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토로 Mar 15. 2021

외모

샘플 1-2

샘플1은 외모가 괜찮은 사람이 일을 잘한다고 늘 주장했다. 그가 보기에 내 외모가 별로 였는지 우리 사무실에 인턴으로 오는 여학생들과 비교를 했다. 물론 다른 단체에서 일하는 활동가와도 비교를 했다.


그에게 예쁨 받던 활동가와 해외로 여행을 가는 사업을 한 적이 있었다. 일은 내가 다 했고, 그녀는 도움을 주는 정도로 일을 했는데 다녀와서 샘플1은 그녀의 칭찬을 했다. 그럴 수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나를 깔아뭉게는 발언들을 했다. 사람이 외모가 괜찮으니까 일도 잘한다는 식이었다.


인턴들과의 비교도 꽤 심했다. 심지어 나에게는 학과 후배인 친구도 있었는데 말이다. 어느 인턴은 비영리단체에 대학 입학하면서부터 후원을 했다고 하니 얼굴이 예쁘니 마음도 예쁘다는 식으로 말했다. 그러면서 나를 '너는 그런 거 해 본 적 없지?'라는 표정으로 바라보길래 저도 비용은 크지 않지만 그랬다고 하니 "그래?'라며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 업신여기는 표정을 잊을 수가 없다.


이런 비교와 외모 비하가 계속되어서 혹시 내가 자격지심이 있는 것은 아닐까, 칭찬에 목이 말랐었던 것은 아닐까 고민을 하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술자리에서 내가 잘못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샘플1이 대학원생일 때 학교에서 조교를 했고, 어느 수업을 맡아서 한 적이 있었다고 했다. 그 수업에서 자기 기준에서 예쁜 학생은 시험을 못 봐도 점수를 잘 줬고, 못생긴 학생은 시험을 정말 잘 보지 않으면 점수를 주지 않았다고 했다. 같이 있는 사람들은 모두 그 말을 이해할 수가 없었고, 왜 그랬냐고 되물었다.

그의 대답은 대단했다.

예쁜 학생은 자기 관리를 잘하기 때문에 예쁜 거다. 자기 관리를 잘하는 학생이 시험을 못 본 것은 실수이지 공부를 못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못생긴 학생은 자기 관리를 못해서 못생긴 것이고, 공부라도 잘해야 하는데 잘하는 게 아니라 적당히 하는 거면 그 노력도 안 한 것이니 점수를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사람에게 그동안 비교를 당해왔고, 그 말로 상처를 받아왔다는 것이 화가 났다. 말도 안 된다고 반박은 했지만 나는 그에게 지속적으로 받아왔던 상처를 스스로 치유하지 못했고, 나를 사랑하지 못한 채 상처에 소금을 뿌렸다.

매거진의 이전글 수습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