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요즘 가장 집중하는
우리 엄마는 드라마도 그리 오래 집중하시지 못한다. 그런데 요즘 김혜자 님과 손석구 님이 부부(?)로 나오는 드라마에 푹 빠져 지내신다. 먼저 저 세상에 간 남편을 천국에서 만나는 내용의 판타지 드라마인데 그 장면은 웃고 울면서 보신다. 그리고 자꾸 본인의 입장에 대입해 보신다. 먼저 간 아빠도 저런 곳에 계실 것 같고, 그렇게 엄마를 기다리고 계실 것 같은 느낌을 받으시는 것 같다. 엄마는 만약 천국에 간다면 언제 나이로 갈 거야? 했더니 한 참 고민을 하시길래, 최근에 쌍꺼풀 수술을 한 엄마에게 내가 수술하기 전 나이면 언제든 괜찮지 않을까 하며 서로 웃었다. 아빠는 엄마가 화장을 하는 것도 싫어하셨다. 그러니 수술 전 모습으로 아빠를 만나셔야 하는 거다.
이 드라마의 순 작용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많이 내려놓게 만들어 주는 것 같다. 죽음에 대한 막연한 불안대신 이곳에 사람들과 헤어짐 보다는 그곳에서 만나게 될 그리운 이에 대한 따듯한 상봉에 무게를 두게 만드는 것 같다. 물론 연세가 있으신 분들의 경우이긴 하지만.
나는 아직 저세상에 갈 수 없다. 왜냐면 아직 내가 필요한 우리 아이들이 이곳에서 쑥쑥 크고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혼을 해버린 나는 천국에서도 혼자다. 여기서 살 수 없어 헤어졌는데 거기서 함께 살 수는 없지 않은가? 엄마는 천국에 대한 작은 희망과 기대가 있지만 나는 그렇제 못하네.
결국 이승에서의 삶의 연결인 거다. 저승의 삶도 이승의 삶의 연장선이다. 소풍 같은 삶은 모르겠고 아이들이나 적은 결핍으로 키워야겠다. 저승에서는 혼자서 잘 살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