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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리의 추억, 황푸강의 검은 물결

@Pudong Double tree hotel, Shanghai

by 꿈꾸는 시시포스

2020년 봄, 코로나 팬데믹으로 전 세계는 갑작스러운 멈춤을 경험했다. 국경은 닫혔고, 항공기는 멈췄으며, 사람들은 벽을 만들고 서로의 공간에 자신을 격리시켰다.


그 시기 어둠이 내려앉는 어느 날 밤, 나는 호텔방 침대 끝에 등을 기대고 앉아 있었다. 창밖으로는 깊이를 알 수 없는 황푸강(黄浦江)이 검은 수면 위로 도시의 불빛을 반사하고 있었다. 부유하는 도시의 불빛이 유리창 너머로 흘러들었고, 그 빛은 희미하게 반짝이며 나를 응시했다.


도착한 지 나흘째. 코로나 방역 정책에 따라, 나는 낯선 중국 강남땅도 낯선 호텔방에 일주일간 갇혀야 했다. 침대는 안락했지만, 익숙하지 않은 침묵과의 동거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문을 열면 한 발짝거리에 세상은 방역의 벽으로 차단되어 있었다. 엘리베이터도, 복도도 봉인되었고, 사람들은 종적을 감춘 채 하루 세 끼는 문 앞에 조심스럽게 배달됐다.


노트북을 켜고 사이버 세계가 전하는 세상의 뉴스를 읽는다. 숫자와 그라프는 매일 말없이 감염자 수를 알려준다. 이곳은 창밖에 황푸강이 보이는 중국 상하이, 세계의 시간대가 이 도시를 중심으로 잠시 멈춰진 듯한 기이한 공간이다. 거리의 소음은 아득히 멀고, 들리는 것은 창문에 부딪히는 빗방울 소리와 나의 숨소리뿐이다.


팬데믹의 철창에 갇혀서 외부와 단절된 격리의 시간, 이 고립의 시간은 선택의 여지없이 오로지 나 자신에 침잠할 수밖에 시간이었다. 침대 머리맡 스탠드 조명을 켜고 책을 읽고, 정지된 듯 변함없는 창밖의 풍경을 멍하니 바라보고, 거울 속 내 표정을 들여다보고,... 익숙해질 듯 낯선 하루하루가 지나갔다.


팬데믹 시기 격리의 시간은 내 안에 하나의 작은 창처럼 남아 있다. 그 창을 통해 바라보던 세상처럼, 세상은 여전히 알 수 없는 깊이로 서로 다투며요 고요히 흘러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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