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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토로 Mar 22. 2021

화풀이

샘플 1-4

그가 나에게 묘하게 화를 내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다만 모른 척하고 있었다. 나한테 왜 그러냐고 물으면 분란이 생길 것 같았다. 세 명이 일하는 곳에서 그런 갈등은 불필요하다고도 생각했다.

샘플1의 짜증은 그가 결혼을 하고 좀 더 심해졌다. 그리고 그즈음 사무실에 새로운 사람이 들어왔다. 나에게는 처음 생긴 후임이었다. 지금까지 같은 성별의 활동가가 없기도 했고, 나도 연차가 쌓여서 후임이 생겼다는 기쁨이 앞섰다.


새로운 활동가가 출근한 지 이틀이 되던 날이었다. 그녀가 내게 말했다.

"왜 부장님은 김간사님한테 화풀이를 해요?"


충격이었다. 그 질문을 받았는데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다. 정말 멍 때리는 상태로 10초도 넘게 있었다.

"글쎄요."라고 겸연쩍게 웃으며 넘길 수밖에 없었다.


남들에게도 다 보이고 출근한 지 이틀 되는 사람한테도 보이는 화풀이와 하대였던 것이다. 내가 참는다고 숨겨지는 것이 아니었다는 것이 더 충격이었다. 내가 참을수록 샘플1의 강도가 더 강해지고 있었다는 것도 모르고 있었다. 진짜 바보같이 굴었다.

한편으로는 이걸 오랫동안 보아왔던 다른 분들은 왜 아무도 나에게 이런 얘기를 해 주지 않았던 것일까 의문이 들었다. 그의 그런 행동이 그들은 익숙했던 것일까?


질문 하나가 나의 잔잔하려고 노력했던 마음에 물결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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