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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채 잡는데 5년 걸렸습니다

by 라온재


골프를 처음 시작한 지 어느덧 5년이 흘렀다. 누구에게 정식 레슨을 받은 적도 없이, 나는 철저히 유튜브와 연습장을 통해 혼자 골프를 배웠다. 요즘 말로 셀프 골퍼다. 처음엔 이게 얼마나 힘든 길인지 잘 몰랐다. 나만의 시간에, 스스로 배운다는 점이 좋았다. 그야말로 더우나 추우나 그린에서 살았다. 매일 땅을 파며… 그러나 지금 돌이켜보면, 그 선택이 얼마나 비효율적이고 불안정한 여정이었는지도 안다.


유튜브에는 셀 수 없이 많은 골프 강의가 있다. 하루에도 수십 개씩 새로운 이론과 방법이 올라온다. 처음에는 신기했고, 어떤 날은 이게 정답이다! 싶어 가슴이 뛰기도 했다. 그러나 다음 날 다른 영상을 보면 또 다른 이야기다. 또 따라 해본다. 그렇게 반복하면서도 내 안에는 늘 무언가 핵심을 놓치고 있다는 느낌이 있었다.


결정적인 문제는 기본기가 없는 상태에서 자꾸 새로운 것을 시도했다는 점이다. 지금 돌아보면, 이것은 마치 기초 설계도 없이 계속 집을 증축해 나가는 꼴이었다. 유튜브를 통해 익힌 수많은 스윙 궤적, 백스윙 각도, 임팩트 타이밍 등은 내 몸에 들어왔다가, 다음 날 또 빠져나갔다. 일관성은 없었고, 공은 앞으론 나가지만 항상 불만이었다. 거리도 남들보다 덜 나갔고, 잘 맞았다가도 다음 날은 전혀 안 맞았다.


그런데 지난 일주일, 변화가 시작됐다.

그립을 깨달은 것이다. 골프채 잡는 법을 깨우친 것이다.

이제서야 유튜브의 말들이 이해가되었다.


어떻게 잡아야 힘이 빠지는지, 어떤 위치에서 손가락에 클럽이 얹혀야 자연스러운 스윙이 가능한지, 몸이 아니라 손끝에서 시작되는 리듬감이 무엇인지. 지금까지 수없이 반복했던 계란 쥐듯, 스트롱 그립, 약하게 쥐라는 말들이 처음으로 몸에서 이해되었다.


왜 이제야 이걸 알게 되었을까. 이유는 분명하다. 하체가 이제는 안정돼 있기 때문이다. 몇 년간 반복된 연습 덕분에, 이제는 무의식적으로 하체를 고정할 수 있게 되었다. 덕분에 그립의 변화가 곧바로 공의 궤적과 타구감에 연결되기 시작했다. 예전 같았으면, 손을 바꿔도 하체가 흔들려서 결과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었을 것이다.


결국, 이 모든 시행착오의 원인은 기초 없이 쌓아온 불안정한 정보의 산물이었다. 누군가 초기에 이렇게 말해줬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너는 지금부터 6개월간은 그립만 잡아. 절대로 바꾸지 마. 그게 네 모든 샷의 출발이야. 5년이 지나고 나서야 그 말의 무게를 실감하게 됐다. 하지만 이제라도 깨달았으니 다행이다. 나에게는 이제 비로소 진짜 골프가 시작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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