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겁고 매운 인생 한 사발
사는 것이 밋밋고 심심하게 느껴질 때면, 문득 떠오르는 영화 한 편이 있다. 양칭(杨庆) 감독의 천쿤(陈坤), 바이바이허(白百何), 친하오(秦昊), 위언타이(喻恩泰) 주연의 중국 영화 『훠궈영웅(Chongqing Hot Pot, 火锅英雄)』이다.
충칭(重慶; Chonhqing; 중경)의 좁고 축축한 골목. 한때 친구였던 네 사람, 그리고 훠궈집 하나. 그 안에선 훠궈 속의 여러 재료들처럼 돈도, 우정도, 인생도… 모두 뒤섞인다.
뜨겁고 얼얼하고 때로는 웃기고 씁쓸한 이 영화는 말하자면 중국식 범죄 블랙코미디에, 인생 고기 한 점을 퐁당 넣은 느낌이다.
대박을 꿈꾸며 충칭의 오래된 방공호를 개조해서 훠궈집을 운영하던 세 친구는 장사가 생각대로 풀리지 않자, 리모델링해서 가게를 팔자고 결심한다.
터널을 더 깊숙하게 파 들어가는 공사를 하던 중 벽 너머에 ‘은행 금고’가 있다는 걸 알게 된다. 갑자기 눈앞에 나타난 로또? 에 눈이 멀고 이성이 혼미해진 이 친구들은 고민 끝에, 거사?를 위해 예전 여사친이자 지금은 은행 직원인 ‘샤오후이’를 끌어들이게 된다.
터널 벽을 뚫고 은행 금고에 도달하는 그 순간, 십 년만에 구입한 로또가 일등에 당첨되는 우연처럼 진짜 강도들이 들이닥치고, 이들의 계획은 완전히 꼬여버린다.
한때는 친했지만 지금은 어색한 친구들, 한때는 좋아했지만 지금은 남이 된 동창, 그리고 어쩌다 함께 얽히고 뒤섞이는 감정과 사건은 팔팔 끓는 훠궈처럼 사람들 마음을 끓이고, 충칭의 얽히고섫킨 어두운 터널처럼 점점 더 꼬이며 깊어진다.
『훠궈영웅』은 제목처럼 누구나 속으로는 영웅이고 싶지만, 현실은 대박을 꿈꾸며 훠궈 가게를 여는 충칭의 청춘들 이야기이다. 영웅도 범죄자도 되지 못하고 그 사이를 오가며 어설프게 버티는 우리 소시민들의 모습이 오버랩된다.
이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은 바로 충칭이라는 매력적인 도시이다. 터널, 방공호, 산과 빌딩 고가도로가 어우러진 입체적인 공간, 복잡한 골목길… 충칭의 공간은 이들의 숨겨진 감정과 인생의 구조처럼 복잡 미묘함을 잘 대변한다.
웃긴데 슬프고, 슬픈데 또 툭 웃게 되는 블랙코미디와 감성이 무너질 듯 무너지지 않고 균형을 이루는 전개는, 얼얼하고 화끈한 훠궈처럼 매콤하고 중독적인 이 영화의 매력이다. 쉽게 터칭되고 작은 것에 감동 잘하는 성격 탓인지, 이 영화는 은하수 별점 듬뿍 뿌려주고 싶은 수작이다.
“사는 게 왜 이렇게 맵고 힘들지”하는 생각이 들 때면, 냄비에 끓여낸 훠궈처럼 매콤하고 유쾌한 영화 『훠궈영웅』를 한 번 감상해 보는 것도 좋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