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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드시 Mar 23. 2024

2호가 말했습니다.

또 기회가 있겠지

얼마 전 일하고 싶었던 큰 에이전시에 이력서를 넣었는데 테스트를 보자고 해서 테스트를 봤습니다.

일주일 만에 결과를 알려 줬는데 불합격이라네요. 테스트에 들인 시간이 갑자기 아까워지면서 크게 좌절을 했습니다.

문제는 가독성이 부족하다였어요. 그래!! 정확성은 입증이 된 것 같다. 아무래도 이제 막 시작하다 보니 영어를 자연스럽게 한국어로 옮기는 연습이 부족했던 거 같습니다. 생소한 단어 찾고 여기저기 관련자료 찾으며 악전고투했으나 물리적인 연습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나 봅니다. 회사에서 부담 없이 번역을 할 때와 테스트라는 타이틀로 번역을 하는 경우 그 부담의 차이가 다르더군요. 아무튼 보기 좋게 불합격되었습니다. 첫 술에 배부를 리 없지요. 그래 조금만 더 연습하면 된다. 하며 스스로를 위로하다가 아이에게 물었습니다. 나중에 아이가 이런 일이 있을 때 어떤 말을 해주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이런 질문에 아이가 듣고 싶은 말을 하지 않을까 싶어 물어보았습니다.


“엄마 번역회사 시험에서 불합격했어”

“………….”

“엄마 떨어졌어”

“그래? 그러면 어떻게 되는 건데?”

-  초등학교 6학년인 아이는 다 큰 거 같다가도 어찌 보면 아니기도 하고 그런 단계라는 걸 다시 한번 실감하게 됩니다.

“그 회사의 번역일은 못 하는 거지 “

“그래 …. 근데 기회는 한 번뿐이야?”

- 사실 그 회사 기회는 한 번 뿐이지…만 … 다른 회사도 있으니

“아니 기회는 얼마든지 또 있지”

“그래? 그럼 또 지원하면 되겠네”


이런 말을 쿨하게 남겼지만 녀석은 정수기에서 물을 내려받으며 한 번도 뒤돌아 보지 않고 내 말을 조용히 듣고 있었습니다. 그 품새가 녀석의 등뒤에서 고스란히 전달이 되고 있었습니다.


사랑하고 있는 두 아들에게

그래!! 기회는 거기만 있는 건 아니지.
고맙다. 기회는 또 있고 또 있다.
기회가 많은 만큼 실패도 잦겠지 그런 만큼 성공의 확률도 높겠지.
엄마에게 준 큰 가르침을 마음에 새기고 이력서를 재정비하고 전 세계에 나의 이력서를 넣어 봐야겠다. 그리고 부족한 가독성 관련 연습을 더하도록 해야겠다.
내가 너희에게 늘 말하듯 우리의 무대는 전 세계니까. 한국을 발판으로 삼아 더 큰 무대로 눈을 돌려봐야겠다.

먼 훗날 너희가 실패라는 이름으로 성공의 다른 기회를 얻게 된다면 엄마도 그때 너희에게 이렇게 말해줄 수 있을 것 같다.

“기회가 이번 한 번은 아닐 거야. 더 큰 성공의 기회가 있을 거야”
“그러니 용기를 내서 다시 도전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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