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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인산 Mar 27. 2024

아! 동백, 음! 도다리쑥국

쑥 캐는 할머니

며칠간 뿌리던 비가 멈추고 오늘은 화창하고 포근한 날씨가 완연한 봄이다. 밤낮 길이가 같아지는 춘분이 지났고 화엄사의 홍매화도 활짝 꽃을 피웠다는 소식을  접한 지도 며칠이 지났다. 남도의 화신에 봄을 시기하는 날씨의 변덕도 화들짝 놀라 멀리 달아날 때가 되었다.


몸이 노곤해 오는 오후, 의자에서 몸을 일으켜 창밖을 내다봤다. 노란 점퍼 차림의 할머니 한 분이 주차장 가장자리 울타리 근처에 쪼그려 앉아서 꼼지락거리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할머니 옆에는 보행 보조용인 듯한 유모차도 하나 놓여 있다.


일층으로 내려가서 밖으로 나가 할머니에게 다가가서 무얼 하고 계시냐고 여쭈었다. 나무 울타리 주위 화단에 올라온 쑥을 캐고 계시는 것이란다. 평소 직원들 차량이나 뜸하게 들르는 방문객 말고는 내방객이 거의 없던 터라 내심 할머니의 출현?이 자못 반가웠다.


사방이 도로로 둘러싸인 청사 울타리는 듬성듬성 서있는 나무가 담장을 대신하고 있다. 길 건너 아파트에 사시는데 주변에 쑥을 발견하기 쉽지 않은데 울타리 바깥 길을 지나다가 쑥갓이 눈에 띄어서 마음이 가는 대로 발이 따라 들어오셨더란다.  


울타리 주변에는 제법 수령이 많은 노송을 비롯해서 목련, 벚나무, 호두나무, 측백나무 등이 사이좋게 어우러져 서있다. 다양한 수목  한 그루 동백이 눈에 띄어 반갑기 그지없다. 진녹색 잎사귀 사이로 진홍빛 꽃송이들을 소담하게 피워 올린 모습이 생기발랄한 처녀를 닮았다.


사무실로 올라온 한 참 후에 다시 창밖을 내려다보니 아직도 할머니는 쑥 캐기에 여념이 없으시다. 빌딩숲이 점령한 도시 속에서도 봄이 오면 치마저고리에 바구니 들고 달래 냉이 캐러 다니던 처녀 적 기억이 새로워 저렇듯 오래도록 울타리 아래 머물고 계시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마도 오늘 저녁 할머니 밥상에는 향긋하고 구수한 도다리쑥국이 올라 있을 수도 있겠다.


동무들아 오너라 봄맞이 가자

너도 나도 바구니 옆에 끼고서

달래 냉이 씀바귀 나물 캐오자

종다리도 높이 떠 노래 부르네

_김태오 , 박태현 曲 <봄맞이 가자>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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