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브런치 생태계에서 배운 것

LikeIt의 숫자의 의미

by 라온재


브런치에 입문한 지 어느덧 한 달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저는 네이버 블로그와 구글 블로그에 오래도록 써왔던 글들을 정리해서 브런치북에 하나씩 옮겼습니다. 단순히 복사-붙여넣기를 한 것이 아니라, 글을 다시 읽고 문장을 다듬고 제목을 바꾸기도 하며, 나름 정성을 들였지요. 그렇게 하다 보니 브런치라는 새로운 생태계 속에서 독자의 반응이라는 것을 새롭게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네이버 블로그는 매우 상업적이었고 구글 블로거는 그야말로 구글로 부터 거의 잊혀진 존재였습니다. 그래서 용감하게 브런치로 마이그레이션을 했습니다. 매우 민족합니다.


브런치에서는 글마다 두 가지 숫자가 올라갑니다.

하나는 LikeIt, 다른 하나는 조회수입니다.

처음엔 단순했습니다. 누군가 제 글을 읽고 좋았다고 눌러주는 표시가 LikeIt이라고 생각했지요. 실제로 LikeIt 숫자가 올라갈 때마다 아, 이 글이 마음에 들었구나 하며 기뻤습니다. 글쓰기의 보람이랄까요.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이상한 점을 발견하게 됩니다.


같은 사람이 자주 LikeIt을 눌러주는데, 조회수는 전혀 올라가지 않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처음엔 브런치북 시스템의 오류인가 싶었습니다. 하지만 며칠을 더 지켜보니, 조회수가 전혀 변동이 없는 날에도 LikeIt 숫자만 오르는 일이 반복되었습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 확신하게 되었죠. 글을 읽지 않고도 LikeIt을 누를 수 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물론 브런치에서는 좋아요 버튼을 글 제목만 봐도 누를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누가 어떤 이유로 그렇게 하는지는 제가 알 수 없습니다. 다만, 몇몇 사용자들은 습관적으로 LikeIt을 누르거나, 일종의 네트워킹 제스처로 LikeIt을 사용하는 것 같았습니다. 내가 너 글에 LikeIt 눌렀으니, 너도 와서 내 글에 눌러줘라는 식의 무언의 신호일지도 모릅니다.


네이버 블로그에서는 이게 더 노골적입니다. 댓글로 직접 말하지요. 좋아요 누르고 갑니다~ 맞방 부탁드려요! 브런치북은 그런 댓글은 없지만, 행동 패턴만 보면 비슷한 문화가 존재하는 듯합니다. 어쩌면 SNS의 영향이 브런치에도 들어와 있는 것이겠지요.


이러한 경험을 통해 저는 하나를 배웠습니다. 좋아요 숫자만으로 독자의 반응을 판단하면 안 된다는 것.

진짜 독자는 조회수로 확인할 수 있고, 더 나아가 글 끝까지 읽고, 댓글이나 공유, 혹은 긴 시간 머무름으로 반응을 보여주는 분들입니다. 물론 LikeIt이 무가치하다는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LikeIt은 글의 진정한 품질을 보여주는 지표가 아니라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제부터 조회수를 중심으로 진짜 독자와의 연결을 찾아보려 합니다. 누군가 제 글을 실제로 읽고, 그 안에서 뭔가 느끼고, 또 그 느낌을 간직해준다면, 그게 가장 큰 보람이 아닐까요?


글을 쓴다는 건 결국 누군가에게 도달하는 일입니다.

그리고 그 도달은 숫자가 아니라, 읽는 사람의 마음을 거쳐야 진짜입니다. 브런치에서의 한 달, 저는 그걸 배웠습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이민자의 시선에서 본 미국 - 중립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