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러움이 남긴 질문
누군가 또는 무언가를 가슴깊이 부러워한 적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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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유랑민족을 칭하는 단어로 사용되는 집시, 현대에 들어서 집시는 사람들의 반감을 사는 존재이기도 하다. 그런 집시가 누군가에게는 부러움의 대상과 동경의 대상이었다면 믿어질까?
18세기 중후반부터 19세기의 영국에서는 화가가 작품에 집시의 모습을 담는 것은 성행되지는 않았으나, 영국 문학 작품에서는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주제였다. 이 시기의 영국 문학 작품들은 집시와 집시의 삶에 대해서 작가마다 다른 입장을 보인다. 예를 들어 윌리엄 쿠퍼(William Cowper, 1731-1800)는 일을 하지 않는 집시의 나태한 삶을 강하게 비판하였지만 본인 또한 집시와 같이 노동을 하지 않고 노마드(nomad)와 같은 삶을 살았던 것을 생각하면 집시에 대한 그의 비판에 내재한 진심에 의문이 생긴다.1) 윌리엄 워즈워스(William Wordsworth, 1770-1850)의 경우에는 직접적으로 자유에 대한 갈망과 자유로운 집시의 삶에 대한 동경이 드러나며 인간성에 대해 사색한다. 존 키츠(John Keats, 1795-1821)의 경우 집시를 신비로운 존재로 표현하며 자연과 합일을 이루는 이상적인 삶을 사는 존재로 표현한다.
이처럼 사람들은 집시를 통해 ’자유‘를 바라보고 갈망하기 시작하였음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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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화가들은 어떠했을까? 그들은 집시를 어떤 시선에서 바라보았을까? 영국의 화가 조지 몰랜드(George Morland, 1763-1804)는 당시 집시의 모습을 그리는 것이 흔하게 통용되지는 않았던 시대 속에서 집시의 모습을 가장 많이 그린 화가이다.2) 특히 몰랜드의 <아침(자애로운 스포츠맨) Morning (The Benevolent Sportsman )>(1792)은 사실과는 거리가 먼 작품이다. 영국 육군 장교인 찰스 스튜어트의 업적을 기리고자 제작된 작품임에도 집시를 작품에 표현한 그의 의도는 무엇일까?
집시를 담아낸 몰랜드의 의도는 무엇이었을까? 그는 집시에서 무엇을 보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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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랜드는 어린 시절부터 재능을 인정받았지만, 그의 아버지는 그가 창의적인 사고를 할 수 있도록 길을 마련해주지 않고 오히려 몰랜드로 하여금 대가들의 작품을 모사하라고 강요했으며, 후원자들과 딜러들 또한 그의 재능을 착취하기 바빴다.3) 이후 22살에 비로소 자신만의 작업실을 열었으나, 강요받았던 과거의 자신의 모습을 되뇌며 의뢰인의 요구를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작업을 하다 보니 결과적으로 빚더미에 앉게 되어 채권자, 의뢰인 등을 피해 도피처를 찾아다니며 야외에서 생활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졌으며, 이 과정에서 여러 집시들을 접하고 함께 생활하게 되었다.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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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한 생활 속에서 몰랜드는 무엇을 보고 느꼈을까? 당시 집시는 몰랜드에게 도피처를 제공해 주는 조력자 역할을 하였고, 그가 도피처로 삼았던 여러 시골 지역에서 집시와의 생활은 생존을 위한 것이었다.
당대 집시는 사람들에게 그 어떠한 속박도 받지 않는 순수한 한 사람으로서의 자유로움을 표방한다고 생각할 때에, 몰랜드의 삶과 당시 시대적인 배경을 생각해 보면 그는 집시를 통해 정치사회적인 메시지를 함축했다기보다는 한 명의 개인으로서의 ‘자유를 갈망하며 자신의 꿈과 이상’을 그리고 있지는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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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겐 흔히 사회 속에 통용되는 ‘보편’의 틀에서 ‘안전’을 보장받고자 한다. 당대 가난했던 영국인의 일부는 생존을 위해 집시로 변장했지만, 역으로 집시들의 일부는 생존을 위해서 가난한 영국인으로 변장하였다는 사실을 염두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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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한 번쯤은 누군가 또는 무언가를 보고 부러워한 적이 있지 않은가.
그 대상이 사람일 수도 있지만 길거리에 널린 돌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런 것들을 동경하는 그 마음이 끊임없다는 것 또한 삶의 일부가 아닐까 싶다.
누군가는 자신과 다른 존재를 부러워하고 동경하지만, 그 존재 또한 그 누군가를 역으로 이상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
그렇기에 완벽한 삶은 세상에 없다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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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고민해 보게 되는 것 같다.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일까?
1) 쿠퍼의 이러한 입장은 『과업 The Task : A Poem, in Six Books 』(1785)의 「The Sofa 」에서 나오는 구절인 “God made the country, and man made the town.”을 통해 알 수 있다. William Cowper, The Task, Book I: The Sofa, https://www.eighteenthcenturypoetry.org/works/o3795-w0010.shtml (2020년 11월 26일 온라인 접속). 신경원, 「영국 낭만주의 시에 나타난 집시 이미지 연구」, 41-43.; Sarah Houghton-Walker, “William Cowper's Gypsies.” Studies in English Literature, 1500 – 1900. 48:3 (2008): 668-672.
2) Andrew McFarlane, “George Morland as an illustrator of english gypsy life,” Journal of the Gypsy Lore Society; Edinburgh 33 (1954): 1.; Grindle, “‘The Gipsey-race My Pity Rarely Move?’,” 108.; George Dawe, J.J Foster ed, The life of George Morland (London: Dickinson's, 1904), https://archive.org/details/lifeofgeorgemorl00dawe (2020년 11월 28일 온라인 접속)
3) Dawe, The life of George Morland , (2020년 11월 28일 온라인 접속)
4) E.D. Cuming, George Morland Sixteen examples in colour of the artist's work , Kindle Edition (Glasgow: good press, 2019), 50-62. Barrell, The dark side of the landscape , 94-96. McFarlane, “George Morland as an illustrator,” 5. Dawe, The life of George Morland , (2020년 11월 28일 온라인 접속)
2020년에 소논문으로 다루었던 주제를 다시 꺼내어, 제 생각과 마음을 더해 새롭게 풀어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