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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은 고리타분한 과거의 유산인가?

_성경과 논어

by 꿈꾸는 시시포스

성경과 논어, 시대를 초월한 삶의 지침


‘고전(古典)’이란 단순히 오래된 책이나 작품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고전은 시간의 검증을 거쳐 여전히 현대인에게 깊은 울림과 통찰을 주는 인류의 정신적 자산이라 할 수 있습니다. 고전은 인간과 세계에 대한 근원적 질문을 던지고, 수없이 읽혀도 그때마다 새로운 의미로 다가오는 ‘지적·정신적 나침반’입니다.


성경과 논어는 각각 서양의 기독교와 동양의 유교 전통을 대표하는 고전으로, 서로 다른 문화권에서 형성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본성과 도덕에 대한 핵심적인 가르침에서 놀랄 만큼 유사한 면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아래에서 삶과 인간관계, 도덕적 태도에 대한 공통 주제를 중심으로 서로 유사한 의미를 지닌 성경과 논어의 가르침을 원문과 함께 비교해 보았습니다.

▶️ 황금률 — 내가 하기 싫은 일은 남에게도 하지 말라


성경 | 마태복음 7장 12절

“그러므로 무엇이든지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 이것이 율법이요 선지자니라.”


논어 | 위령공편(衛靈公篇)

原文: 子貢問曰:「有一言而可以終身行之者乎?」 子曰:「其恕乎!己所不欲,勿施於人。」

해석: 자공이 묻기를, “평생토록 지킬 만한 한마디 말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공자가 대답했다. “그것은 아마 ‘서(恕)’일 것이다. 자기가 원하지 않는 일을 남에게도 하지 말라.”


→ 두 경전 모두 ‘상대방을 나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라’는 도덕적 황금률을 설파하고 있습니다. 성경의 ‘사랑’, 논어의 ‘서(恕)’는 타인을 향한 배려와 존중의 윤리로서 유사한 철학적 기반을 갖습니다.


▶️ 겸손 — 자신을 낮추는 자가 높아진다


성경 | 누가복음 14장 11절

“무릇 자기를 높이는 자는 낮아지고 자기를 낮추는 자는 높아지리라.”


논어 | 자장편(子張篇)

原文: 子夏曰:「賢賢易色;事父母,能竭其力;事君,能致其身;與朋友交,言而有信。雖曰未學,吾必謂之學矣。」

해석: 자하가 말하였다. “어진 이를 존경하고 색(여색)을 멀리하며, 부모를 섬김에 힘을 다하고, 임금을 섬김에 자신을 다하며, 벗과 사귐에 말에 신의가 있으면, 비록 배움이 없더라도 나는 그를 배운 사람이라 하겠다.”


→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조용히 도리를 다하는 태도는 공자와 예수 모두가 높이 평가한 인격입니다. 참된 겸손은 외면의 포장이 아니라 내면의 진실함에서 나옵니다.


▶️ 사랑과 인(仁) — 이웃을 네 몸같이


성경 | 마태복음 22장 39절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


논어 | 안연편(顔淵篇)

原文: 樊遲問仁。子曰:「愛人。」

해석: 번지가 인(仁)에 대해 묻자, 공자는 대답했다.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다.”


→ 유교의 최고 덕목인 인(仁)은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입니다. 이는 기독교에서 말하는 아가페(agape), 즉 무조건적 사랑과도 유사합니다. 두 경전은 모두 공동체 속의 인간관계에서 사랑을 핵심 가치로 삼고 있습니다.


▶️ 지도자의 도덕성 — 통치는 모범에서 시작된다


성경 | 잠언 14장 34절

“의는 나라를 영화롭게 하고 죄는 백성을 욕되게 하느니라.”


논어 | 자로편(子路篇)

原文: 子曰:「其身正,不令而行;其身不正,雖令不從。」

해석: 공자가 말하였다. “자신이 바르면 명령하지 않아도 행해지지만, 자신이 바르지 않으면 아무리 명령해도 따르지 않는다.”


→ 성경과 논어 모두 지도자의 도덕성과 바른 자세를 강조합니다. 도덕적 권위는 명령이 아니라 삶의 모범에서 나오며, 공동체의 질서와 정의는 그것을 이끄는 자의 품격에 달려 있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 인내와 감정의 절제 — 분노를 다스릴 줄 아는 사람


성경 | 잠언 14장 29절

“분을 더디 내는 자는 크게 명철하여도, 마음이 조급한 자는 어리석음을 드러내느니라.”


논어 | 헌문편(憲問篇)

原文: 子曰:「不遷怒,不貳過。」

해석: 공자가 말했다. “화를 다른 사람에게 옮기지 않고, 같은 잘못을 두 번 저지르지 않는다.”


→ 감정 절제는 성숙한 인격의 척도입니다. 두 경전은 모두 분노와 실수에 대해 신중할 것을 요구하며, 참된 인간은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상황을 직시하는 지혜를 갖춰야 한다고 말합니다.


▶️ 의(義)를 따르고 탐욕을 경계하라


성경 | 골로새서 3장 5절

“그러므로 땅에 있는 지체를 죽이라 곧 음란과 부정과 사욕과 악한 정욕과 탐심이니 탐심은 우상 숭배니라.”


논어 | 이인편(里仁篇)

原文: 子曰:「君子喩於義,小人喩於利。」

해석: 공자가 말하였다. “군자는 의에 밝고, 소인은 이익에 밝다.”


→ 성경과 논어 모두 물질적 탐욕과 개인의 이익 추구를 경계하며, 마땅한 도리를 따르는 것을 인생의 지표로 삼으라고 가르칩니다. 진정한 인간됨은 외적 소유가 아니라 내면의 도덕적 기준에 달려 있음을 강조합니다.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성경과 논어는 각각 신과 인간, 혹은 인간과 인간의 관계를 중심으로 도덕적 삶의 기준을 제시하고 있는데, 그 내용은 놀랍도록 겹치는 부분이 많습니다. 시대와 장소는 달라도 그 안에 담긴 사랑, 겸손, 정의, 인내, 절제, 지도자의 책임 등 보편적 가치들은 인간이 공동체 안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명료한 방향을 제시합니다.

우리가 고전을 읽는 이유는 과거의 지혜를 빌려 현재를 살기 위함입니다. 성경과 논어를 비롯한 고전의 가르침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살아 숨 쉬며, 우리가 더 나은 인간으로 성장하는 데 힘이 되는 등불이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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