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치가 없었다는 것으로 우선은 참고 간다는 결정을 했다. 샘플3의 그만둔다는 발언과 행동으로 그 판단이 맞았는지 검토하고 돌아볼 여유가 없었다. 그건 큰 실수였다.
스스로 입을 걸어 잠그고 분노의 기간이 잦아들고 드디어 돌아볼 기회가 생겼을 때 깨달았다. 샘플3은 지속적으로 나에게 가해를 해오고 있었던 것이다.
"외부 회의에 나가려면 살을 빼야 해."
"그런 옷 스타일 내가 좋아하는 거야."
그의 살 빼라는 말 때문이 아니라 어떤 계기로 살이 한참 빠졌다. 그 이후 히피 스타일의 원피스를 자주 입었었는데 저 얘길 했다. 종종 입으면 좋겠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당연히 친해서 그런 걸로만 생각했다. 그 당시에 감정이 어땠는지 사실 알고 싶진 않다. 하지만 돌아보면 굉장히 징그러운 말이었다. 나는 왜 이런 말에 둔감하고 관대했던 것일까? 일하는 사이에 불편한 말로 불편해지기 싫어서였을까? 내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그리고 사건 이전의 나는 나는 살이 찐다는 것에 혐오가 있는 중이었는데 사건 이후의 나는 살이 빠진다는 것에도 혐오가 생겼다.
사무실에 나갈 때 깔끔하게 하고 나가고 싶은 마음도 사라졌고, 꾸미고 하는 모습이 내 잘못처럼 보일까 봐 무서웠다. 당연히 좋아하던 원피스도 거의 입지 않게 되었다. 그렇게 나는 나를 가꾸는 걸 거의 포기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