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병의 원인과 ‘수녀 연구’가 주는 교훈

by 라온재

수녀 연구(Nun Study)는 알츠하이머병과 인지 기능 저하의 원인을 밝히기 위해 1986년부터 미국 켄터키대학교에서 시작된 장기 연구다. 이 연구는 약 678명의 로마 가톨릭 수녀들을 대상으로 진행되었으며, 참가자들의 생애 기록, 생활 습관, 인지 능력 변화, 그리고 사후 뇌 부검 결과를 종합적으로 분석했다.


이 연구가 특별한 이유는 수녀들이 매우 유사한 생활 조건—비슷한 식습관, 의료 환경, 사회적 구조—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환경적 요인의 영향을 최소화한 채로 지적 활동, 정서 상태, 교육 수준 등과 같은 요인이 뇌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보다 명확하게 관찰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지적 활동과 언어 능력이 인지 건강을 지킨다


연구 결과, 젊은 시절에 복잡하고 정교한 문장을 구사했던 수녀들은 노년기에도 인지 기능을 더 잘 유지하는 경향이 있었다. 이는 독서, 글쓰기, 학습과 같은 지적 활동이 뇌를 지속적으로 자극하고, 인지 예비력(cognitive reserve)을 높여준다는 사실을 뒷받침한다. 일상에서 새로운 것을 배우고, 사고하며, 글을 쓰는 습관이 뇌 건강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이 연구는 명확히 보여준다.


병리적 변화가 반드시 증상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놀라운 점은 일부 수녀들이 사후 부검에서 알츠하이머병의 전형적인 병리—베타 아밀로이드 플라크와 타우 단백질 축적—를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생전에는 치매 증상을 전혀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는 뇌가 손상에도 불구하고 기능을 유지할 수 있는 보완적 능력을 지닌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를 ‘인지 예비력’이라 부른다. 다시 말해, 평생 두뇌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면 알츠하이머병이 병리적으로 진행되더라도 그 영향을 줄일 수 있다.


긍정적 정서와 규칙적인 생활이 뇌를 보호한다


또한, 긍정적인 성격과 정서적 안정이 인지 기능 유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도 있었다. 낙관적이고 감정 표현이 풍부한 수녀일수록 인지 저하 속도가 느렸다는 것이다. 수녀원이라는 공동체 생활도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공동체 속에서의 규칙적인 생활, 신앙 활동, 사회적 교류는 정서적 안정뿐 아니라 신체적, 인지적 건강에도 도움을 주었다.


심혈관 건강이 곧 뇌 건강이다


이 연구에서는 고혈압, 당뇨, 비만과 같은 심혈관 질환이 알츠하이머병 위험을 높인다는 점도 관찰되었다. 이는 규칙적인 운동, 건강한 식습관, 혈압과 혈당의 철저한 관리가 단지 신체 건강을 위한 것이 아니라 뇌 건강을 지키는 핵심 요소임을 뜻한다. 결국 몸과 뇌는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수녀 연구가 우리에게 말해주는 것


이 연구가 주는 가장 큰 교훈은 인지 저하가 단순한 노화의 결과가 아니라는 점이다. 개인의 생활 습관, 지적 자극, 정서 상태, 사회적 관계, 신체 건강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노년기의 인지 기능을 결정짓는다.

따라서 우리는 다음과 같은 실천이 필요하다.


매일 독서, 글쓰기, 퍼즐 등 두뇌 활동을 이어가기

새로운 것을 배우는 습관 유지하기 (예: 외국어, 악기 등)

긍정적인 정서와 낙관적인 태도 유지하기

규칙적인 생활과 사회적 관계 지속하기

운동, 식습관, 수면, 혈압·혈당 관리를 통한 전신 건강 유지하기


수녀 연구는 우리에게 “늙는다는 것은 단순히 나이를 먹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살아왔는가에 따라 달라지는 과정”임을 알려준다. 노년기에도 건강하고 활기찬 삶을 살기 위해 무엇을 선택하고 어떻게 실천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귀중한 이정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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