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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토로 Mar 28. 2021

연락

샘플 2-2

연애에 연락은 어떤 역할을 하는 것일까?

내 성향은 연락을 자주 하는 사람이었다. 상대방이 답장이 없더라도 어떤 일이 있었는지 미주알고주알 하는 것을 좋아했다. 답장을 바라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샘플2는 자주 연락하는 것을 싫어했다.

특히 내가 먼저 일을 시작하면서 본인이 도서관에 있을 때는 더 했다. 이것은 배려의 문제였기 때문에 그의 방식에 동의했다. 하고 싶은 전화, 하고 싶은 문자를 꾹꾹 참아가면서 만나는 시간을 기다렸다. 엄청 많이 줄였다고 생각했는데도 성에 차지 않았는지 연락을 줄여달라고 했다.


내 연애의 방식은 늘 맞춰주는 쪽에 가까웠다. 정 힘든 것이 아니면 내가 바뀌면 될 일이었다. 그게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이라는 걸 잘 몰랐다. 그때도 그랬다. 정말 극단적으로 줄여갔다. 샘플2가 도서관에 가는 날은 특히 먼저 연락 오기 전에는 거의 연락을 하지 않았다. 연락을 해도 되는 시간인지 아닌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사실 연락 문제로 또 혼나고 싶지는 않았다.


그랬더니 이제는 내가 많이 변했다. 먼저 연락하는 일이 점점 줄었고, 그의 연락을 생각보다 기다리지 않게 된 것이다. 그렇다고 애정이 식은 것은 아니었지만 생각보다 마음은 편했다. 연락을 적게 한다는 것은 개인의 시간이 좀 더 생긴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했다. '남는 시간'이라는 것이 생겨버렸다. 그게 좀 어색하기도 했다.


서로의 연락 스타일이 비슷해지면 갈등이 줄어들 줄 알았다. 아니, 처음에는 줄어들었다. 필요할 때 연락하면 되었고, 서로의 일과가 끝나면 만나서 이야기하면 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엔 그가 왜 자신이 먼저 연락하기 전에는 연락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빈도가 줄었을 뿐이지 안 한 것은 아닌데 이전보다 줄게 되니 비교가 된 모양이다. 

"오빠가 연락 자주 하지 말아 달라면서요. 공부하면서 쉬는 시간이 언제인지도 모르고."

이 말은 도화선이 되어 그날의 싸움이 되었다. 언제부터 하라는 대로 했냐부터 시작해서, 뭘 하는지 공부하는데 힘들지는 않은지 궁금하지도 않냐, 하는 일이 뭐가 힘들다고 연락을 덜하냐 등이었다.


그럼 어떻게 하여야 하냐는 물음에 지금이 좋다고 했다. 연락의 빈도는 지금은 딱이라고 했다. 다시 한번 그러면 대체 어쩌라는 것이냐는 물음에 "내가 먼저 연락하기 전에 해."라고 했다. 샘플2에게 CCTV를 달아놓은 것도 아니고, 그의 몸에 도청장치를 달아놓은 것도 아닌데 언제 연락할 줄 알고 먼저 해야 하는 것이었을까? 언제 쉬는 시간을 갖는 줄 알고 연락을 해야만 했던 것일까? 정말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아니, 알지 못할 일이었다.


그 다툼이 있은 뒤, 나는 연락을 줄인 그 상태였고, 그는 연락하는 빈도가 늘었다. 예전의 나 만큼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그리고 시간이 흐른 뒤 말했다. "너 때문에 내가 시간을 쓸모없게 쓰는 사람으로 변했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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