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나를 채운 글 [2]
몇 해 전부터 스테디셀러 자리를 굳건하게 지켜오던 타이탄의 도구를 읽게 된 것은 자주 듣게 되면서이다. 나는 베스트셀러는 잘 안 읽는다. 무슨 고집인지 그런 고집이 있다. 그런데 그 베스트셀러가 스테디셀러로 자리를 굳히고 오랜 세월 회자되면 슬며시 읽어본다. 이건 무슨.. 동네 앞 작은 도서관에 들어서자 몇 권 없는 자기 계발서 코너에서 이 책을 찾았다. 그때서야 아 이제 읽어볼 때인가 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고 나는 책을 빌려 집으로 왔다.
"당신의 직관을 믿어라"
로버트 로드리게즈(Robert Rodrigues); 영화감독이자 각본가, 제작자, 촬영감독, 편집자이나 뮤지션
너의 직관을 믿어라 너의 마음의 소리를 들어라. 수십 년간 들어온 말이다.
오늘 아침에 비로소 이 문장이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내 직관이 틀리면 어쩌려고, 내 마음의 소리를 다른 사람들이 싫어하면 무슨 소용일까? 하는 의문으로 살아왔고 그러면서 내 마음과 직관을 들여다볼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 저 문장이 다르게 와닿았다.
직관은 맞고 틀리는 문제가 아니었다. 내가 그 직관을 믿었을 때 비로소 맞는 직관이 되는 것이다. 내 믿음이 없는 직관은 맞고 틀리고 가 아니라 그냥 아무 의미도 갖지 못하는 것이다.
타인의 소리에 흔들리고 주변의 인정과 소음으로 내 직관을 믿지 못했기 때문에 아직도 이렇게 인생의 광야에서 방황하고 있는 거다. 내가 잘하는 것 나를 이끄는 것 그것이 나만의 정답인데 내 안의 소리를 무시하고 주변의 인정만 찾아다녔으니 무엇을 하든 중간일 수밖에 없는 거다. 직관을 믿고 직관 만을 바라본다면 나는 그 직관이 향하는 곳에 닿아 있을 것임을 알겠다. 그런데 나는 아직 내 직관을 한 치의 의심도 없이 믿는 일이 어렵다. 그렇다면 의심을 걷어내기 위해 내가 할 일이 무엇일까?
돌이켜 보니 내가 내 직관을 따르지 않은 적이 없었으나, 의지가 약한 나는 직관대로 가다가 조그만 허들에도 쉽게 좌절했다. 왜 그 작은 허들에 쉽사리 무릎을 꿇었던 것일까? 직관을 완벽하게 믿지 못했기 때문인 것 같다. 직관에 따른 삶은 길을 만들며 가야 하는 길이고 많은 사람들에게 생소한 길일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내가 처음 가는 길이므로... 의지가 약하고 의존적인 나는 그런 길에서 두려움을 느꼈고 그래 남들이 가는 곳으로 가야 안전하지 저 숲에서 뭐가 나올지 누가 알아? 하면 다시 대로를 선택했었던 것 같다. 그렇게 직관을 따라가던 나의 작은 오솔길 들은 그 위에 다시 풀이 자라기 시작하면서 덮였고 나는 다시 대로에서 남들과 함께 걷곤 했다. 편안함과 안정감을 느끼면서 말이다.
이제는 내 직관이 뭔지 마음의 끌림이 무엇인지 찾는 일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반백 년을 살았는데 이제 다시 시작이라니 두렵고 불안하다. 젊은 시절 그때보다 100배쯤 두렵다. 젊었을 때 편안하고 안전한 길을 달려온 대가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