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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키 Oct 17. 2023

일장춘몽

카페 소사이어티 

 


 재즈가 은은하게 흐르는 1930년대 황금기, 할리우드로 상경한 바비는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성공한 삼촌 필의 도움을 받는다. 그러나 눈에 들어온 것은 화려한 할리우드 속 홀로 묵묵히 살아가는 필의 비서 보니. 바비와 보니는 꿈과 같은 사랑을 이어나간다. 그리고 결국엔 실패한다. 할리우드에서는 뭐든 될 줄 알았는데 사실은 다 헛된 꿈이었던 것 같다. 그렇다면 과연 영화에서 말하는 할리우드란 무엇인가. 



 우선, 할리우드는 바비의 첫 사회였고 사랑에 빠진 아메리칸 드림의 대공간이다. 게다가 1930년대 황금기 할리우드는 모든 배우 지망생 및 영화 지망생들이 오기만 하면 성공하는 환각의 시대였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할리우드가 화려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그 예시로 필을 들어본다면. 

 필은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업가이고 돈을 많이 버는 부자 삼촌의 위치에서 가족의 상위에 자리잡고 있으며 (청부업자로 살아가는 벤보다 가족적 서열이 높다_물론 벤 또한 부자다) 25년간 가정을 이어오는 사랑하는 아내도 있다. 그러나 필은 비서 보니와 불륜을 저지르고 있다. 우습게도 사회적인 이미지를 신경쓰는 모양인지 바의 뒷구석에서 몰래 만남을 이어오는 등의 수법을 저지르고 있긴 하나, 확실한 것은 낭만적이지 않다는 거다. 필은 아내와의 이혼을 미루기도 한다. 이것이 분명 잘못된 것임을 인지하고 있다는 거다. 그러다 바비와 보니가 사랑하는 것을 알게 되고, 보니를 잡기 위해 이혼이라는 수법을 쓴다. 할리우드의 대가는 아주 알량하다. 


 

 결과적으로 보니는 필을 선택한다. 이미 성공한 사람을 선택한 것이다. 바비는 성공할 가능성이 있었고 결론만 보면, 할리우드에서가 아니라 뉴욕에서 할리우드의 수법을 써서 성공했다. 그렇다면 역시 할리우드는 성공의 법칙을 따르는 환상적인 공간인가. 우습지만 영화의 공식을 대입하자면 그렇다. 할리우드는 우리 모두의 꿈이다. 그런데 모든 꿈이 달지만은 않다. 이들 또한 할리우드에서 보냈던 시절을 달다고 서술하지는 못할 것이다. 서로에 대한 갈망이 그곳에 남아있기 때문에. 

 

 

 영화 후반부, 재회한 바비와 보니는 다시금 불륜을 저지른다. 누군가는 이것이 선택의 갈림길이라고 한다. 과거 A 선택을 했기에 보지 못한 B의 결과를 맛보는 것이라고. 그러나 나는 선택이라기보다는 꿈이라서 즐길 수 있었던 루트라고 생각한다. 할리우드는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올라온 바비에게 앞으로 나아갈 사회에 대한 희망이자 좋아하는 보니가 있던 꿈이었고, 보니에게는 연기가 하고 싶어 무작정 올라온 선망의 유토피아이자 돈 많은 사회적으로 성공한 남성이 자신을 위해 가정을 내버리고 오는 (비) 현실적인 선택의 도착지이다. 만약 바비와 보니가 사랑에 성공하고 함께 뉴욕으로 왔다면 할리우드는 꿈에서 비롯되지 못하고 현실이 되어 괴리감으로 가득했을지도 모른다. 할리우드는 절대 현실이 될 수 없다. 그러나 꿈에서 끝나고 꿈에서 잠식되어 꿈은 꿈일 뿐이다, 라는 것을 상기한 순간 그들은 현실을 살아갈 수 있게 된다. 뉴욕에서 보니가 아닌 다른 여자와 가정을 이룬 바비와, 필을 선택하여 할리우드의 부품 중 일부가 된 보니. 이들은 각자의 현실을 살아가며 아주 가끔 꿈을 꾼다. 


 불륜 미화라고 하기에는 한낱 꿈이다. 영화에서의 불륜은 그저 할리우드에 대한 꿈을 깨는 수단이라고 생각하며, 불륜 미화가 목적이었다면 오히려 다시 사랑하고 할리우드로 향했어야 한다. 불륜 미화는 그저 감독의 개인사가 얽혀 발목 잡힌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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