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쉐다곤 파고다
유월의 마지막 날, 인천공항에서 미얀마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다섯 시간 여의 비행 끝에 미얀마 양곤의 밍글라돈 공항에 도착했다. 양곤 강과 바고 강이 합류하여 미얀마 해로 흘러드는 지점, 미얀마 남부 해안가에 위치한 양곤은 몽(Hmong)족에 의해 11세기 초에 세워진 오래된 도시이다.
1948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이후, 2006년 네피도로 수도가 이전되기 전까지 미얀마의 수도였으며, 현재까지 미얀마의 경제와 무역의 중심도시이기도 하다.
*몽족은 중국 남부, 베트남, 라오스, 태국, 미얀마 등지에 분포한 민족으로 묘족의 일파라고 함(@namu.wiki)
시내 중심부의 호텔에 짐을 풀고 미얀마에서의 첫 밤을 맞이했다. 열대와 아열대 기후에 속하는 지역으로 마침 우기(雨期)인지라, 하루에 서너 번씩 소나기처럼 비가 쏟아지곤 했다. 호텔에서 그리 멀지 않은 양곤 강 언저리에 위치한 미얀마 Customs Dep. 에서 3일 일정의 Expert mission을 진행했다. 자투리 시간 틈틈이 주마간산 격으로 세계 최대의 옥불을 모신 로카찬다 파고다, 황금빛 수많은 불탑과 불상을 모신 쉐다곤 파고다, 깐또지(KanDawgyi) 호수, 보족시장 등 주변을 둘러볼 수 있었다.
밍글라돈 공항 인근에 자리한 로카찬다(미얀마어로 '평화'라는 의미) 옥불사는 세계 최대의 옥불을 모신 곳으로 유명하다. 옥불을 모신 전각으로 오르는 계단에서 꽃 파는 여인에게 꽃 한 다발을 사들었다. 전각으로 오르니 투명한 유리로 된 보호막 안에 보계(寶髻) 머리에 가부좌를 튼 거대한 옥불이 맞이한다.
옥불의 좌우 손바닥은 여원인(與願印)과 시무외인(施無畏印) 모양을 하고 있는데, 이는 각각 중생들이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도록 자비를 베푸는 모습과 대자대비한 마음으로 중생을 안심시키는 표시라고 한다. 옥불 앞에는 열두어 명의 남녀가 평온한 표정으로 바닥에 앉아서 참배를 하고 있다. 석가 재세(在世) 시기부터 관계를 맺고 전체 인구의 약 90%의 신자를 가진 불교는 미얀마인들의 생활의 일부나 다름없어 보였다.
쉐다곤 파고다는 2600년 전 부처님이 살아계실 때 공양의 대가로 뽑아준 여덟 발의 머리카락을 모신 사리탑이라고 한다. 1450년 경 신소부 여왕(Shinsawbu, 재위 1453-1472)이 자신의 몸무게만큼 금을 보시하면서, 후대의 왕들도 앞다투어 금을 보시하여 현재와 같이 황금빛으로 눈부시게 빛나는 탑이 되었다고 한다.
둘레 426미터의 언덕처럼 조성된 기단 위에 자리한 약 100미터 높이의 쉐다곤 파고다는 73캐럿짜리 등 5449개의 다이아몬드, 2317개의 루비, 1065개의 금종, 420개의 은종 등 수많은 보석으로 장식되어 있다고 한다. 불상이 안치된 64개의 작은 불탑과 72개의 크고 작은 건물들이 본 탑을 둘러싸고 있는 모습이 장관이다. 미얀마인들의 성지이자 마음의 안식처이기도 한 쉐다곤 파고다의 품에 안기니, 미얀마인들의 깊은 불심이 절로 느껴진다.
쉐다곤 파고다에서 500여 미터 거리에 1917년에 영국 식민지 정부가 조성한 유럽식 정원인 깐또지(Kan은 호수, Dawgyi는 왕실을 의미) 호수가 자리한다. 일설에는 쉐다곤 파고다가 지라한 싱구타라 언덕을 만들기 위해 흙을 파 올린 자리가 지금의 깐또지 호수가 되었다고 한다.
이 호수에는 힌두교 최고신 비슈누가 타고 다니는 새인 커러웨익(산스크리트어로 '가루다')을 닮은 배 모양의 ‘꺼러웨익 팰리스’라는 고급 식당이 있다. 전통 민속 복장의 종업원들이 서빙하는 이 식당에서는 뷔페식 식사를 하면서, 미얀마 전통 민속춤을 감상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시내 중심부에 식민지 시대 양식의 건물 안에 자리한 보족시장에는 골동품, 보석, 공예품, 그림, 직물제품, 기념품, 음식 등을 파는 가게들이 모여 있다. 옥돌로 만든 사슴 코끼리 물소 등 각종 동물 모형의 크고 작은 기념품이 눈길을 끈다. 작은 배를 타고 손그물로 고기잡이를 하는 어부, 길거리 좌판에서 채소를 사고파는 아낙들, 강가에서 멱을 감는 여인들,... 원색의 터치로 미얀마의 자연과 미얀마인들 삶을 화폭에 담아낸 그림 가게의 이름 모를 화가의 그림들도 무척 인상적이다.
양곤은 우리에게 비극의 장소로 기억되기도 한다. 깐또지 호수 북변에 있는 버마의 국부로 불리는 아웅 산의 묘소는 1983년 10월 9일 전두환 대통령을 암살하려는 북한의 테러가 발생한 곳이다. 당시는 남북한 간 제3세계에 대한 외교전이 치열하게 전개되던 시기로, 대한민국 국가원수를 겨냥한 북한 정권의 폭탄테러는 부총리, 외무부장관, 상공부장관 등 우리 정부 요인 17명의 생명을 앗아갔다.
시내 중심부에 자리한 번듯한 호텔의 식당에서는 카드 결제가 되지 않았었다. 슐레 파고다 옆 교회 앞 거리를 지날 때는 한 무리 사설 환전꾼들이 말을 걸어오기도 했다. 당시의 이런 모습들이 지금도 그대로일지도 궁금하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그때를 회상해 보면, 금빛으로 빛나던 불탑들, 식민지 때 세워진 서양식 건물들과 시골장터처럼 허름한 거리, 꺼러웨익 식당의 금빛 의장의 전통 춤사위, 보족시장에서 본 원색 톤의 그림들, 사원에서 만난 달관한 듯 평온해 보이는 현지인들의 얼굴,... 이런 모습들이 떠오른다. 13-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