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것들과의 이별 준비
오랫동안 쓰던 노트북이 점점 그 기능을 잃어간다. 사람처럼 자신이 해내던 일들을 헤매기 시작한다.
전원버튼만 누르면 반짝 켜졌고 부르면 언제든 나오는 램프의 요정처럼 반짝 반짝이던 그 행위들이 점점 그 빛을 잃어가고 학원을 보내지 않고 혼자 해보겠다던 나도 노트북처럼 그 열정과 마음을 잃어가고 있다.
느릿느릿해지는 노트북과 씨름하고 있자니 왜 이렇게 화가 나고 가슴에서 뜨거운 것이 치밀어 오르는지 모르겠다. 노트북도 나 같고 학원에 보내지 못하는 애들도 결국 나처럼 될 것 같고 내 삶이 결국 주저앉아 버릴 것 같은 두려움과 싸우는 일이 내 일과 중 절반은 되는 것 같다.
불안과 두려움에 굴복당하는 일은 없어야 하는데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어둠의 적들은 나를 무릎 꿇게 한다.
지지 않으리 다짐을 해도 꾸역꾸역 치밀어 오르는 불덩이 같은 감정을 다스리기가 어렵다.
이러한 불안과 두려움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미래에 대한 무지 아니면 현재 나 자신에 대한 불신??
모두가 원인이 되겠지. 이러한 원인은 그렇다 해도 이 감정이 흘러 아이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을 내가 지켜보는 일이 힘들다. 오늘도 어제부터 말썽이던 노트북과 씨름하며 가슴에 치밀어 오르는 뜨거운 것을 눌러 담다가 버럭 아이들에게 소리를 질렀다. 미련하고 무식한..
노트북은 노트북이고 나는 나이며 아이들은 아이들인데
오늘은 그 모든 것을 하나로 묶어 내 감정을 폭파시켰다.
내 감정을 흘러가게 할 곳이 필요하다. 무엇일까?
분명히 얘기는 낡은 노트북과의 이별을 준비하는 나를 써야겠다 마음먹었는데 이상하게 글을 쓰다 보면 다른 곳으로 흘러간다. 글을 쓰며 나를 알게 된다는 것이 이런 것일까? 의식에서 무의식으로 흘러가는 나를 명징하게 바라볼 수가 있다. 비록 어제는 그리고 일요일은 노트북의 노화로 글을 제대로 쓰지 못했지만 꾸준히 이어가 보자 마른걸레 쥐어짜듯 글을 써보자. 아직은 질 보다는 양이다. 버티고 버티면 반드시 합당한 결과를 이끌어 내겠지. 노트북과 함께 끝까지 버텨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