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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승환 Mar 11. 2022

국악의, 세련된 재창조

누구보다 흥 많고 모던한 감각의 그들이 온다

잠비나이, 이날치, 추다혜차지스, 악단광칠. 


요즈음 "음악 좀 듣는다”는 대중들 사이에서 숱하게 거론되는 아티스트 집단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우리나라 고유의 소리인 ‘국악’을 토대로 음악을 재창조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다만 이들이 만들어내는 음악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본연의 국악과 확연한 차이가 있다. 


본인들의 이러한 고전 국악과의 커다란 간극을 


잠비나이는 “포스트 락” 이라는 새로운 정체성으로 소개하고, 

악단광칠은 “코리안 사이키델릭”

이날치는 “얼터너티브 팝”

추다혜차지스는 “사이키델릭 샤머닉 펑크”라는 이름으로 


각각 자신들을 대중에게 서서히 내비치고 있다. 



잠비나이, 이날치.
추다혜차지스, 악단광칠.


문득 이날치를 처음 접했던 순간이 기억난다. 학창 시절 '온스테이지'라는 한 음악 매체에서 

이날치가 선보인 “범 내려온다” 와 “별주부가 울며 여쫘오되” 를 인상깊게 본 이후 한창 찾아봤을 때가 있었다. 

그들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각종 매체에 소개되기 전의 일이다. 그때의 그들도 지금이랑 별다를 것 없이 깔끔하고 담백했으며, 무엇보다 출중한 실력이라는 기반이 있었다. 



'온스테이지' 영상 발췌.


고수 (베이시스트와 드러머)의 장단에 맞춘 소리꾼의 창, 때로 들려오는 추임새와 재간있는 너름새는 형식적 측면에서도 세밀하게 정제된 완성도를 보여준다. 


더불어 영화 "곡성" 의 영상 감독을 맡는 등 영화계에서 유명세를 떨쳤던 장영규 예술감독이 이들의 선두에서 총대를 메고 있다는 점 또한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만의 유니크한, 영상과 음악을 조합하는 감각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현대의 예술 소비 트렌드에 맞추어 모든 요소가 하나로 어우러지는 아름다운 작품을 만들어내는데 일조한다. 


장영규 예술감독.       ⓒ송승훈 작가


‘전통’ 이라는 특이점과 모던 음악에 전혀 뒤떨어지지 않는 ‘현대적 감각’ 이 한 마당에서 범이 내려오는 모양새로 너울너울 춤추는 모습에 대중들은 흠뻑 빠져 영영 열광하고 있다. 


국악이 예술계의 한 축을 세운 것이다.


한편 국악의 현대화는 꽤 예전부터 지속적으로 시도되었던 일종의 예술사조로 볼 수 있다. 일제강점기 무렵에는 그것이 “신민요”라고 명명되었으나 그 이후에 두 대상의 융합을 뜻하는 영어 단어 “퓨전” 이 외래어로 유행하기 시작하며 “퓨전국악” 이라는 네임태그가 바로 최근까지 20-30년간 붙어있었다. 


오늘날에 이르러서는 그것이 “얼터너티브 국악” 이라는 새로운 장르로 새롭게 정의되고 있다. 

포스트 락, 블랙뮤직, 얼터너티브 팝, 코리안샤머닉.. 

다양한 배경과 지역적 특색, 종교적 특색으로 미묘하게 다른 이름으로 불리지만 

결국 그들의 지향점은 모두 같은 길에서 교차된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신민요 – 퓨전국악 – 얼터너티브 국악. 


무엇인가에 구애받고 규정되며 분류되는 것을 불호하고 심지어는 거부하는 그들의 예술적 태도를 고려하면 

다소 모순적이게도 오랜 시간에 걸쳐 참 많고 다양한 이름으로 불렸다. 


하지만 그만큼이나, 과거와 현재의 예술을 매끄럽게 이어나가려고 하는 그들의 노고가 

대중에게 매 세대 인정받고 주목받는다는 증거가 아닐까. 


국악의 세 번째 과도기인 지금, 그들의 노력은 객석의 관심과 드디어 맞닿아 공진하며 선풍적인 인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런 현상은 우리나라 국민들의 점차 메말라가는 전통음악에 대한 인식과 관심에 잔비를 뿌려주는, 기대해보건데 더욱 커다란 변화의 시작이지 않을까.


2021.02.08.


글 김승환 

예술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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