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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토로 Mar 11. 2021

미운 정

샘플 2-1

타국으로 봉사활동을 다녀왔다. 한 달 동안의 봉사활동이었기 때문에 준비할 것이 많았고,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나와는 맞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한 사람이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일과시간이 끝나고 자유시간에 밥을 먹으러 가는 중에 '친환경 댐'이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하다가 다퉜다. 

근본적으로 친환경 댐은 있을 수 없지만 전공 교과서에는 친환경 댐이라는 게 구분되어 있다고 말한 것이 화근이었다. 다른 사람들도 있는데 길 한복판에서 대판 싸웠고, 화해할 생각도 없었다. 그날 먹은 라멘은 맛은 있었는지 썼는지 기억하기도 힘들다.


그런데 그가 내게 고백을 해 왔다. 알 수 없고 어리둥절했다. 연애를 쉬었더니 감이 떨어진 거구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거절했다. 두 번 거절했다.

한국으로 돌아오고 그는 나와 계속 약속을 잡았다. 분명 별로인 사람이지만 모르는 다른 면이 있지 않을까 싶어서 만나보게 되었고, 사귀게 되었다. 미운 정이라는 게 들어버린 것인가 생각했었는데,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 당시에는 알지도 못했던 단어였던 '가스라이팅'을 당했던 것 같다.


그렇게 내 인생에서 가장 길고, 내 인생에서 가장 최악인 연애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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