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진정으로 사랑한 것은
난 원체 아름답고 무용한 것들을 좋아하오.
달, 별, 꽃, 바람, 웃음, 농담, 그런 것들…
그렇게 흘러가는 대로 살다가 멎는 곳에서 죽는 것이 나의 꿈이라면 꿈이오
내가 진정으로
좋아하는 것을 찾고 있던 차에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드라마 주인공을 통해 듣게 되었다.
내가 정말 표현하고 싶었지만 뭐라 설명할 수 없어 답답했던 표현들을 보기 좋게 나란히 줄 세워 준 느낌
적절한 자리를 찾은 오래되어 손 때 묻은 정갈한 가구를 대한 느낌
입안에만 맴돌던 나의 취향을 나란히 보기 좋게 정리해서 읽어준 느낌
그렇다.
나는 이쁘고 무용한 것을 좋아했다.
이쁜 가방을 좋아했고 이쁜 메모지를 좋아했고 이쁜 스티커를 좋아했으나
어린 시절 나의 이러한 취향은 한 번도 존중받아 본 적이 없다.
그렇게 내 꿈은 존중받지 못한 채 내 안에서 조용히 자리 잡고 있었다.
그런데 요즘은
내 안에 나는 나에게
너는 저런 것을 탐하기에 너무 나이가 많아 조금 더 럭셔리한 취미를 찾아야 하는 거 아냐?
이렇게 속삭인다.
그리고 넌 돈을 벌어야 해
아이들이 있잖아.
그렇다 현실은 일말의 타협이 없다.
이쁘고 무용한 것이 내 삶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한다면
잠시 접어 두어야 한다.
내가 돈을 벌어야 하는 이유가 이것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돈을 버는 이유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어느 날 인가 무용하다면 무용한 것을 유용한 실체로 만들어
덕업일치를 이루며 살아가기 위함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언제까지 취향과 감정을 유예하며 살아야 하는지 계산이 안되지만
너무 멀리 미뤄두지는 말아야겠다.
나는
이쁜 꽃, 이쁜 스티커, 비싼 노트, 만년필, 벽돌책, 영국의 시골집, 남프랑스의 시골 정원 등의
무용하고 비싼 것을 좋아한다.
좋아하는 것을 눌리다가 멎는 곳에 죽는 삶을 살아야겠다.
#대문자 P #엄마가사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