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맞고 달려보기
요즘 안 하던 일을 하나씩 해보고 있다
비 맞고 달려보기.
3년 4년 전 코로나 시기 나와 아이들과 당시 함께 살던 동생은 다들 그랬듯이 밤에는 산책을 나갔다. 마스크 쓰고서. 그러나 어느 날 뛰어 보기로 했는데 300미터도 못 뛰고 물 나온 물고기처럼 난 헐떡헐떡 힘들어했다. 그리고 셔틀을 눈앞에 두고 천근만근이든 내 두 다리 이 모든 것이 오늘의 나를 만들어 이제는 2킬로미터 정도 8분대에 뛴다. 나에게는 실로 어마무시한 발전이다. 중간중간 이걸 왜 하나 싶어 안 하다가 그래도 셔틀이나 맘 놓고 잡아보자라는 생각에 조금씩 움직였고 결국 근력 부족인 것 같아 필라테스와 병행하면서 1킬로미터 이상을 뛰게 되었고 그 사이사이 관심을 갖던 차 2주 전쯤인가 2킬로미터를 달릴 수 있게 되었다. 이제 내 목표는 현재의 페이스로 3킬로미터를 달리는 거다.
그러다 월수금을 뛰기로 맘을 먹었는데 금요일에 비가 하루 종일 내렸다. 오후 아이들이 논술학원에 가는 사이 비가 잠시 소강상태에 있기에 나갔더니 곧 우뢰를 동반한 강한 빗줄기가 쏟아 붓기 시작했다. 그때는 이미 집에 돌아올 수도 없는 상황이랑 그냥 나온 김에 달리자 싶어 비를 흠뻑 맞고 달렸다. 많지 않은 공원의 시선은 나를 모른척했지만 흘깃 대기 시작했다.
집에 그냥 2킬로만 뛰고 갈까 하다가 이왕 이렇게 된 거 3킬로미터 달려보자 해서 달렸고, 결국 나와의 약속은 궂은 날씨임에도 지켜졌다. 그 알 수 없는 기쁨과 성취감은 평범한 날씨 속 러닝보다 값진 무엇이었다.
약속을 지킨다는 것 특히 자신과의 약속을 지킨다는 것 아무도 모르지만 내가 나를 인정하게 되는 순간이면서 앞으로 나가게 되는 강력한 동력이 됨을 다시 한번 되새기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