을 따라 5층으로 올라 훌쩍 둘러보고 4층을 거쳐 3층으로 내려와서 난간으로 나섰다. 성황각 아래에서 작은 깃대를 들고 일행을 기다리고 있는 가이드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성이 차지 않는 호기심은 많은 볼거리가 기다리고 있을 2,3층 등도 찬찬히 둘러보고 싶지지만, 패키지여행은 시간을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여유를 허락치 않는다.
다시 버스에 올라 서호(西湖) 북쪽 6km여 지점에 위치한 '챠오시(桥西) 역사문화지구'로 이동한다. 차장 밖으로 연안루(延安路) 좌우 시장 바닥을 방불케 하는 골목골목을 가득 채운 인파가 눈에 들러온다. 서호변 장생로长生路) 57번지에는 대한민국임시정부 항저우 구지(旧址)가 자리할 것이다.
1934년 10월 마오쩌둥 등이 이끄는 10만여 명의 홍군은 징강산(井冈山) 등 장강(长江) 남북 소비에트 본거지에서 국민당군의 포위망을 뚫고 서쪽으로 후퇴하는 소위 '대장정(大长征)'에 오른다. 이듬해인 1936년 10월까지 대장정은 14개의 성(省)을 지나며 18개의 큰 산맥을 넘고 24개의 큰 강을 건너는 1만 km여 거리에 이르는 기나긴 여정이었다.
한편, 1919년 4월 11일 상하이에서 수립하여 광복을 맞이한 1945년 8월까지 항저우, 쩐장, 우한, 창사, 광저우, 류저우, 구이양, 치장을 거쳐 충칭까지 26년 4개월에 걸쳐 일제의 추격을 피하며 독립을 쟁취하려 했던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여정 또한 위대한 '대장정'이라 이를만하지 않은가!
투어 프로그램은 오후 6시경 챠오시(桥西) 역사문화지구의 '경항대운하' 표지석 부근에 도착해서 약 한 시간 반 동안의 자유시간을 선심 쓰듯 허락한다. 경항 대운하(京杭大运河)는 수나라 양제가 처음으로 뤄양 쪽을 경유하는 노선을 건설한 이래 당과 원을 거쳐 명나라 때 항저우-북경 직선 노선이 완공되었다고 한다.
어둑해진 운하 위에 길이 98미터, 높이 16미터, 폭 5.9미터의 대형 석교인 공진교(拱宸桥)가 위용을 자랑하고 있고, 운하 물길을 따라 화물선이 간간이 오르내리고 있다. 공진교(拱宸桥)는 명나라 때인 1631년 시건 되고 1951년에 붕괴되었다가 청나라 강희 연간에 재건되었다고 한다.
공진교라는 이름은 <논어>의 '위정편' "덕으로써 정치를 하는 것은 북극성이 제자리에 머물러 있으면 뭇별들이 그에게 향하는 것과 같다."는 어귀에서 따왔다고 하니 덕정을 행하라는 뜻이 담겨 있다.
미리 약속된 시각 일곱 시 반경 유람선 승선장 부근으로 모여든 투어단 일행이 경항 대운하 표지석 앞에서 일정 중 처음으로 단체 사진을 찍었다. 얼굴이 보이게 저마다 자리를 잡고 포즈를 취하는 와중에 느지막이 제일 앞쪽을 막아서는 나이 지긋한 투어객의 무개념 비매너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관람객을 가득 태운 유람선은 어둠이 깔린 운하를 40여 분간 오르내리며 운하 주변 랑랑예술관, 향적사, 건륭 황제가 행차 시 이용했던 어부두(御码头), 양쪽 교각에 건륭과 강희 황제 부조가 새겨진 교각 등 명소들의 이름과 위치나마 귀에 담게 마지막 아량을 베푼다.
천당과 견줄만한 항저우의 아름다운 풍광은 송나라의 범성대(范成大, 1126-1193)가 지은 <吴郡志>에 언급된 "위에는 천당이 있고, 아래에는 쑤저우와 항저우가 있다(上有天堂, 下有苏杭)"는 말로 오랜 세월 동안 회자되고 있다. 한 때 항저우와 쑤저우의 자사를 역임했던 당나라의 대 시인 백거이(白居易, 772-846)도 북방으로 돌아간 후에도 쑤항(苏杭)을 그리워했다는 얘기도 전한다.
버스에 몸을 싣고 상하이를 향해 밤을 달리면서 중국 강남땅에 한 번 머물면 그 매력에 빠져들 수밖에 없고, 그중에서도 쑤항(苏杭)의 아름다움은 강남땅의 백미로 아무리 감추려고 해도 감출 수 없는 낭중지추(囊中之錐)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길게만 느껴지던 강남땅에서의 시간도 훌쩍 흘러서 떠나야 할 날이 가까워지고 있다. 언제 한 번 더 항저우를 찾아오고 싶다. 그때는 패키지 대신에 홀로 가벼운 백팩 하나면 족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