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델리, 아그라와 함께 여행자들에게 인도의 골든 트라이앵글시티(Golden Triangle Cities)중 하나로 알려진 자이푸르(Jaipur)로 향했다. 인천공항을 이륙한 지 8시간여 만에 뭄바이에 도착해서, 국내선으로 갈아타고 약 2시간 만에 자이푸르에 도착했다.
인도의 수도 뉴델리에서 남서쪽으로 약 200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자이푸르는 라자스탄주(州)의 주도로 '핑크시티(Pink Ciity)'로도 불린다. 영국의 식민 통치 시기인 1876년 웨일즈 공(Prince of Wales) 방문 당시, 건축물의 벽면을 이 지역에서 '환영'을 상징하는 분홍색으로 칠한 이래 현재까지, 도시 외관을 분홍색으로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뭄바이 공항에서 느꼈던 습하고 무더워 짜증을 불러일으키던 날씨와 달리, 여행 성수기라는 11월을 앞둔 자이푸르의 공기는 쾌적했다. 이는 두 지역 간 7도 이상의 위도 차이(각각 19.4°, 26.9°)가 있고, 해안도시인 뭄바이와 달리 자이푸르는 해발 고도가 430여 미터에 위치한 도시인 때문일 것이다.
인도는 인더스 문명의 발상지이자 세계 제1의 인구, 국토면적 7위, GDP 순위 5위, 군사력 4위의 나라로, 21세기 신흥 강국으로 주목받고 있다. 큰 국토 면적과 많은 인구로 인해 2138개의 언어가 있고, '종교란 각자의 옷처럼 사람 수만큼 있어야 한다.'라는 말처럼, 수많은 종교가 혼재하는 다양성을 가진 나라이기도하다.
뉴델리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 인도 방문이다. 우리 측 주관으로 여러 회원국 대표가 참석하는 2박 3일 일정의 연례회의가 인도 측 호스트로 자이푸르에서 열린 것이다. 이런 종류의 회의에서는 통상 주최 측이 회의 기간 중 '문화탐방(field trip)' 일정을 마련하는데, 자이푸르는 인도의 문화와 유적 등을 자랑하데 손색이 없는 도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공항에서 시내 호텔로 이동했다. 참석자들이 머문 자이마할 팰리스(Jai Mahal Palace) 호텔은 18세기 인도-사라센 궁전 양식의 건물이었고, 회의장은 그로부터 약 2km 떨어진 램바 팰리스(Rambagh Palace)였다. 울창한 숲 한가운데 자리한 램바 팰리스는 마하라자(Maharaja; 통치자)였던 램싱 2세(Ram Singh II, 1833-1880)의 젖먹이 보모(wet nurse)를 위해 1885년에 세워진 건물이라고 한다.
연꽃 연못(Lotus Pond)에 달빛이 내려 비치는 호텔의 넓은 정원에서 참석자들과 환담을 하며 민속춤을 관람하는 운치가 남달랐다. 이튿날 주최 측이 마련한 문화탐방에서 바람의 궁전, 인도 최대의 천문대인 잔타마타(Jantar Matar), 시티팰리스(City Palace), Nahargarh 요새, Jaigarh 요새, 아메르 요새(Amer Fort), 잘마할(Jal Mahal), 민속놀이동산인 Chokhi Dhani Village, 직물류 쇼핑센터 등 자이푸르 곳곳을 둘러보았다.
자이푸르는 1727년 카츠와하(Kachwaha) 왕조의 자이 싱 2세(Sawai Jai Singh Ⅱ, 재위 1699~1743)가 건설한 계획도시답게, 도시 곳곳에 옛 요새, 궁전, 신전 등 아름답고 고풍스러운 건축물들이 잘 보존되어 있었다.
하와마할(Hawa Mahal)은 외부 출입이 제한되던 왕궁 여인들이 외부인의 눈에 띄지 않고 바깥세상 구경을 할 수 있도록 수많은 창문을 가진 아름다운 건물이다. 1799년 건축된 이 건물은 바깥쪽으로 돌출되게 설계된 창문들이 통풍이 잘되어 ‘바람의 궁전’이라고도 불린다.
사리를 두르고 팔찌 등 몸치장을 한 인도 여인네들의 모습과 함께, 길거리 가게에서 액세서리를 흥정하는 인도 아낙네들의 순박하고 정겨운 모습이 눈에 띈다. 담벼락 아래에서 터번을 두르고 양반다리로 앉은 두 명의 악사가 '펀자이(pungi)'라는 악기를 연주하여 바구니 안에 든 코브라가 춤을 추듯 머리를 곧추 세우게 하는 모습은 신기하기만 했다.
시티 팰리스(City Palace)는 1728년에 자이싱 2세가 건축한 궁전으로 구시가의 4분의 1을 차지한다. 대리석으로 건조한 7층 건물인 찬드라 마할(Chandra Mahal; 달빛 궁전)을 중심으로, 수풀이 우거진 정원에 역대 통치자(Maharaja)의 무기와 의상 등을 전시해 놓은 박물관과 귀빈과 일반인 알현궁 등이 어우러져 있다. 예전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모습에 잠시 타임머신을 타고 옛날의 인도 속으로 들어와 있는 듯 착각이 일었다.
잔다르 만타르(Jantar Mantar; 梵語로 ‘마법의 장치')는 수학자이자 천문학자이기도 했던 번(藩) 왕국의 자이싱 2세(Jai Singh II)가 1728~1734년에 세운 석조 천문 관측소로 2010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맨 사가르 호수 안에 자리한 잘 마할(Jal Mahal; 물 위의 궁전)은 마치 물 위에 떠있는 듯 보이는데, 호수변 보도에 사람을 태운 낙타가 터벅터벅 지나가는 모습이 신비로움을 배가했다.
아메르 요새(Amer Fort)는 자이푸르 시내에서 11km 거리 외곽의 아라발리(Aravalli) 산맥 계곡에 자리하고 있다. 이 요새는 암버 왕국의 24번째 통치자였던 만 싱 1세(Mirza Raja Man Singh I, 1550-1614) 때인 1592년에 구축된 면적 4 km²의 성곽 도시이다. 황량하고 거친 산악 지형에 의지해서 구축된 성곽은 웅장하고 궁전은 이색적인 아름다움으로 다가왔다.
귀국 후, 인도 측으로부터 회의를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게 한 협력과 노력에 대한 감사 편지를 받으니, 동료들과 함께 회의를 기획하고 진행한 보람이 남달랐다. 그와 더불어,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핑크 도시(Pink City)'라는 별명처럼 자이푸르는 핑크빛의 신비로운 도시로 아직도 내 기억 속에 선명히 남아있다. 1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