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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토로 Apr 01. 2021

회의 시간

샘플 3-11

14시 30분에 회의를 하기로 했다. 회의 테이블로 옮기지 않고 각자의 자리에서 이야기를 나누기로 했다.

갑자기 회의 시간이 잡힌 거라 끝나고 집행하면 늦을까 봐 예정된 입금을 진행했다. 회의 시간이 되었는데 시작한다는 말이 없어서 입금증을 인쇄했다.

시간은 계속 흘렀다. 샘플3은 계속 회의의 시작을 알리지 않았다. 기다리다가 전화까지 와서 잠깐 통화를 진행했다. 내가 통화를 하는 중에 본인에게도 전화가 왔는지 전화를 들고나갔다. 그리고는 한참이 되어도 들어오지 않았다.

돌아오지 않는 그를 기다리며 우리는 14시 30분 회의가 아니었는지 서로의 기억을 확인했다. 의문을 가지고 있는 동료에게 '아마 회의를 시작하지 않은 것이 두 분이 뭘 하고 있어서 그랬다.'라고 할 가능성이 높을 것 같다고 말이다. 그리고 그가 돌아왔다. 14시 30분에 회의를 하자고 한 것이 아니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돌아온 대답이 "회의 안 하자고 한 거 아니었나요?"였다.

여기 누가 회의하지 말자고 한 사람이 있냐고 물었다. 대답을 하지 않았다. 시간이 흘러 15시 10분쯤이 되었다. 또 답답한 내가 회의 안 할 거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또 묵묵부답. 조금 뜸을 들이더니 "15시 20분에 회의하죠." 이런다. 속은 나만 터지고 답답해 죽을 노릇이었다. 회의를 하기로 한 시간에서 50분이나 지나서 회의가 시작되었다.


회의하는 내내 '고정된 회의 날짜'가 있어야 한다면서 투덜댔다. 본인을 제외한 두 사람이 일정이 많아서 고정으로 안 하면 회의가 안된다고 했다. 그런데 밖으로 나가는 외부 일정은 그가 훨씬 더 많다. 고정 회의를 우리 때문에 못 하는 게 아니라는 말이다.

그러면서 월요일에 고정 회의를 해야 한다고 했다. 월요일에 회의를 해야 해이해지지 않는다는 식이었다. 사실 그전에 주말과 연결해서 원요일에는 되도록 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었다. 월요일에 사람이 없으면 월요일 같지 않다는 이상한 개인적인 이유였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화요일 회의를 주장했다.

그랬더니 다음 주 화요일은 안된다고 했다. 고정 회의를 하자는 것과는 동떨어진 얘기였다. 고정으로 잡아놓고 유동적으로 할 수 있어야지, 그렇게 한다고 치면 나는 모든 요일이 안된다. 그가 좋아하는 월요일도 마찬가지다. 샘플3은 스스로가 말한 것이 모순적이라는 것을 생각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어찌 저찌 이상하게 나를 탓하는 회의가 끝났다.


결국 참다못해 이야기했다. 뭐든 맘대로 정하지 말라고.

왜 누구도 회의를 하지 말자고 안 했는데 혼자서 그렇게 판단하고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고 이상한 사람들로 만드냐고.

그랬더니 "두 분이 회의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전화도 받고 뭔가를 하고 회의 준비가 안 되어 보였다."라고 말했다. 그랬다. 나는 돗자리를 깔아야 하는 것이 분명했다.

우리는 항변할 수밖에 없었다. 각자 자리에서 회의를 하자고 말해서 자리에 앉아 있었고, 전화는 회의 예정 시간 30분 뒤에 온 전화여서 받은 것이었다고.

그냥 쉬운 방법이었다. "회의 시작할까요?" 혹은 "회의 준비되셨나요?" 같은 얘기를 하고 약속된 시간에 회의 시작을 알리면 되는 것이었다. 회의 시간을 10분 전에 말해 놓고, 무슨 10분 대기조처럼 그냥 가만히 앉아있었어야 한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은 어이가 없었다. 그렇다고 그가 그랬나? 그렇지 않았다. 그도 3분, 2분 전까지 뭔가를 하고 있었다. 샘플3이 정신을 차릴 날이 오기는 할까?

넘겨짚지 말라는 얘기를 대체 언제까지 얼마나 더 해야 하는 것인지 가늠하기도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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