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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ingularity of My Life

Retirement

by 라온재


인생의 대부분은 나보다 우리를 위해 살아왔다. 자식을 위해, 배우자를 위해, 가족이라는 이름의 사명을 위해, 그리고 사회의 요구와 제도 속에서 살아냈다. 누구를 위해 살아왔는가?라는 질문 앞에서, 나는 잠시 망설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이제, 은퇴가 눈앞에 다가왔다. 처음으로 누군가가 아닌 오로지 나를 위해 준비하는 시간이 시작된다. 그것은 단순한 휴식이나 멈춤이 아니라, 오히려 내 생의 가장 본질적인 전환점, 바로 Singularity, 나만의 특이점이다.


우리는 평생을 일정한 궤도 속에서 살아간다. 학업, 취업, 결혼, 양육, 일터, 관계, 책임… 그 궤도는 사회가 정해준 선로이자, 가족이 요구하는 지점이었으며, 나 역시 그 틀 안에서 열심히 달려왔다. 그러나 은퇴는, 마치 중력을 벗어난 위성처럼 정해진 궤도를 벗어나, 자율적으로 항로를 재설계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다. 이제는 내 궤도를, 내가 정한다. 어디로 갈 것인지, 무엇을 할 것인지, 어떤 사람으로 늙어갈 것인지. 이것은 생애 처음으로 주어지는 완전한 자유의 시간이다. 그리고 그 자유는, 내가 감당해야 할 또 다른 책임이기도 하다.


기술적 특이점은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초월하는 그 한순간을 의미한다. 그 순간 이후로는, 우리가 알고 있던 세계는 예전처럼 설명되지 않는다. 인생의 특이점도 마찬가지다. 은퇴의 순간, 나는 더 이상 사회적 역할로서의 내가 아니다. 이제 나는 직함이 아닌 이름으로 살아야 하고, 의무가 아닌 의미로 하루를 채워야 한다.


무엇이 나를 살아 있게 만드는가?

무엇이 내게 기쁨을 주는가?

무엇이 나를 성장하게 하는가?


이 질문에 진지하게 답해야 하는 시기. 그리하여 내 삶이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향해 방향을 바꾸는 시기.

그 시점이 바로 은퇴라는 특이점이다.


나는 지금 이 특이점을 준비 중이다. 경제적 자립, 건강한 생활 습관, 여행과 사색, 가족과의 건강한 거리두기,

그리고 무엇보다 나답게 사는 법을 연구하고 있다. 그것은 단순한 계획이 아니라 내 인생의 재해석이다.

지금까지의 삶을 해석하고, 앞으로의 삶을 새롭게 쓸 수 있는 드문 기회. 그래서 이 시간은, 귀하다.

그리고 철학적이다. 누구에게도 대신 맡길 수 없는 내 생의 핵심 작업이다. 그래서, 나는 선언한다 이제부터의 시간은 오로지 나를 위한 것이다. 나는 더 이상 누군가의 아버지, 남편, 직원, 책임자라는 이름보다 존재로서의 나로 살아가기를 선택한다. 그 선택은 두렵기도 하고, 낯설기도 하다. 하지만 동시에, 가장 내 삶다운 시간이 될 것이라는 강한 직감이 있다. 그래서 나는 이 시간을 The Singularity of My Life, 그 누구도 아닌, 나를 위한 특이점이라고 부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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