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소리가 났다.
고속도로 IC와 가까워서 혹시 사고가 난 것은 아닌지, 공군비행장이랑 가까워서 뭔 일이 난 것은 아닌지 얼른 밖을 살펴봤다. 무너지는 소리가 난 것치고는 평온했다.
그리고 코 끝으로 알알하게 흙냄새가 났다. 아, 하늘의 공기가 부딪히는 소리였구나. 곧 비가 오겠구나.
열려있던 베란다 창문을 닫았다. 곧 토독토독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오늘은 오지 않을 줄 알았는데 며칠 째 비가 내리고 있다. 봄비 치고는 자주 많이 오고 있다. 올해의 봄비로 밭농사는 풍년이 되기 어렵겠다 싶었다.
번-쩍- 번개가 쳤다. 하늘이 갈라지면 꼭 초를 샌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소리는 초당 340미터를 이동하니까 번개가 친 곳은 1.7km 정도 떨어진 곳. 가까운 곳이다. 아직도 가지고 있는 이과생의 이상한 버릇이다.
고향에선 비오기 전 일찍부터 바람에서 흙냄새가 났다. 어릴 적에는 그 냄새가 비냄새인 줄 알았다. 도시에서 살게 된 뒤에는 흙냄새가 나면 금방 비가 내렸다. 도시에 흙보다 포장된 곳이 많아서 일까? 아님 도시에서 코가 무뎌진 것일까?
우르르-쾅, 다시 한 번 번개가 친다. 하늘에서 돌이 굴러간다. 무너지는 소리인 것 같으니 내일은 하늘도 보수하느라 좀 바쁠 것 같다. 힘내라 하늘. 그런데 농작물 걱정되어서 하는 말인데 장마 전까지 좀 쉬어볼 생각은 없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