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하구 오른편 부산 사하구 다대포에는 어항, 해수욕장과 함께 몰운대 공원이 있다. 이 공원은 다대포 객사, 부산포 해전에서 큰 공을 세우고 순절한 정운을 기리는 정운공 순절비, 그리고 아름다운 일몰을 볼수 있는 몰운대 등으로 잘 알려져 있다.
몰운대(沒雲臺)는 낙동강 최남단 바다와 맞닿은 곳이다. 짙은 안개가 끼어 시야가 자주 가려지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으로 낙조가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16세기 이전에는 섬이었는데 낙동강에서 밀려온 토사가 쌓여 육지와 연결된 것으로 추측된다고 한다.
조선조 진재 김윤겸(眞宰 金允謙, 1711~1775)은 1770년에 소촌도(현 진주 지역) 찰방으로 부임했다. 그가 인근 합천 거창 함양 산청 일원과 부산의 명승지들을 둘러보고 그린 그림들을 모아 엮은 <영남 기행 화첩> 가운데 몰운대 그림이 들어 있다.
그림을 보면, 바다를 향해 좁고 길게 뻗쳐 나온 육지 가장자리, 몰운대 위에서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앉고 선 두 사람의 뒷모습이 보인다. 파도는 소나무들이 늘어선 몰운대 가까이로 밀려와서 물거품을 일으키고 바다 위에 떠 있는 섬들 너머 멀리 수평선은 평온해 보인다. 들끓는 마음을 멀리 둔 시선으로 애써 달래 보려는 듯하다.
조선 후기 문인 김창업의 서자이자 김상헌의 5대 후손인 그는 겸재 정선과 더불어 진경산수화를 개척한 화가로 평가받는다. 한편, 찰방(察訪)은 조선시대 종 6품 관리로 각 도에 설치된 역참(驛站)에서 역민 관리, 역마 보급, 사신 접대 등을 총괄했다고 한다.
화첩에는 몰운대를 포함해서 영가대, 홍류동, 해인사, 태종대, 송대, 가섭암, 가섭폭동, 월연, 순암, 사담, 환아정, 하룡유담, 극락암 등 총 14점의 그림이 들어 있다. 지방 관리로 부임해서 틈틈이 주변 명승지를 둘러보고그림으로 생생히남긴 진재의 부지런함과 깨어 있는 정신이 시공을 뛰어넘어 깊은 울림을 준다.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의 선봉장 녹도만호 정운(鄭運, 1543~1592)은 부산포 해전 참전을 위해 몰운대 앞바다를 지났다. 그는 이곳을 지나며 몰운대라는 지명을 듣고 "내가 이 대에서 죽을 것이다(我沒此臺)"라고 했다고 한다.
부산포 해전에서 조선 수준은 왜선 470여 척 중 100여 척을 불태우고 부수는 대승을 거뒀으나 안타깝게도 정운 장군은 그의 예견대로 전사했다. '몰운(雲)대'와 더불어 '몰운(運)대'로도 불러 정운(鄭運) 장군의 충절과 용맹을 기려도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