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러브로라

태초부터 불어온 바람이 계절의 등을 떠밀고 마지막 봄꽃 툭하고 모가지를 떨군다. 이제라도 광장시장으로 달려가 레이스 원단 한 마 끊어 햇살 비추는 창에 걸어두면 저 꽃잎 다시 피어날까? 날 때부터 무어든 늘 더디었던 나는 결국 이번에도 너를 보내고서야 너를 찾는다.


오늘 경미언니가 출연한 <생로병사의 비밀>을 보았다. 그녀는 방송인이자 유튜브 크리에이터이며, 내 인생의 스승이다. 나는 인생이 막막할 때 ‘이럴 때 경미언니라면 어떻게 할까?’ 하고 질문한다. 그러면 가장 담대한 답을 찾을 수 있다. 그래도 막막할 땐 전화를 하는데 언니는 기다렸다는 듯이 하던 일을 멈추고 내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준다. 그렇게 내 이야기를 충분히 경청한 언니는 매번 질문에 대한 답이 아니라, 내가 혼자서도 답을 찾을 수 있는 사람이란 걸 알게 해 주었다. 아마도 그녀는 내가 세상 일이 꼬이고 답답할 때마다 빙 둘러가며 쓴 글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으리라. 지금 내가 걷고 있는지, 잠시 걸음을 멈춰 숨을 고르고 있는지, 자꾸 뒤를 돌아보며 낙담하고 있는지 가늠하고 있었으리라. 언젠가 자신이 헤매었던 그 길에서 똑같이 헤매는 나를 보며 소리 없이 우아한 응원을 하고 있었으리라.


그녀는 암에 걸렸을 때 가장 먼저 ‘밥은 할 수 있나요?’하고 물었다고 한다. 홀로 아이 셋을 키우고 있었으니 당연한 질문이었을 터. 당시 나는 세상과 담을 쌓고 산속으로 들어가 오직 암에 걸린 나 하나만 돌보기도 버거운 때였다. 그렇게 내가 숨죽이며 보낸 5년 동안 언니는 돈을 벌었고, 대학원 졸업장을 따냈고 아이 셋을 키워냈다. 책을 쓰는 것도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되는 것도 고사하던 그녀가 아이들을 향한 사랑의 힘으로 작가가 되었고 유튜버가 된 것이다. 그 인고의 시간은 상상만으로도 숨이 턱 막힌다. 아니,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고결함이다. 엄마라는 존재는 대체 어디에서 그런 위대한 힘을 만들어내는 것인가.


‘내가 세상을 떠날 때 남길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영상이 멈춘 뒤 언니가 준 질문을 또박또박 노트에 적어 본다. 글을 쓸 때 내가 아픈 이유는 그냥 아프기 때문이고, 그 아픈 것을 이제야 꺼내기 시작했을 뿐 잘못된 것은 없다는 그녀의 말처럼 모가지를 떨구어도 꽃은 꽃이며, 세상에 늦게 피우는 꽃은 있어도 피지 않는 꽃은 없으니 꽃으로 태어나 씨가 없다한들 향기를 내어준다면 그 또한 내가 세상에 남길 수 있는 일이 아닌가. 하고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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