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예시 vs 공중부양
글을 쓰고 있는 거실책상에서 2호는 수학 문제집을 30분째 만지작 거리고 있다.
“너는 한 문제를 몇 분 동안 푸는 거니??”
“…………..”
그러다 갑자기 맞은편에서 피식피식 웃기 시작했다. 왜 웃냐고 물으니
“엄마, 엄마는 이 둘 중에 어떤 초능력이 가장 쓸모없을 것 같아?”
- ‘가장 쓸모없는 초능력은 초능력일까. 쓸모없어도 초인간적인 능력이라면 초능력이긴 하니까 “ 하며 내가 되물었다.
“그 두 개가 뭐랑 뭔데?”
“하나는 30초 동안 1센티미터 떠 있는 거고, 아 쿨타임은 하루야!! 그리고 또 하나는 미래를 볼 수 있는 능력이야”
“근데 미래를 보고 그 내용을 잊을 수도 있고 기억할 수도 있어 그건 랜덤이야”
- ‘맙소사, 기발하긴 하다. 그리고 두 개다 초능력이긴 하다. 그런데 정말 두 개다 별 쓸모는 없어 보인다’
내가 이것도 저것도 고르지 못하고 있자니 2호가 얘기했다.
“첫 번째 공중부양 능력은 넘어지거나 떨어질 때 유용하고, 두 번째는 혹시 랜덤으로 기억하게 될 미래가 부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에 유용해.”
이런 힌트를 주고는 나더러 하나를 고르란다. 하하하
난 공중부양 능력을 택했다. 혹시 떨어졌을 때 그 능력으로 살아남아야겠다고 했더니 깔깔거리며 웃었다. 미래 예견능력은 부를 가져다 줄텐데 그래도 그거 할 거야? 엉 그래도 그거 할 거야. 그랬더니 혼자 공중부양 능력이 생기면 허경영을 찾아가 한 판 붙자고 한 다음 돈을 벌어야겠다는 둥 하며 혼자 중얼거리다 곧 문제집을 풀기 시작했다. 몸살로 재택공부 중이신 2호는 오늘 영문법 한 장을 풀고 책 좀 읽으며 쉬고 있었다.
미래를 보는 능력!!
사실 무섭다. 내 미래가 어떻게 펼쳐질지 궁금한 것이 사실이지만 만약 누군가의 혹은 나의 뜻밖의 사고를 보게 된다거나 하면 나는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있을까? 내 현재가 행복할까? 미래를 볼 수 없는 것이 어쩌면 다행인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잠깐의 대화였지만 여운이 깊다. 아이는 학원에 간다고 나갔다. 저 아이의 미래를 볼 수 있는 능력을 주신다 해도 나는 간곡히 거절하겠다. 그것이 저 아이와 나의 지금 행복을 담보할 수도 있을 일이니까. 이제 저녁을 하러 가야겠다.
#지금이순간이감사함 #공중부양초능력 #우리집2호는귀여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