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닮은 고전 _논어와 성경
한 인간을 어떻게 이해하고 평가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간관계에서 중요한 물음이었다. 눈앞에 보이는 말이나 겉모습만으로는 그 사람의 진정한 성품을 알기 어렵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 결국 말과 행동, 그리고 삶의 태도 속에서 본모습이 드러나게 마련이다. 이러한 통찰은 동양의 유가 사상과 서양의 기독교 전통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된다.
공자는 『논어』에서 사람을 알기 위해 “그가 하는 일과 걸어온 길, 그리고 그가 편안히 여기는 것을 살펴보라”라고 하였고, 성경에서는 성실한 종과 불성실한 종을 대비시키며 충성과 성실이 결국 심판과 보상으로 귀결됨을 강조한다.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진 동서양의 이 두 가르침은 인간됨을 가늠하는 잣대가 놀라울 정도로 닮아 있다.
공자는 『논어 위정편』에서 “그 사람이 무엇을 행하는지 보고, 어떤 길을 따라왔는지 살피며, 무엇을 즐거워하고 편안히 여기는지를 관찰해 보아라. 그 사람이 어떻게 자신의 사람됨을 숨길 수 있겠는가?”라고 갈파하고 있다.
「子曰:視其所以,觀其所由,察其所安。人焉廋哉?人焉廋哉?」
_論語, 爲政編
여기에는 인간의 본성은 감출 수 없으며, 결국 태도와 행동 속에서 나타난다는 확신이 담겨 있다. 즉,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은 단순한 말이 아니라 실제 행동이고, 더 나아가 반복되는 생활 태도라는 것이다. 이는 겉치레보다는 내면의 진실을 중시하는 동양적 지혜의 정수를 보여준다.
한편, 성경은 사람됨을 '종의 충성과 불충'이라는 비유를 통해 드러낸다. 마태복음 24장에서 예수는 충성된 종과 악한 종을 대조한다. 주인이 떠나 있는 동안에도 맡겨진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는 종은 주인이 돌아왔을 때 칭찬과 더 큰 책임을 받는다. 반면 주인이 없음을 기회 삼아 게으름을 피우거나 방탕하게 사는 종은 엄한 심판을 피할 수 없다고 했다.
또한 마태복음 25장의 달란트 비유에서는 종들이 각자 받은 달란트를 어떻게 활용했는지가 평가의 기준이 된다. 충성된 종은 주인의 뜻을 따라 달란트를 불리지만, 게으른 종은 아무런 결실을 맺지 못한 채 책망과 벌을 받는다. 이 이야기들은 성실함이란 단순한 태도가 아니라 주어진 책임을 어떻게 다하는가의 문제임을 보여준다.
공자와 성경의 가르침을 비교해 보면, 몇 가지 공통된 교훈을 찾을 수 있다. 첫째, 사람됨은 말이 아니라 행동에서 드러난다는 것이다. 공자는 언행과 습관을 통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고 보았고, 성경은 종의 충성과 불충이 맡은 일을 대하는 태도와 그로 인한 결실로 드러난다고 강조한다.
둘째, 성실은 숨길 수 없는 본질이다. 공자는 사람이 무엇을 편안히 여기는지를 보면 그 본심을 알 수 있다고 했으며, 성경은 주인이 없을 때의 태도가 종의 진정한 모습이라고 말한다.
셋째, 결국 행실에 따른 평가가 있다는 점이다. 공자는 인격은 숨길 수 없으니 결국 드러날 수밖에 없다고 하였고, 성경은 성실한 종이 칭찬을 받고 불성실한 종이 벌을 받는다고 가르친다.
이러한 교훈은 오늘날 일상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 현대 사회에서는 말과 허장성세가 판치지만, 진정한 가치는 행동을 통한 꾸준한 실천에 의해 평가받기 마련이다. 말과 행동의 일치, 즉 실행력은 성실함에서 비롯된다. 사회생활에서 성실함은 가장 큰 자산 가운데 하나이다.
순간을 모면하기 위한 언변이나 위선은 드러나게 마련이고 언행이 일치하지 않으면 결국엔 신뢰를 잃게 된다. 반대로 누군가가 묵묵히 주어진 책임을 다하고 꾸준히 성실을 지켜간다면, 언젠가는 그 진심이 인정받기 마련이다. 이는 공자의 “사람됨은 숨길 수 없다”는 통찰과, 성경의 “주인이 돌아올 때 평가받는다”는 말씀이 현대적으로도 적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결국 공자와 성경은 같은 메시지를 던진다. 사람됨은 말이 아니라 행동과 태도 속에서 드러나며, 언행이 일치한다는 것은 가장 확실한 인격의 증거라는 것이다. 더 나아가 언행일치의 실행력, 즉 성실은 단지 타인을 위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인격을 단련하고 삶을 풍요롭게 하는 길이기도 하다.
동양과 서양, 철학과 종교를 넘어선 이 공통의 교훈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여전히 깊은 울림을 준다. 진실됨과 성실함은 단순한 덕목이 아니라, 성공적인 인생을 일구는데 갖춰야 할 필수불가결 요소임을 잊지 말아야 하겠다.
주인이 맡긴 달란트를 몇 배로 늘리 수 있는 재능까지 겸비한다면 금상첨화이겠거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